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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현칼럼] 미국산 쇠고기보다 더 중요한 것

18대국회 쇠고기 대립 국민 대규모 촛불집회
정부 무능·실정 경고음 건강·안전 최우선돼야

 

결론부터 말하면 바로 ‘먹고 사는 문제’다. 비싼 쇠고기 눈 딱감고 안 사먹으면 그만이지만 당장 살길이 막막한데 우리에게 절박한 것이 경제 아니고 그 무엇이랴. 경제를 살리겠다고 해서 한표 던졌는데 도대체 달라진게 뭐냐며 여기저기서 탄식에 가까운 불만이 터져 나온다. 이런 국민들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우리 정치권은 오늘도 극한 대립으로 평행선을 긋고 있다. 18대 국회는 그렇게 대립으로 시작되고 있다.

큰 기대를 걸고 출범한 새정부가 3개월이 지나가지만 좀처럼 경제가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올들어 도무지 장사가 안된다는 자영업자들이 줄도산을 예고하고 있다. 오직 우리 주변에는 미국산 쇠고기를 둘러싼 대립만이 존재할 뿐이다. 요즘 괜스리 미국산 쇠고기 편들었다가는 돌맞기 십상이다. 8개월 전만 해도 미국산 쇠고기 들여와 잘도 먹었는데 이제와서 별스럽게 왠난리냐고 되묻는 사람들도 있다.

도대체 우리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목전에 두고 무엇을 준비해 왔는지 답답하다. 검역주권 문제가 그 무엇보다 중요하겠지만 미국산 쇠고기가 국내에 들어와 소비자들 앞에 놓일때 까지 원산지표시가 훼손되지 않고 완벽하게 이뤄 지도록 하는 시스템을 갖춰 놓았느냐가 관건이다. 원산지 표시를 어겨서 판매하다 적발된 식당에 매겨지는 처벌은 벌금 200만원이 고작이라고 한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따른 기초적인 사회 걸름망을 갖추는 일에는 정부나 국회, 촛불집회 참여자나 모두 등한시하는 부분이다. 촛불집회 참가자들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원천적으로 무효화 하자고 하는 마당이니 이런 지적이 귀에 들어올리 만무지만 냉정하게 생각해 볼 때다.

이번 미국산 쇠고기 파동은 ‘소통의 문제’를 넘어 정부의 무능, 실정에 대한 경고음이다. 민심을 제대로 살피지 못한 정부에 책임이 있다. 물론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국민의 요구는 정당한 것이다.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다. 부자내각에 대한 허탈감과 실망감에 대한 내재된 불만의 표출이 아닌가 싶다. 부동산 투기로 손쉽게 돈벌고 남의 논문 베껴쓰고도 뭐가 문제냐며 버티는 정부를 보고 국민들은 울분을 삭이고 있던 터였다.

요즘 경제 어떤가. 그야말로 ‘내월급 빼고 다 오른다’는 우스갯 소리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한달전 1000㎖ 우유에 200㎖를 덤으로 주던 이벤트가 없어지는 등 유업계의 1+1 행사가 자취를 감췄고, 500원짜리 캔디바가 700원으로, 1200원 월드콘이 1500원으로 각각 올랐다. 한달에 경유값 30만원 쓰던 자가용 출퇴근 비용이 50만원으로 늘었다. 택시요금 기본료가 1800원에서 2200원으로 인상이 검토중이고, 시내버스 요금도 1000원에서 1200원 이상 올려 달라고 버스업계가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다.

 

전기요금, 가스요금 등 줄줄이 인상이 눈앞에 다가오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 반대운동에 강성발언을 쏟아 내며 일침을 가하기도 했던 김문수 경기지사가 이명박 대통령을 수행해 중국을 방문중 국내 한 방송과 가진 인터뷰는 국제관계의 중요성을 꿰뚫고 있다. 김 지사는 “글로벌 스탠다드로 세계 속에서 생활해 나가는 우리국민이 미국에만 250만 이상 살고 있지 않느냐”며 “국민들이 걱정을 하는 것은 좋지만 다들 먹고 있는 것에 대해서 우리만 문제가 있는 것처럼 그렇게 도를 넘을 정도로 (시위를 하는 것은) 조금 수긍이 안가는 점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지사는 “유럽의 쇠고기는 미국에 비해서 훨씬 불안정하다”며 “그런데 너무 이렇게 (촛불시위를) 하면 우리나라는 수출이 거의 70% 가까이 되는데 우리 물건을 상대국가에 팔아야 할 때 그 상대성이 있기 때문에 여러 가지로 후유증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야권은 정 반대다. 통합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장관 고시 발표가 강행되는 것을 보면서 미국산 쇠고기를 먹이기 위한 계엄이 선포됐다는 기분이 들었다”고 말했다. 섬뜩한 느낌이 든다. 민주당은 장외투쟁을 택했다.

미국과의 FTA협상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농·축산분야는 미국에 양보하는 대신 공산품 분야와 자동차 시장을 지켰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정부나 국회, 국민 모두는 이제부터라도 ‘먹고 사는 문제’에 신경을 써야 한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외환유동성 위기로 IMF 환란이 초래되었을 때 겪은 고초를 국민들은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안병현<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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