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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시평] 사라져 가는 풍경

현대인 전통문화 무관심 급격한 사회발달로 변화
해방 후 서구문화에 밀려 미풍양속 계승·발전 중요

 

우리나라 국보 1호인 숭례문의 화재를 계기로 최근 들어 일반인들 사이에서 우리의 전통문화와 민속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이다. 하지만 바쁜 일상의 현대인들에게 전통문화와 민속에 관한 생각을 묻는다면 과연 어떤 대답을 할까? 오늘날 현대인들은 민속을 그저 고리타분한 옛날의 케케묵은 것, 혹은 비과학적인 것 등으로 여기지는 않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민속(民俗)은 자신이 속한 자연적 환경, 역사적 환경, 사회적 환경에 대처하고 적응하기 위하여 지혜와 신앙으로 엮어낸 생활풍속으로, 그 사회와 집단에서 보편적으로 누구에게나 통용되어야 하고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풍토적인 영향을 받아 얻어진 경험을 통해서 지혜가 생기고 나아가서는 더욱 안정적인 생활을 영위하려고 하는 데서 생긴다.

민속은 기록이 없는 민중의 문화를 토대로 이루어진 기층문화(基層文化)에 의해서 이루어졌다. 기층문화는 민족의 다수 구성원인 민중들이 향유하는 문화로 사상, 풍속, 생활양식, 습관, 종교의례, 민속예술과 놀이, 구비문학 등 조상들이 남긴 유형과 무형의 유산을 모두 포함하는 가장 한국적인 정서와 사상을 담고 있는 문화이다.

한국사회는 해방이후 서구문화가 전래되면서 생활전반에 걸쳐 많은 변화를 겪어왔다. 일례로 70년대 경제개발을 위한 국가시책인 새마을운동이 한창일 때 과거로부터 지속되어 오던 전국의 민속신앙 중 마을신앙은 미신타파라는 미명하에 파괴된 경험이 있다.

최근 들어 민속분야에서도 생산양식의 변화에 따른 생업의 변화와 인구의 도시 집중 현상, 그리고 양력 사용의 일반화 등 사회의 급격한 발달로 말미암아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그중에서 세시풍속은 농촌사회의 제반 여건들이 변화하면서 구성원들의 생활양식이 변하고 자연에 대한 인간의 의존력이 약화되면서 산업사회의 구조와 공휴일 정책의 영향으로 점차 변해가거나 사라져 가고 있다.

설이나 추석과 같은 명절 연휴가 되면 고향을 찾는 귀성인파도 많지만 해외여행을 떠나려는 여행객들이 몰리면서 해외로 나가는 길도 고향 못지않게 크게 붐비는 실정이다.

“징검다리 추석연휴 40만 명 해외로”, “황금 설 연휴 항공권 대란”, “해외여행, 여름 성수기보다 추석 연휴가 절정” 등등 이제는 새로운 풍속도로 자리 잡은 명절 연휴 해외여행에 관한 뉴스와 신문기사가 바로 이러한 세시풍속 변화의 단면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놀이라는 것을 그저 시간을 보내기위한 것이 아니라 또 하나의 새로운 무언가를 창출하기 위한 수단으로 여긴다면 그 뜻은 매우 값진 것이라 하겠다. 오랜 세월을 힘겹게 살아온 우리 민족에게 전해내려 오는 민속놀이를 보면 다양하기 그지없다. 대청마루 한쪽 구석에서 고사리 같이 작은 손으로 놀고 있는 아이들의 공기놀이에서부터 온 마을주민 모두가 함께 어울리는 규모가 큰 집단놀이인 줄다리기에 이르기까지 크든 작든 우리 민족의 오랜 역사적 체험에 의한 슬기와 지혜로 가득 차 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우리의 전통적인 민속놀이도 급격한 사회의 변화와 외래문화의 세파에 밀려 사라져 가고 있다.

명절이 찾아와도 그네뛰기, 널뛰기, 달집태우기, 비석치기, 술래잡기, 자치기, 제기차기 등 우리 고유의 전통적인 민속놀이는 거의 찾아 볼 수가 없다. 민속촌에 가야만 이러한 놀이를 체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요즘 아이들은 우리 조상들이 이러한 놀이를 즐겼으리라고는 상상조차 할 수 없을 것이다. 명절이 되면 그네뛰기나 널뛰기, 제기차기 등의 민속놀이보다는 새로 나온 컴퓨터게임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는 현실이 안타깝지만 실상이다. 그렇기에 매년 명절이 다가오면 전국 각지에서 점차 사라져가는 민속놀이를 재현해 옛것을 되살리고 전통문화를 알리는 장을 마련하기 위한 많은 민속행사가 다채롭게 펼쳐진다.

우리의 세시풍속과 민속놀이에는 풍년을 기원하고 악귀를 물리치며 액을 막고 복을 부르는 토속신앙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현대문명의 이기로 우리의 생활공간에서 시나브로 사라져가고 있는 그 오랜 세월의 흔적들,,,

디지털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최근 들어 축제로 새롭게 연출되고 있는 풍속이나 연중행사뿐 아니라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우리 문화의 정신과 정서, 생활풍습 등이 깃들어 있는 선조들의 미풍양속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때가 아닐까?

박광준<강남대 경기문화연구소 전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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