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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시평] 한국연극 100주년

연극인 급증·관객수 저조 지속
극장유인 무한시도에 박수를

 

한 주 사이에 재미가 쏠쏠한 연극 4편을 잇달아 볼 수 있었던 것은 행운임에 틀림없다. 각기 특색이 선명한 작품들이기 때문이다. 칠레의 신상그레와 아일랜드의 보이CPR 그리고 이자람의 사천가와 오태석의 백년언약 모두 쟁쟁한 이력을 뽐내는 작품들이다. 신 상그레는 복수라는 주제를 정교하고 치밀한 영상과의 결합이 단연 돋보였고, 보이CPR은 음악과 마술, 아크로바틱, 무대 위의 수조 등 볼거리가 풍성한 작품이다.

 

그리고 사천가는 브레히트의 사천의 착한 사람을 번안, 오늘날 한국 사회의 병폐를 풍자하는 판소리로 엮은 공연이고, 백년언약은 삼국유사의 추남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부부간의 백년해로는 물론 남북통일의 꿈을 다양한 연극언어로 표현하고 있다. 이 작품들은 관객에게 연극의 재미를 안겨주기 위해 연출가와 배우들이 한결같이 혼신을 다하는 충실한 서비스로 호평을 받았다. 이러한 일련의 작업들은 메시지를 선명하게 전달하기 위한 보조 수단으로 적절히 활용하여 일정한 성공을 거두고 있다.

올해로 한국연극이 100년을 맞아 다양한 행사가 펼쳐지고 있다. 1908년 원각사에서 공연된 이인직의 은세계를 시작으로 1920년대 동경유학생들의 본격적인 신극운동 1930년대 극예술연구회 그리고 해방 이후 신협 혹은 국립극단, 60년대 동인제 극단들의 태동, 70년대 활발해진 소극장운동 80년대의 산업화에 대한 반성으로 나타나는 민중극 90년 뮤지컬의 개화 그리고 2000년 이후 무수한 신생극단들의 활동 등 연극인들의 투철한 예술혼으로 어려웠던 한 세기를 이어온 것이다.

해외와의 교류도 이제 예사로운 일이 되었고 해마다 전국의 대학에서 연극전공생 2천여명을 배출할 만큼 되었다. 더욱이 대부분의 졸업생들은 거의 취업에 성공하고 있다. 극단에 입단만 하면 취업으로 집계되는 관행대문이다. 즉 취업은 하였으나 생계를 해결하지 못하는 기이한 구조는 한동안 쉽게 해결하기 어려운 숙제이다. 시민들의 연극 수요가 공급에 훨씬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신생극단의 끊임없는 창단으로 연극인이 급팽창하는 현상은 일단은 한국 연극계의 희망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연극 관객이 줄어드는 현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리고 그런 상황은 전 세계의 모든 나라가 공통적으로 겪고 있다. 1950년 국립극단의 원술랑이나 뇌우가 공연 두어 주 만에 5만에서 8만의 관객을 동원했다는 기록은 이제 신화로 전해질 뿐 관객 기근으로 연극 한 편을 제작하면 1억원 안팎의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 고착되고 있다. 그래서 상당수 극단들은 이듬해 공연계획을 연말에 발표되는 지원금 규모에 의해 결정해야 하는 기현상이 지속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올해 연극열전2 시리즈는 공연마다 흥행대박의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조재현이라는 배우가 기획을 하는데 TV에서 널리 알려진 배우를 캐스팅하여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일부 연극인들은 반짝 효과에 대해 혹은 관객개발의 효과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연극열전2시리즈의 관객 대부분이 연극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이라는 조사결과를 보면 그렇게 부정적으로 볼 것만은 없다는 생각이다.

앞에 내가 본 연극 모두 젊은 관객을 극장으로 유인하기 위해 치열한 크리에이티브를 발휘하여 연극의 재미를 살리려는 노력과 궤를 같이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찍이 일본의 수퍼 가부키나 서양의 야외 오페라 그리고 마임, 춤, 태껸, 무술 등 전통무예와 전통연희를 바탕으로 세계를 놀라게 한 마셜 아츠 퍼포먼스 점프와 넌버벌 퍼포먼스 난타가 탄생한 배경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에딘버러나 아비뇽 페스티벌 작품 거개가 영상을 동원하고 있는 것도 관객의 취향과 요구를 헤아린 결과일 것이다.

 

공연예술은 시대가 요구하는 재미를 만들어내지 못하면 생존 자체가 어려운 장르이다. 희곡을 뜻하는 ‘드라마’와 공연장이란 의미의 ‘시어터’ 역시 각각 그리스어인 ‘드란(행동하다)’과 ‘테아트론(보는 장소)’에서 파생었다고 한다. 즉 연극은 배우와 그를 바라보는 관객이 있어야 가능한 예술이다. 그래서 나는 연극의 본질인 삶에 대한 통찰에 비중을 더 두는 편이지만 연극언어의 새로운 시도를 벌이는 예술가들에게 무한한 존경을 보낸다.

구자흥<안산문화예술의 전당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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