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6 (화)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교육시론] 청소년에게 ‘입시·일자리’ 의미는?

 

청소년과 관련된 일을 생업으로 하는 필자가 짬짬이 하는 일 중의 하나가 청소년과 관련된 언론의 보도 내용을 스크랩하는 것이다. 최근 필자가 스크랩한 기사들 중에서 몇 가지 눈에 띄는, 그러면서도 간과할 수 없는 문제로 중첩되는 몇 가지 기사를 소개하고자 한다. 하나는 우리 청소년들의 삶에서 지겹도록 떨어지지 않는 입시 그리고 이에 따른 사교육 열풍에 관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우리 청소년들의 진로, 보다 구체적으로 일자리와 관련된 문제이다.

먼저 입시와 사교육에 관한 문제이다. 최근 한 방송에서는 ‘사교육 열풍에 교육비 지출 사상최대’라는 보도를 낸 바 있다. 한국은행의 발표 자료를 인용한 이 보도에 따르면 입시학원을 비롯한 각종 사설학원의 가계 소비지출액이 지난 1/4분기에만 2조9천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8% 늘어난 수치로 4년 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한 것이라고 한다. 이에 따라 가계가 사설학원에 지출하는 돈은 연간 12조원를 이미 넘어섰는데, 연간 사설학원 지출비는 2004년 10조6천억원에서 2006년에는 11조7천억원으로, 다시 2007년에는 12조3천억원으로 급증했다.

교육비 비중도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국공립학교 교육비를 포함한 교육비 전체 지출액은 지난 1/4분기 7조3천억원으로 전체 가계 지출에서 6.1%를 차지했다. 연도별로 보면 1970년 말까지 2~3%를 유지하던 교육비는 2005년 5.8%, 2006년 5.9%에 이어 2007년 6%로 상승하다가 지난 1/4분기에는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최근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도시 가구의 사교육비는 월평균 16만4천원으로 5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방송은 교육비를 아까워 하지 않는 한국 부모들의 교육열에 사교육 열풍이 가세하면서 교육비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분석으로 보도를 마무리 했다. 하지만 이러한 ‘열풍’을 사그라들지 않게 하는 입시, 성적은 우리 청소년들의 삶에 어떤 의미일까?

다음에 필자가 눈여겨 본 것은 청소년 아르바이트에 관한 기사이다. 우석훈 박사의 ‘88만원 세대’가 발간된 이후 젊은 세대의 진로와 일에 대해 사회적 관심이 새삼 예민해진 시점에서 한 경제지가 다룬 기사로, 제목이 ‘내 시급은 떡볶이 한 접시?’였다. 그 기사는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와 청소년인권활동가네트워크가 6월 4일 공개한 ‘청소년노동실태보고자료집’을 인용하고 있는데, 주요 내용은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청소년들 중 절반 이상이 최저임금에도 못미치는 돈을 받으면서 장시간 노동과 야간노동에 시달리는 것으로 드러났다. 평일 4시간 이상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응답자가 전체의 69%, 6시간 이상이 29.1%에 달했다. 오후 4시에 하교해 5시부터 일한다고 가정했을 때 11시까지 일하는 청소년이 3분의 1에 가까운 셈이다. 오후 10시 이후에는 근로기준법상 야간 노동에 포함된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대부분의 청소년들이 학업을 병행하고 있어 더욱 심각하다. 주말과 공휴일에 6시간 이상 아르바이트를 하는 청소년도 응답자의 56.7%에 달했다. 주말과 공휴일에 일한 대가는 48.4%가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돈을 받고 일하고 있었다. 쉽게 말해서 청소년 아르바이트에 대한 노동 착취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필자가 이 기사들을 보기 이전에 가슴에 담아둔 한 인터넷 매체의 보도가 있었다. 제목은 ‘전국 상위 1%였던 한 특목고생의 자살’. 입시 중압감 때문에 자살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 학생은 학교에서 쉬쉬 하는 가운데 한 줌의 흙이 되었다. 그가 재학하던 학교에서는 모의고사 성적이 나오면 전국 상위 1% 안에 든 100명 안팎의 학생 명단과 전국 백분위 비율을 공개해왔다고 한다. 자살이 있고 난 후 학교에서 한 일은 바로 그 명단 게시물을 철거하는 것이었다. 그 시점에 교육과학부는 0교시 및 심야자율학습 부활, 우열반 편성 가능 등이 담긴 ‘학교 자율화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그리고 교육당국의 수장은 이 계획발표에 “전 국민들이 환영하고 좋아할 줄 알았다”고 한다.

청소년이 평생 청소년일 수 없다. 계속 학생일 수만도 없다. 언젠가는 학교의 틀을 벗어나 자기 일을 갖고, 자기 가족의 삶을 책임지며 살아가야 할 사람들이다. 우리가 청소년들에게 어떻게 살라고 해야 어른 노릇 제대로 하는 것일까?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