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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준석의 작가탐방<55>-오용길의 예술세계

시골은 언제 보아도 넉넉하고 여유로우며 공기 또한 맑고 신선하다.

그곳에서는 흙을 닮아 정직하고

순박한 사람들이 넉넉한 가슴으로 이웃과 더불어 살아간다.

도시에서 잠시 벗어나 시골을 찾으면 새들이 맑은 공기 속에서

노래하고 나무들이 푸르게 숨 쉬거나 바람결에 환호하는 모습 등이

심신의 피로를 말끔히 씻어주며 마음을 여유롭게 해준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고향의 정자나무처럼 늘 그리운 대상이 시골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막히는 도로에서 몇 시간씩 보내는 것을 감수하면서도 휴일이면 산이나 계곡 등을 찾곤 한다.

한 아름의 산수유와 매화꽃이 바람결에 리듬을 만드는 감흥이 있는 오용길의 그림은 자연에 대한 모성애적인 그리움과 향수를 담고 있다.

 

마치 함박눈이 내리는 날에 화로 속의 묵은 솔방울 몇 개로 훈훈해진 시골 방에서 연인과 함께 바라보는 이른 매화꽃에 대한 그리움 같다. 매화꽃, 살구꽃, 복숭아꽃 등 한 아름의 예쁜 꽃들은 인간적인 냄새나 세월의 향기를 느끼도록 해주며 향수를 자아낸다. 평범한 듯하면서도 평범하지 않은 그의 그림을 순수한 감성으로만 바라본다면 그림에 조예가 있건 없건 거부 반응이 없다.

 

그림은 곧 작가의 인품과 밀접한 연관이 있으며, 거기엔 동양화든 서양화든 예외가 없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양에서는 예로부터 그림이 심신을 수양하고 정신세계를 맑게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여겨왔다. 공자가 ‘그림을 그리려면 회사후소(繪事後素)의 정신으로 해야 한다’고 말한 것도 따지고 보면 인품과 심성을 강조한 것이다.

 

그림을 그리려면 먼저 마음을 깨끗하게 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송나라 때의 소동파, 황정견, 왕양명 등도 모두 그림에 있어 고운 심성과 자기 수양을 강조하였다. 그만큼 동양에서의 그림은 인격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오용길의 그림에서 느껴지는 부드러움과 먹 맛은 그의 선비 같은 온화한 성품에 기인한다. 그는 학창 시절부터 선생님의 말씀을 순전하게 믿고 따르는 모범학생이었다. 지금도 웃으면서 자칭 ‘바른생활’이라고 할 정도로 그의 삶은 건강하고 긍정적이다. “그림을 그리면서 사람이 기발하고 엉뚱하면 에피소드가 많아요.

 

그런데 난 이야기꺼리가 별로 없어요. 너무 바르게 살아와서요.” 그 때문인지 그에게선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하나도 들을 수가 없었다. 이처럼 바르고 고운 심성이 담긴 그의 그림에는 마음의 깊이가 느껴지는 편안함뿐만 아니라 하얀 눈으로 덮인 벌판에 첫발자국들을 남기는 듯한 깨끗함이 있다.

오용길의 그림에 흐르는, 전아(典雅)함이나 담아(淡雅)함으로 말할 수 있는 내미(內美)는 주목할 만하다. 흐트러짐 없이 자연스러우면서 정(靜)한 부드러움이 아마도 그의 그림의 정수(精髓)가 아니가 싶다. 이는 화가로서 자연을 흠모하는 자세가 무엇보다도 진지하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기예와 기본을 중시하는 오용길만의 화풍이 독특한 자연미를 담은 그림을 만든 것이다. 작가는 대상을 성실하게 잘 표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그는 그림에서의 매력을 강조한다. “그림에는 매력이 있어야 합니다. 매력은 수천 개, 수만 개지요.

 

자신만의 매력을 만들어야 해요. 갖추어야 할 것은 갖추어야 매력이 생기죠. 나름대로 변화와 통일을 갖추어야 하고 기본기를 잘 닦아야 작가로서 매력이 생기는 거겠죠.” 이는 풍류로 세월을 낚는 듯한 어정쩡한 모습이 아닌 참신함을 강조하는 말이다. 자칫하면 재미나 관념으로 빠질 수 있는 동양화의 우(愚)를 꿰뚫어보고 있는 것이다.

 

그의 그림은 자연에 대한 흠모와 진지한 사랑을 통한 관찰에서부터 시작된다. 심안(心眼)으로 보되 기본을 중시하면서 인생을 담은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외유내강의 향기를 은은하게 풍기는 안양 토박이 오용길은 인생과 예술을 하나로 여긴다. 그의 그림에는 정직함과 성실함 및 노력 등이 화면 곳곳에 스며있기에 인생과 삶의 진지함을 느낄 수 있다. 그 때문인지 그의 <가을 서정>이나 <겨울 산> 등의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불현 듯 인생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감이 주렁주렁 달고 있는 키 큰 감나무를 바라보거나 혹은 노란 꽃으로 물든 봄산을 바라보며 삶의 의미를 물어보게도 된다. 자연을 담은 부드럽고 편안한 그림에 무궁무진한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그의 작업실은 대단히 많은 돈을 들이지 않았으면서도 고급스럽게 느껴지며 독특한 건축미를 뽐낸다. 멋있고 실용적인 작업실이란 생각이 든다. 창밖으로 보이는 예쁜 꽃들과 바람에 살랑대는 관음죽은 작가의 작품에서 우러나오는 독특한 미감과 함께 필자의 마음을 청명하게 해주었다.

 

약 력
   
▲ 작가 오용길
- 서울미대, 동 대학원 졸업
- 국전 문공부 장관상
- 동아미술제 동아미술상
- 제1회 선 미술상
- 제1회 월전미술상
- 제1회 의재 허백련 예술상 창작상
- 제1회 이당 미술상
- 현대미술초대전 (국립현대미술관)
- 서울미술대전
- 한국화 100년전 (호암갤러리)
- 한국미술-어제와 오늘전 (국립현대미술관)
- 한국전통 산수화전 (국립현대미술관)
- 한국화 7인 회화전 (이집트현대미술관)
- 예술의 전당 개관 기념전 (예술의 전당)
- 오늘의 한화전 (뉴욕 한국 문화원)
- 서울 국제 현대 미술제 (국립현대미술관)
- 변혁기의 한국화-투사와 조망 (공평아트센타)
- KIAF전 (코엑스)
- 마니프 서울 ‘98, 2007
- Today's Korean painting (Osaka, CASO)
- 한국화전 (1953~2007) (서울 시립미술관)
- 현재/ 이화여자대학교 조형예술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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