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식칼럼] 생활고 위안 준 안양시 수도료 인하
[이창식칼럼] 생활고 위안 준 안양시 수도료 인하
  • 경기신문
  • 승인 2008.07.02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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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자신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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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가뭄끝에 단비같은 낭보
작지만 아름다운 성공에 찬사
▲ 이창식<주필>

국제 유가가 140달러를 넘어서면서 3차 오일쇼크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정부는 150달러 선을 넘으면 비상대책을 내놓겠다고 했지만, 도리어 차킵 켈릴 석유수출국기구 의장은 조만간 170달러, 골드만삭스는 200달러까지 오를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어서 우리 정부의 고유가 대책이 왠지 막연해 보인다.

여기에다 소비자물가 5%, 경상수지 적자, 경제성장 3% 전망까지 겹쳐 우리 경제는 벼랑 끝에 선 꼴이 되고 말았다. 위협은 또 있다. 각종 공공요금과 소비자물가의 인상 대기가 그것이다. 지금의 상태로도 서민들은 하루 버티기가 힘겹다고들 하는데 공공요금과 생활물가가 일제히 인상되면 흔히 하던 탄식이 무슨 소리로 변할지 예측하기 어렵다.

결국 생활물가만은 사수할듯이 떠들어 대던 이명박 정부의 약속은 공염불이 되고 말았다. 이제 믿을 것은 정부 대책이 아니라 국제 질서에 의해 고유가가 진정되기를 기다리는 것밖에 없게 됐다.

이런 참에 안양시가 7월 1일부터 상수도요금을 10% 인하한다고 밝혔다. 나라 안팎이 공공요금과 물가 인상에 몰입하고 있는 마당인데 10%를 인하한다고 해서 뜬금 없는 말장난이 아닌가 싶었다.

그런데 사실이었다.(본지 7월 1일자 1면) 7월 납기부터 모든 상수도 수요자에게 수도요금 10%를 인하하게 되면 4인 가족으로 월 평균 25㎥(25,000ℓ)의 수돗물을 썼다고 가정했을 때 현행 9천150원에서 915원이 감면돼 8천235원만 내면 되고, 상대적으로 수돗물 소비량이 많은 업무용(월 평균 280㎥)의 경우 2만6천960원, 영업용(월 평균 125㎥)은 1만1천115원, 대중욕탕(월 평균 530㎥)은 4만4천520원을 덜 내게 된다.

단 돈 100원이 아쉽고 아까운 판에 1천원에서 4만4천원까지 수돗물값을 덜 내게 되었으니 오랜 가뭄 끝에 단비 만난 격에 비유할만 하고, 물가 오름 때문에 잔뜩 찌푸려졌던 얼굴에 한줄기 미소를 머금케한 낭보라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 같다. 안양시가 일반의 상식을 깨고 수돗물값을 10% 인하할 수 있었던 데는 역시 상식을 뛰어 넘는 도전정신의 실천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알다시피 우리나라 상수도는 일제 초기에 도입됐다. 당시로서는 경이적인 생활시설이었지만 기술상으로는 후진적 측면이 많았다. 광복 후 엄청난 재정과 향상된 기술로 개선했지만 수도관의 노후, 배관상의 결함, 양수 및 송수시설의 불비 등으로 수돗물 효율은 높지 못했다. 즉 엄청난 생산비를 들여 생산한 수돗물이 송수과정에서 줄줄이 새는 바람에 유수율(누수되지 않고 수용가에 공급되는 비율)이 낮을 수밖에 없었다. 안양시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러나 시는 2003년부터 유수율 높이기에 힘썼다.

그 결과 5년 만에 전국 평균 80.2%보다 7.5%나 높은 87.7%의 유수율 달성에 성공했다. 뿐만 아니다. 상수도요금 현실화율도 99%까지 올려 전국 평균 82%보다 17%나 앞섰다. 이건 예사로 보아 넘길 일이 아니다. 안양시가 5년 만에 해낸 상수도 경영합리화 계획은 안양시만이 할 수 있는 특별하고 유별난 사업이 아니었다. 상수도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지자체라면 모두가 할 수 있고, 하면 성공할 수 있는 과제였다. 그런데 다른 시·군은 적당한 핑계를 대고 하지 않았거나, 했다하더라도 건성으로 한 것을 안양시는 악착같이 해낸 것 뿐이다.

둘째는 5년의 노력 끝에 언어낸 귀중한 열매를 시금고에 채우려 하지 않고 수요자이면서 투자자인 시민에게 아낌없이 돌려 주기로 결정한 점이다. 이는 안양시가 주식회사 개념을 시정에 적극 반영한 것으로 높이 평가할만한 일이다.

안양시는 이밖에도 자가용 5부제, 시민과 함께 하는 카풀제, 점심시간과 퇴근시간 이후의 전등 끄기, 여름에 노타이, 겨울에 내복입기 등도 함께 실시하기로 했다. 시민에게 에너지 절약을 권장하기 이전에 시 공무원 스스로가 모범을 보이겠다는 뜻이다. 우리는 요긴한 문제인줄 알면서도 자신은 뒷전인 채 남이 하기바라고, 하라고 강요하는 경우가 비일지재하다. 세네카는 말했었다. “교훈의 길은 멀지만 모범의 길은 짧고 효과적이다.” 이제 우리는 너나없이 모범을 보일 때다. 그런 의미에서 안양시의 작지만 아름다운 성공에 찬사를 보낸다.

이창식<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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