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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칼럼] 양성평등 선택아닌 필수

 

얼마 전, 50대 후반의 남편 친구가 막내 아들 결혼식을 마치고 난 후 심심하다며 결혼식장 앞에서부터 나의 남편을 슬슬 따라오더란다. 그래서 “왜 가족도 없이 혼자냐?”고 물으니, 큰아들 내외는 결혼식 마치고 자기 집으로 서둘러 가버리고, 아내는 친정식구들과 뒷풀이 한다고 처남댁 따라가고, 막상 자기는 함께 할 사람이 아무도 없어 혼자 어슬렁거리다가 친구, 즉 나의 남편을 발견하곤 따라나섰다는 것이었다.

 

화려한 결혼식장에서와는 달리 초라하고 쓸쓸한 모습으로 혼자 있는 친구가 안쓰러워 소주 한잔하면서 저녁시간을 함께 보내주었는데, 나의 남편은 평소 여성운동을 하는 아내로부터 늘 주워들은 풍월에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보태어 친구에게 장년의 남성에게 해당되는 ‘양성평등강의’를 한참 하였더란다.

 

“평소에 아들 며느리에게 아버지랍시고 권위를 내세워서 일방적으로 하지 말았어야지. 어쩌다 아들 내외와 대화한답시고 마주 앉으면 훈화(?)조의 사설만 늘어 놓으니 아들내외가 뺑소니(?)치지 않겠냐. 아내에게도 참을성과 양보만 강요하지 말고 그녀의 의견을 존중해주었어야 했으며, 처갓집에도 얌전하게 잘 따라다녔어야 처가에서도 환영받는다. 그렇게 하지 않았으니 처가모임에서도 푸대접(?)을 받지… 오죽하면 아내가 친정에 혼자 가버렸겠느냐, 60대에 진입하는 자네는 이제 마누라 치마폭밖에 붙잡을게 없으니 꼭 붙잡고 다녀라, 설사 귀찮게 따라다닌다고 구박(?)해도 말이다.

 

네 주장을 내세우기보다는 무조건 그녀가 하자는대로 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너는 가족으로부터 왕따 당하고 말년의 삶이 팍팍해진다”는 등의 조언을 해주었더란다. 거기에 덧붙여 “왜 요즘 마누라들이 여행가는데 남편들을 안데리고 가는지 아느냐? 집안에서 듣는 잔소리를 여행가서까지 들어야 하느냐, 집밖에서까지 남편 뒷바라지 하기 어렵다는 거 아니냐” 등의 사설까지 보너스로 곁들였다 한다. 나는 양성평등 전문강사로서 이런저런 교육을 하게 되는데 한번은 40-50대로 구성된 지역의 모 사회단체지도자를 대상으로 강의 중에 있었던 일이다.

 

대상 집단의 특성을 감안해 어렵지 않은 표현과 사례중심으로 강의를 한참 진행하던 중 50대 초반의 남성이 손을 번쩍 들더니 “강사님 말씀이 다 옳습니다. 남자와 여자가 평등해야지요. 그것을 모르는 바 아닙니다. 하지만, 이제 와서 제가 그렇게 살수는 없는데요. 알기는 하겠지만 그렇게는 못하겠어요”라고 말했다. 그 분은 50여년 살아오던 행동양식을 하루아침에 바꾸기 어려우니 “그렇게 살게 제발 나를 내버려두라”는, 말하자면 ‘양성평등’에 대한 항거(?)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솔직한 표현에 감사하다고 말하고 그러나 앞으로는 그동안 해오던 행동양식을 새롭게 바꾸지 않으면 아내가, 며느리가, 딸이 불편해지는게 아니라 바로 당신 자신이 왕따당하고 불편해짐을 설명하고, 이젠 세상이 달라져서 싫던 좋던 변화해야 한다고 설득했다. 개개인의 생각이 조금씩 바뀌면 사회의 분위기가 달라지고 그럼에 따라 자연스럽게 관련 법률이 생겨나고 그에 따라 제도가 달라지는 것이 사회적 현상의 이치이거늘 우리나라는 양성평등에 관한한 그 순서가 바뀌었다. 제도와 법률이 먼저 생겨나고 언론보도를 통한 사회적 분위기가 달라지고 그에 따라 개개인들이 자신의 생각을 바꾸어야겠다고 마음먹게 되었다.

 

그나마 눈치가 빠르고 사회적응능력이 빠른 사람들을 중심으로 주위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간파하고 이런 분위기에 자신을 맞추려고 노력한다. 비록 속으로는 일정부분, 아니 상당부분 동의하지 않으면서도 말이다. 이제 양성평등은 선택사항이 아니라 필수이다. 과거 인류집단이 농업형태로 바뀔때 재빠르게 농업을 받아들여 정착한 집단이 세계패권을 잡았고, 산업혁명이 발생할 때도 빨리 산업국가로 변신한 나라가 발전하였으며, 정보통신과 생명공학이 발달할 때 이에 잘 적응한 나라가 성장을 주도하고 있듯이 이젠 성혁명(양성평등의식 혁명)에 눈치 빠르게 적응하고 변신하는 집단과 개인이 성공하고 발전하고 있음을 우리는 깨달아야 한다.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들(남성들)은 아직도 구태의연한 행동양식을 벗어나지 못해 비난받는 일도 생겨나고 있다. 심한 경우 여성을 대상으로 성희롱까지 하는 웃지 못할 사건을 벌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특히 장년의 남성일수록 더 어려움을 느끼고 있겠지만 그럴수록 더 노력해야 한다. 다른 면도 그렇지만 성역할, 성평등의식에서는 앞서가는 사람이 사회로부터 존중받고 가족으로부터도 사랑을 잃지 않음을 깨닫고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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