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문화시평] 연극교실 개설 ‘해피 스타트’

어린이 제작 통한 사회성 터득
문화환경 개선 밝은 미래 기대

 

지난 해 시작한 연극교실의 전 과정을 모두 마쳤다. 주부연극교실을 시작으로 성인, 청소년, 직장인, 초등생 등 전 계층을 대상으로 연극 이론과 실기를 병행하여 발표회까지 가졌다. 이제 남은 것은 노인들을 위한 클래스뿐이다.

해피 스타트는 어린이 연극교실 발표회의 공연제목이다. 내용은 친구들끼리 이런저런 사유로 아웅다웅 다투는 에피소드들을 옴니버스 스타일로 엮어 서로가 서로에 대한 배려로 이를 극복해 나간다는 지극히 단순한 내용이다. 그러나 이야기 줄거리를 만들고 장면을 구성하고 노랫말을 만드는 것까지 어린이들 스스로 토론하면서 이뤄낸 결과라는데 의미가 있다. 그래서 작품의 완성도보다는 제작 과정을 통해 사회성과 협동심을 길러 민주시민으로서 갖춰야 할 기본자질을 터득하게 하는데 초점을 맞추었다. 더욱이 우리 교육의 키워드인 상상력과 창의력을 배양하는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에서 공연 내내 흐믓하게 바라볼 수 있었다. 아마 참관하신 학부모들 역시 같은 마음으로 우리의 미래가 밝다는 증거를 확인하셨을 것으로 짐작한다.

어린이연극은 이들을 연극인으로 만들기 위한 것이 아니다. 혼자 할 수 있는 미술이나 음악 혹은 문학 활동과 달리 연극은 공동 작업 과정을 통해 새로운 친구를 사귀고 협동의 의미를 익히는데 주목적이 있다. 그리고 자기 표현력을 향상시킨다면 어린이연극은 그야말로 일석삼조의 성과가 있는 셈이다. 발표회를 마치고 나서 참가소감을 얘기할 때 그동안 친해진 친구들과의 이별을 아쉬워하며 눈물짓는 모습은 어른이나 아이나 한결같다. 연습 과정을 통해 끈끈하게 맺어진 우정 때문이다. 흔히 얘기하는 연극의 마법에 전염된 탓이다. 그러나 학부모 입장에서는 자녀들에게 연극을 시키겠다는 결심이 그리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대개의 학부모들은 혹시 아이가 연극을 하느라 학교 과정을 소홀히 하지나 않을까 걱정이 앞서기 마련이다.

어린이들이 연극 제작에 참여하는 것은 훗날 어른이 되어서도 좋은 추억으로 간직할만한 특별한 체험이다. 학교 교육에서 미처 챙겨주지 못하는 감성교육을 통해 사람답게 사는 법을 가르쳐 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이들이 연극에 참여하면서 연극의 재미를 스스로 발견하여 극장예술과 보다 친숙해지는 계기가 된다면 더 바랄 게 없다. 한 권의 책이나 영화, 연극 한 편이 한 사람의 운명을 바꿔놓은 사례는 너무 많다. 좋은 연극을 통해 위안과 용기를 얻고 삶의 기쁨을 발견할 수 있다면 극장을 찾는 일은 참으로 권장할 만한 일이다.

근자에 연극 관객이 줄어들면서 연극의 위기론이 심심찮게 제기된다. 그러나 인문학, 순수과학 등 삶과 직결되지 않은 기초 분야치고 위기를 말하지 않는 분야가 없다. 특히 100년의 신극사 가운데 우리 연극이 위기 아닌 적이 어디 있었는가? 1950년 전쟁 직전 국립극단의 ‘원술랑’이나 ‘뇌우’의 짧은 호황기를 제외하면 연극은 관객 기근으로 늘 문화운동 차원에서 이뤄져 왔다. 특히 과학기술의 발달로 TV와 영화 등 영상매체가 눈부시게 발전하고 각종 스포츠와 축제의 활황은 연극의 사회적 기능을 더욱 위축시키고 있다.

그러나 연극은 극장공간에서 배우와 관객과 마주하는 아날로그적 현장성 때문에 결코 그 생명력을 잃어버리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그 영향력이 축소될 뿐이다.

‘연극-일상으로 가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시작한 연극운동이 비록 시작이 미약하고 그 효과가 더디긴 하지만 지속해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연극은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직접 참여할 수 있다. 연극교실은 연극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작은 노력일 뿐이다. 좋은 연극을 구분할 줄 아는 시민들이 늘어나면 연극인들은 안심하고 창작 활동에 전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날이 언제쯤 올 것인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그렇다고 해야 할 일을 미룰 수는 없잖은가? 그래서 연극교실 개설은 해피 스타트임에 틀림없다. 내년에는 음악의 해로 정하고 또 새로운 관객을 찾아 나설 예정이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