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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칼럼] UCC와 프로슈밍

재화 생산에 소비활동 접목
통신기술 확산 정보자유 기대

 

요즈음 인터넷 최고의 인기 검색 분야는 UCC(User Created Contents:사용자 창작 콘텐츠)이다. UCC는 인터넷 이용자들이 직접 제작하여 유포하는 여러 가지 형태의 디지털 콘텐츠를 의미하는 말이다.

 

UCC는 갑자기 나타난 특별한 형태의 콘텐츠가 아니다. 이제까지 여러 가지 형태의 게시판에 올려지거나, 퍼가기 형태로 유포되던 누군가가 제작한 평범하고 다양한 저작물이 바로 UCC이다. 짧은 글, 코믹하거나 특이한 동영상이나 사진, 소설, 시, 만화 등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가 전부 포함된다.

UCC는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가 제안한 프로슈밍(prosuming)의 한 형태라고 볼 수 있다. 프로슈밍은 개인이나 집단이 스스로의 만족이나 사용을 위하여 제품이나 서비스, 정보 등을 생산(Produce)하면서 동시에 소비(Consume)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앨빈 토플러는 그의 저서 ‘부의 미래’에서 새로운 부의 원천은 프로슈밍에서 찾아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프로슈밍은 토플러가 ‘제3의 물결’에서 언급했던 오로지 개인의 소비만을 위해 재화를 생산하는 프로슈머의 개념에 생산소비 활동을 통해 창출되는 외부 효과를 더한 것이라 볼 수 있다. 20세기의 프로슈머가 21세기에는 프로슈밍으로 진화한 셈이다. UCC는 이러한 프로슈밍의 개념과 정확히 일치한다.

 

UCC는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것을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만들어지기도 하고, 혹은 다른 사람을 웃기기 위하여 만들어지기도 한다. 즉 제작자 자신의 필요와 만족을 위하여 만들어지지만 여러 사람들에게 의해 소비되어지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일상적인 콘텐츠에 왜 갑자기 의미가 부여되고 여러 사람이 관심을 갖기 시작했을까?

가장 큰 이유는 이러한 콘텐츠에 경제적 가치가 부여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무용을 전공하는 평범한 여대생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요가 동작을 제작하여 인터넷에 올렸더니 꽤 큰 호응을 얻었다. 연속해 후속편이 제작되었는데 언제부턴가 이 여학생의 목에 특정 회사의 휴대폰이 매달려 있었다. 동영상의 호응도를 이용해 간접적인 휴대폰 광고가 이루어진 것이다. UCC 이용자들의 연령대에 알맞은 품목이 광고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 이야기는 UCC의 경제적 가치에 대한 단편적인 이야기이다. 앞으로 기술적 발전과 디지털 마인드의 확산이 이루어진다면 더 많은 UCC가 제작되고 그에 대한 가치가 매겨질 것이며 적정한 방법으로 거래가 이루어지게 될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UCC의 활성화를 통해 진정한 정보 자유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인터넷이 일반 사용자들에게 호응을 얻기 시작할 무렵에는 정보 제공자와 정보 사용자의 역할 구분이 분명하게 이루어졌다. 정보를 수집하고 가공하여 제공하는 사람과 정보를 찾아서 사용하는 사람이 호스트와 클라이언트로 나뉘어져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였다. 여러 가지 기술적 문제로 클라이언트가 정보 제작에 참여하거나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상당히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했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현재는 클라이언트 스스로가 제작한 콘텐츠를 전파하고, 또 다른 클라이언트가 제작한 정보를 사용하는 것이 일반화되고 있다. 정보통신 기술의 급속한 발달로 개인이 제작 과정에 직접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까닭이다.

이는 곧 과거와 같이 누군가의 의도에 의하여 왜곡되거나 변형된 정보를 강요당하지 않아도 됨을 의미한다. 앞으로 UCC가 더욱 활성화된다면, 인류는 진정한 정보혁명시대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일부 네티즌들의 전유물로만 여겨지는 UCC는 의미를 확대해서 보면 진정한 정보혁명의 가장 기초적인 요소이다.

학교에서 연구되는 수많은 논문, 문학작품, 예술작품, 전문가들에 의해 탄생되는 각종 창작물 등이 디지털 콘텐츠의 형태로 전파될 수 있다면 우리는 좀 더 풍부한 UCC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과거에 수많은 사람들이 갈구하던 정보의 자유를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한 가지, 다른 사람에 의해 제작된 콘텐츠에 대한 권리를 인정하고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하고자 하는 의지만 있다면 UCC에 의한 정보 자유는 더욱 빨리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다.

한상일<강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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