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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식칼럼] 국민 기대 저버린 17대 국회

자리바뀐 여야 충돌여전 18대는 상생정치 당부

 

오늘(29일)로서 제17대 국회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내일 제18대 국회가 개시된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게 마련이므로 아쉬워할 것도 미련을 가질 것도 없다. 다만 4년을 지켜본 국민으로서 안타까운 것이 있다면 대통령 탄핵 후폭풍에 힘입어 여대야소로 출범한 17대 국회가 과연 자기 역할을 다하고 퇴장하는 국회인지, 아니면 할일을 다하기는 커녕 대립과 갈등만 일삼다 지탄 받으며 떠나는 국회인지를 물을 때 후자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2004년 4.15총선은 3.12 노무현 대통령 탄핵이 빌미가 되어 열린우리당이 152석, 한나라당이 121석, 민주당이 9석을 차지하면서 여대야소가 됐다. 거기다가 5월 14일 탄핵이 기각되면서 열린우리당은 개선 장군, 한나라당은 고개 숙인 야당이 되고 말았다. 정치권력이란 언제나 바뀔 수 있고, 바뀌는 것이 당연함으로 참패한 한나라당으로서는 그간의 오만과 실책을 대오 반성할 일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득이양양하게 국회를 장악한 열린우리당이 제구실을 다했는가 하면 그렇지 못했다. 소위 386세대로 대표되는 초선 의원들의 여과되지 않은 언동과 섶부른 개혁은 대중의 일탈을 자초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돌출 발언도 한몫을 했다. 신중하지 못한 언동은 국민을 실망시켰고, 품위문제로까지 비화됐지만 그는 퇴임하는 날까지 반성하는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정부 또한 마찬가지였다. 대통령의 지배를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 내각이라 하더라도 내각 나름의 정책 수행을 바르게 하지 못했다면 이 또한 국민을 위해 일한 것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17대 국회는 개원 초부터 여야 충돌로 영일이 없었다. 그도 그럴것이 사사건건 찬반으로 갈린데다 상대 당이 하는 일을 그냥 두고 볼 수 없는 반동심리가 원 운영의 기본이었기 때문이다. 국가보안법 폐지를 비롯한 이른 바 4대 개혁입법을 둘러싸고 여야는 사생결단하듯 충돌했다. 그 배후에는 개혁과 보수의 이념 갈등이 자리 잡고 있었다.

 

이밖에도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의 위헌과 뒤이은 행정수도 합헌 결정, 사학법 개정, 종부세와 부동산 관련 법안, 비정규직 관련 3법 재·개정, 한미FTA 체결 등을 다룰 때마다 두 세력은 전면전을 벌였다. 하지만 통계상으로 본 17대 국회의 의정활동은 그리 나쁜 편이 아니었다. 의원발의 법안 처리 건수가 3천258건으로 16대의 1천912건보다 엄청나게 많고, 의원 1인당 처리 건수도 10.9건으로 16대의 7건보다 크게 앞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립으로 일관한 국회, 민생을 외면한 국회, 이념 투쟁만 한 국회로 비판받게 된 까닭은 무엇일까.

 

우선은 다수당이던 열린우리당의 원 운영 능력 부재와 구성원들의 좌파적 국가관 탓이 컸다. 과거는 무조건 나쁘고, 나라의 어려움을 수구세력 탓으로 몰았다. 가장 극명하게 차이를 보인 것 가운데 하나는 남북 문제였다. 개혁을 자처하는 여당은 통북봉미(通北封美)에 주력했고, 보수를 자처하는 야당은 통미봉북(通美封北)을 굽히지 않았으니 파열음이 나지 않을 수 없었다.

야야는 상생의 정치를 내세웠다. 하지만 4년 내내 두 세력은 빙탄불상용(氷炭不相容)의 관계로 일관했다. 지난해 12월 제17대 대통령 선거를 앞둔 정기 국회에서 ‘BBK특검법’을 통과시켜 대선의 쟁점으로 삼았으나 특검이 무혐의 처분을 내림으로써 열린우리당은 멀쑥해졌고,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한데 이어 제18대 총선 마져 한나라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면서 통합민주당은 81석의 원내 야1당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폐원을 눈 앞에 두고 소집된 4월 임시 국회 역시 쇠고기협상을 둘러싼 여야 대치 때문에 열린우리당이 여당 일때 체결한 한미 FTA 비준을 18대 국회로 넘기는 무책임한 국회가 되고 말았다. 이같은 고질적 대립과 갈등은 예산안을 법정 기일을 넘기고서야 통과시키는 탈법을 서슴치 않았고, 산더미처럼 쌓인 민생법안은 자동 폐기되거나 다음 국회로 넘기는 치부를 드러냈다.

 

이제 제17대 국회의 공과에 대한 심판은 국민의 몫이 됐다. 4년이 지난 오늘 여당이 야당, 야당은 여당으로 바뀌고 말았다. 대통령 자리마져 내준 통합민주당으로서는 고배의 4년이 됐고, 권토중래(捲土重來)한 한나라당은 회생의 시점에 섰다. 그러나 웬지 불안하다. 두 진영이 안정성을 잃고 있기 때문이다. 후회는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다. 하지만 반성은 필요하다. 퇴장하는 17대 국회에 박수를 쳐주지 못해 미안하다.

이창식<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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