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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식칼럼] ‘골드 코스트’를 꿈꾸는 전곡항 해양축제

 

우리나라는 3면이 바다다. 특히 경기도는 서해 중심에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해양 개발과 활용도는 높은 편이 아니다. 고작해야 중진국 수준의 어업, 육지와 섬 사이를 오가는 촌티나는 여객선, 멋과 낭만을 즐기기에는 수준 미달의 유람선, 갖시작한 크루즈, 걸음마 단계의 해양레저와 레포츠 등이 전부다. 달리 말하면 천혜의 조건을 갖춘 3면의 바다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해양 후진국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해양학자들은 3면의 바다를 개발하는 것 만이 미래 한국의 성장 동력이라고 주창해 왔지만 정작 역점적으로 개발한 것은 바다 아닌 육지였다. 우리는 “바다를 지배하는 자가 모든 것을 지배한다”고 한 데미스토클레스의 말을 건성으로 들어온 셈이다. 물이 정적이라면 바다는 동적이고 율동적이다. 달과 맺어진 조수의 들고 남, 바람과 맺어진 파도의 일어남 등으로 표상되는 바다의 역동성은 하늘 못지 않은 경외감과 신비감을 불러일으킨다.

 

하늘이 수직의 최정상이므로 피안(彼岸)이 되듯이, 바다는 수평의 최극단이므로 피안이 될 수 있다. 그래서 바다는 영원한 희망인 동시에 미래를 향한 도전과 응전의 원천이 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무진장한 자원을 공급해주는 보고(寶庫)이기도 하다. 그런 바다를 우리는 제대로 간수하지 못했다. 때 늦은 감은 없지 않으나 ‘2008 경기국제보트쇼 및 코리아매치컵 세계요트대회’가 경기도 주최로 11일부터 15일까지 화성시 전곡항에서 열리게 된 것은 바다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바꾸고 해양레저와 레포츠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여 기대되는 바가 크다.

이번 대회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요트대회, 둘째는 보트쇼, 셋째는 어린이부터 일반까지 참여하는 해양문화 체험이다. 한마디로 보트와 요트의 모든 것을 온 몸으로 느끼고 눈으로 즐기는 ‘해양의 제전’이다. 요트대회에는 세계 랭킹 톱10에 들어 있는 유명 선수들과 이에 도전하는 국내 선수들이 대거 참가한다. 명실공히 세계적인 요트대회인 것이며 그로 인해 우리나라가 신생 해양레저 및 레포츠 국가로 인정받을 수 있는 호기를 잡은 것이다.

 

우리가 각별히 주목하는 것은 보트쇼다. 보트쇼에는 22개국, 세계 굴지의 보트 및 요트제작 업체 127개사와 107개 국내 업체가 참가한다. 인지도가 없는 처녀 대회에 기라성 같은 유명업체가 대거 참가한다는 것은 한국이 해양레저 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지만, 신흥시장을 선점하려는 거대 기업들의 경쟁으로 볼 수 있다. 업계에 따르면 세계의 해양레저 시장 규모는 48조원, 해양관광산업과 연계하면 1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는 전승기에 있는 IT와 자동차 시장을 넘보는 규모다. 경기도가 노리는 것은 바로 이 점일 것이다. 이번 대회를 통해 국제 해양레저국으로 인정받은 셈이니까 다음 수순은 해양레저산업의 발판을 구축해 보트·요트산업 강국으로 거듭나는 일이다. 우선은 국내 요트시장 개척이 급선무다. 경기도를 포함한 수도권은 인구와 함께 구매력을 갖춘 수요가 확보되어 있어서 성공 확률이 높다. 게다가 우리는 이미 조선(造船), IT, 자동차 기술과 첨단기자재 등을 보유하고 있어서 이를 조합하면 세계 수준의 보트와 요트를 만들지 못할 이유가 없다.

눈길을 국내로 돌리면 우리의 요트 및 보트시장이 너무 초라한데 놀라게 된다. 국내 레저선박은 약 1만척(등록 레저선박 3천100척)에 달하지만 성능과 모델면에서 선진국에 뒤진다. 이 가운데 40%가 수도권에, 나머지는 동서남해에 분산되어 있다. 마리나(보트나 요트의 정박시설)가 부족한데다 해양레저에 대한 편견과 이해 부족 때문에 투자를 꺼리는 것도 이유 중 하나다. 그나마 레저용 선박을 생산살 수 있는 조선소와 부품공장은 전무한 상태다. 이같은 최악의 조건은 훗날 최상의 조건이 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대회는 미래를 내다본 실용적 선택이었다고 해도 과찬은 아닐 것 같다. 마지막으로 일반으로하여금 해양문화 체험을 통해 해양레저에 대한 이해와 인식을 높이게 된다면 이는 3면의 바다를 가진 반도 국민으로서 해양을 새롭게 보는 계기가 될 것이다.

경기도는 이번 대회를 최단 시일내에 최상의 준비를 마친 것으로 전해진다. 사실이 그렇다면 일사불란한 추진력과 조직력은 평가할만 하다. 바라건대 이번 대회가 세계해양레저계에 경기도의 존재와 저력을 각인시키고, 더 나아가서는 해양레저산업의 시동을 내외에 알리고 실천하는 장이 되었으면 한다.

이창식<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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