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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칼럼] 告示와 考試

美쇠고기 장관고시 발표 시위자 처벌 능사 아니다
지자체 단속체계 허술우려 국익·건강권 향상 노력을

 

대한민국이 ‘고시(考試)’를 치르느라 온통 난리다. 시험문제는 ‘고시(告示)’다. 29일 발표된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장관 고시말이다. 야 3당이 반드시 무효화시키겠다고 벼르고 있는 장관고시는 대통령에서부터 18대 국회, 그리고 중학생에 이르기까지 우리 모두에게는 ‘퍼즐’이다.

첫번째 문제는 국민들에게 안겨줄 상처를 막는 방법이다.

국민건강권 보장을 위해 장관고시를 철회하라고 요구하는 시민사회단체와 FTA 비준 등 국익을 위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장관고시가 불가피하다는 정부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장관고시가 공포되는데에는 2~3일 정도 걸리므로 주말부터 쇠고기 출하저지 전쟁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은 이미 28일 미국산 쇠고기를 보관 중인 경기동부권등 도내 12곳의 냉동창고 앞에서 출하 저지를 위한 조직적인 투쟁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경찰은 출하저지를 하는 시위자들을 전원연행하기로 하는 긴급 대책을 마련해 양측의 물리적 충돌이 예고되고 있다. 민노총은 지난 10월 미국산 쇠고기 검역 중단 이후 13~500t의 쇠고기를 보관하고 있는 용인(4곳), 광주(6곳), 이천(1곳), 화성(1곳) 등 4개 지역 12곳의 냉동창고 앞(하루 2천여t출하)에서 지난 22일부터 다음달 17일까지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를 벌이겠다며 경찰에 집회신고를 했다.

 

민노총은 이들 냉동창고 앞에 100~300명을 보내 출하를 저지하기 위한 행동에 나섰고 경기지방경찰청은 29일 오전부터 냉동창고 주변에 1개 중대(100여명)씩 12개 중대를 배치해 대응에 나섰다. 이제 수입쇠고기 문제는 ‘정부 군(軍)’과 ‘반 정부 군(軍)’간의 목숨을 건 전쟁과 같은 양상으로 번졌다. 경찰의 시위자 전원연행과 강력한 사법처리로 수많은 전과자를 양산하게 될 것이다. 쇠고기 문제로 국민들의 가슴에 상처를 남겨서는 안된다.

5.18민주화운동과 같은 비극은 다시는 되풀이 돼서는 안될 것이다.

두 번 째 시험문제는 검역과 단속체계를 어떻게 구축하느냐다.

농림수산식품부는 29일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국민의 안전성 우려와 축산 농가타격 등을 고려해 관련 대책을 내놓았다. 우선 미국산 쇠고기 검역 강화 방안으로 ▲내장·혀 등 조직검사(SRM 혼입 방지) ▲미국 현지 검역관 상주 및 현지 작업장 정기 점검 ▲연령확인불가 SRM(광우병 위험물질) 전량 반송 등을 내세웠다. 정부는 또 미국 현지와 우리 나라 검역조건이 다른 점은 재협상에 가까운 추가 협의를 통해 고시의 부칙을 강화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와함께 모든 음식점에 쇠고기 원산지 표시를 의무화하고 농산물품질관리원에 쇠고기 원산지 단속 전담팀도 가동하며 축산업 지원 대책으로 ▲송아지가격안정제 기준가 현행 155만원에서 165만원 안팎으로 상향 ▲사료·축산현대화 자금 지원 확대 및 이자율 인하 등을 포함시켰다. 하지만 검역주권이 미국에게 있는데다 검역체계가 아직도 허술해 완벽한 검역이 이뤄질 지 의문이다.

 

추가협의를 통한 부칙의 강화도 제대로 될 지 걱정이다. 소규모 음식점이나 정육점에서 파는 쇠고기에 대한 원산지 표시 단속의 실효성에 대해서도 일선 지자체 공무원들조차 회의를 표시하고 있다. 경기도의 경우 단속 인력증원이 시급하지만 최근 중앙정부의 공무원 인력감축 권고로 사실상 인력 증원이 불가능하다. 정부는 지난 1일 공무원 정원을 최고 10%까지 감축할 것을 지자체에 권고했고 조직개편의 연장선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청 등 정부가 직접 국가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설치한 특별행정기관의 기능 및 인력 등을 금년내에 지자체로 넘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다음 달부터는 원산지 표시 단속 대상을 파악하고 현장을 뛰며 전수조사를 해야 한다. 그러나 시·군마다 수십명씩 인원을 줄여야 하는 상황에서는 사실상 전수조사가 불가능할 것으로 우려된다는 것이 일선 공무원들의 지적이다.

도 관계자는 “정부의 감축 권고가 내려온 상황에서 인력을 늘리기 어려운데다 음식점 단속은 식품위생감시원증 등 단속권한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민간위탁도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마지막 문제는 국민적 합의도출이다.

국익과 건강권은 따로 분리할 수 없는 소중한 가치다. 여·야, 그리고 정부와 시민단체는 극한 대립으로는 정답을 찾을 수 없다. 정치적인 계산도,오해도 있어서는 안된다. 대통령도 중학생도 사법고시나 행정고시만큼이나 난제를 슬기롭게 풀어야 한다.

이제 우리는 국익과 건강권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함께 잡아야 한다.

김찬형<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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