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현칼럼] 서민고통 IMF때보다 크다
[안병현칼럼] 서민고통 IMF때보다 크다
  • 경기신문
  • 승인 2008.06.15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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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자신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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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병현<논설위원>

“수도권 규제완화 절실하나 국회 개점휴업, 민생고통 해결이 모든 일에 우선돼야”

실용정부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임태희 한나라당 정책위원회 의장의 경제진단은 가혹하리만치 냉혹하다. 차마 기억속에 떠올리고 싶지 않은 10년전 IMF 때의 고통을 끌어내고 있다. 그의 개인적인 견해일수도 있지만 현 경제상황을 정확하게 꿰뚫고 있다고 본다. 집권여당의 정책을 다루는 책임자인데다 오랜 경제각료의 경험에서 나온 진단이이서 신빙성을 더해가고 있다.

최근 기자간담회를 통해 나온 그의 경제진단을 간추려 보면 이렇다. “외환위기 때는 계속 경기가 좋았기 때문에 지금처럼 자영업 비율이나 실업률, 물가가 높지 않았지만 지금은 이와 같은 민생고통지수가 굉장히 높다”, “물가나 외환보유고, 국제수지, 성장률, 투자 등 흔히 말하는 경제 펀더멘털 가운데 외환보유고가 많고 부채비율이 낮아진 것 빼고는 외환위기 때와 흡사하다.

그때는 재정이 튼튼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아 정책수단을 쓰는 데도 굉장히 제약이 많다” 따라서 임 의장은 지금 정부의 역량으로는 민생고통과 공기업 민영화와 같은 공공부문 혁신의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기 벅차기 때문에 우선 민생고통 문제를 해결하는데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민생문제를 해결하는 일이 모든 일의 우선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어려운 경제현안을 외면하듯 미국산 쇠고기와 관련한 촛불시위로 실타래처럼 얽힌 정국은 좀처럼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촛불이 밥먹여 주냐’는 비아냥이 그래서 힘을 얻는다.

제1야당인 통합민주당은 대의민주주의를 스스로 포기한 채 촛불집회 시위현장에서 겯불 쬐기에 한창이다. 국민고통을 외면한 국회의원의 직무유기다. 물론 미국산 쇠고기의 중요성은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국회에서 정부를 상대로 제대로 일을 해 달라는 국민들의 염원에 귀를 닫고 있다. 정치권의 개점휴업은 경기도의 현안사항인 각종 규제해소가 뒤로 미뤄져 결과적으로 국가경제의 후퇴는 물론 기업들의 투자를 가로 막아 수출이 막히고 경기도민들의 고통을 유발하는 결과를 가져 오고 있다.

경기신문이 창간 6주년을 맞아 경기지역 18대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국회의원들은 ‘수도권 규제 완화’를 가장 시급한 현안으로 꼽았다. 그러나 국회는 민주당의 등원거부로 18대국회 원구성 조차도 못하고 있으니 딱한 노릇이다. 이에 화물연대의 총파업이 우리경제에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유가인상으로 빚어진 화물연대의 파업은 전국의 물류를 마비상태에 이르게 해 위기를 맞고 있다.

이는 곧 국제적으로는 선적화물의 납기를 어기는 중대한 신용의 문제를 야기시키고 국내적으로는 또다른 물가인상의 요인으로 작용한다. 화물연대 평택항분회의 선도파업으로 닷새째 물류마비 사태가 빚어진 평택항의 경우 반출입된 컨테이너가 급격히 줄고 있고 자동차부두 야적장에 입고된 수출용 승용차는 평소의 20%에 머물고 있다. 평택항을 운행하는 전체 카캐리어 555대(화물연대 87대)의 운전자 중 비조합원 대부분도 파업에 동조, 운송거부에 들어갔다.

의왕내륙 컨테이너기지도 컨테이너 야적장의 높이가 3층에서 5층까지 누적되고 있는 등 심각한 양상을 띠고 있다. ‘이러다가 나라 망하는 거 아니냐’는 탄식이 여기저기서 나온다. 보다못한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고유가·고물가 시대 도민 생활안정을 위해 상·하수도, 쓰레기봉투, 공공시설 입장료, 증명발급 수수료, 버스, 택시요금, 도시가스요금 등 7대 공공요금을 연말까지 동결하겠다는 카드를 들고 나왔다.

그야말로 ‘내월급 빼고 다 오른다’는 요즘 물가인상에 허덕이던 서민들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그렇지만 고유가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버스업계와 택시업계의 요금인상 요구가 끊이지 않고 있어 불안한 맛이 남는다. “서민고통 IMF때보다 크다”고 말하는 임태희 한나라당 정책위 의장의 경제진단을 곰씹어 볼 때다.

미국산 쇠고기의 미국과의 재협상을 요구하는 촛불시위가 전국민의 의견인양 과대포장되고 야당이 이에 다리 하나 걸치듯 동조해 정권퇴진운동으로 확대되는 일련의 과정을 보면서 한번쯤은 우리경제를 뒤돌아 보는 여유를 가졌으면 한다. ‘먹고 사는 문제’가 정치 위에 있을 수는 없다. 정부는 귀를 열고 국민들의 의견을 귀담아들어야 한다.

차기 경기도지사 후보군으로 부상하는 임태희 정책위 의장의 경제진단에 관심이 모아지는 것은 우리경제를 그만큼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점이다. 문제의식에서 해법이 나오기 때문이다.

안병현<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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