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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시평] 지역경쟁력, 문화로 풀어야 한다

日 롯봉기힐즈 일대 문화거리 눈길
초고층 건축앞서 전략접목 중요

 

필자가 70년대 중반 초등학교 4학년 때 살았던 주거형태는 5층짜리 아파트였다. 그런데 80년대가 지나고 90년대 들어서면서 초고층아파트를 비롯한 초고층건축물들이 여기저기 지어져 어느 사이에 당연하게 받아들이기에 이르렀다.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농촌풍경이 있던 자리에 홀로 들어선 ‘나홀로아파트’는 물론, 언젠가 여름 홍수때 용인지역을 흙더미로 만들었던 대규모 아파트단지의 불도저식 개발이 환경을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사실은 그렇게 큰 일을 호되게 겪고 나서야 사람들이 깨달았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두바이의 초고층 건축물을 언급하면서 우리에게도 그러한 건축물을 지어야 한다는 말이 다시 대두되고 있다.

2003년 늦여름쯤 필자가 일본 모대학에 있던 당시 8월에 개관한 동경 롯봉기힐즈가 대단한 사회적 논쟁거리가 되었다.

롯봉기힐즈를 건설한 모리건설회사는 일본 굴지의 회사이기도 하지만, 건설사 대표는 롯봉기힐즈 일대에 살던 주민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면서 10년 넘게 설득했다는 사실 또한 주목을 받았다. 물론 ‘도심속의 도시’, ‘문화로 도시를 디자인한다’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로 주목도 받았지만.

그렇게 사람들에게 한창 주가를 올리던 즈음, NHK방송사에서 초고층건축물의 문제점을 다룬 기획프로그램을 방송했다. 요약하자면 초고층건축물 주변지역에 존재하고 있던 사무실건물이 텅 비어버린다는 것이다. 즉 초현대식 초고층건축물이 주변 지역의 비즈니스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엄청나다는 것이다. 이후 방위청 자리였던 곳이 동경미드타운으로 재개발됐고 수많은 일본국내외 방문객들을 모으고 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할 것은 사람들을 모으는 요소 중에 ‘문화’적인 것이 있다는 것이다.

땅값이 비싸기로 이름난 지역임에도 롯봉기힐즈에는 모리미술관이, 동경미드타운에는 산토리미술관이, 그리고 미드타운 건너편에는 신국립미술관이 삼각형을 이루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이 지역을 Art Triangle이라고 이름 붙이고 있는 것이다.

왜 미술관을 넣었을까. 그것도 장르가 다른 작품들을 소장 및 전시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신국립미술관은 상설전시가 아닌 1년 내내 기획전시만 한다는 사실이 더욱 독특하다고 여겨진다.

이 세 곳을 걸어서 돌아다니는 데 걸리는 시간은 넉넉잡아 30분 정도. 이 정도 거리라면 이곳에 와서 현대적인 시설에서 미술작품도 감상하고, 다양한 음식도 먹어보고, 쇼핑도 할 수 있는데다 지하철과도 직접 연계돼 있어 사람들로 하여금 이곳을 방문하도록 하는데 심사숙고하게 내버려두지 않는다.

초현대식의 건물을 지으면 사람들이 구경하러 올 것이다. 그 다음에 찾는 것은 무엇이 될 것인가. 바로 그 안에서 누릴 수 있는 ‘문화와 예술’인 것이다.

잠시 눈을 쉬어가보자. 2007년 11월 OECD에서 발표한 세계경제에서의 도시경쟁력 평가 보고서에서는 월드스타군(뉴욕, 파리, 밀라노, 동경 등), 내셔널스타군(헬싱키, 리옹, 스톡홀름, 시카고 등), 전환기 도시군(서울, 부산, 후쿠오카, 베를린, 몬트리올 등)으로 구분해 도시경쟁력을 구분하고 있다. 전환기 도시군이란 경제 구조 조정 중인 도시로서 성장엔진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정책 및 전략의 혁신이 없을 경우 쇠퇴할 것으로 예상되는 도시들로 정의하고 있다.

이들 도시들에는 초고층건물들이 많이 있다. 하지만, 초고층건물들을 많이 지어서 저러한 평가를 받는 것은 아니다.

초고층 건물을 멋진 배경과 아름다운 여성 모델로 채워 넣은 건설회사들의 광고들로 초고층 건물이 들어서면 우리 도시가, 우리 지역이 발전할 것이라는 착각에 빠져서는 안된다.

왜냐하면 우리 마을, 우리 도시는 우리가 만들어가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오민근<문화체육관광부 지역문화과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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