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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식칼럼] 위아래 없이 正道 이탈한 정치판

민생 외면은 ‘무생명 국회’도 마찬가지
광역·기초의회의 난장판은 치욕의 극치

 

‘생색내기’, ‘시늉내기’, ‘용두사미’, ‘흉내내기’, ‘찔끔개각’ 등은 7.7개각에 대한 주요 언론의 제목들이다.

 

큼직한 제목 활자와 자간(字間)에서 풍기는 뉘앙스는 실망이 넘치다 못해 이따위 개각도 있을 수 있는가라는 자조(自嘲)가 흠뻑 베어 있다. 정치권도 여야할 것 없이 혹평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 출범 107일 만에 발생한 내각 총사퇴는 치명적인 것이었다.

하지만 격앙된 민심을 수습하고 실패한 경제정책을 바로 잡아 절망에 빠진 국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했다. 그런데 그만 악수(惡手)를 두고 말았다.

 

국민들도 어처구니가 없어 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명박 대통령의 집권 초기 실정(失政)을 나무라면서도 잘 할 것이라는 기대 때문에 촛불시위로 촉발된 위기상황에서도 은인자중했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두 차례의 대국민 사과에서 “더욱 낮은 자세로 국민을 섬길 것”과 “눈높이를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겠다”고 누누이 약속한 바 있다.

그래서 이번 개각은 기대가 컸는데 결과는 국민 감정을 무시한 졸작이 되고 말았다. 달리 말하면 국민과 언론과 정치권이 바라는 바가 무엇인지 알았다면 공사간의 사정(私情)을 끊고 읍참마속(泣斬馬謖)의 전면 개각을 단행했어야 했고, 통치권자의 자존심과 아집 따위를 과감히 버림으로써 오직 국민과 국가를 위해 일하는 대통령이라는 믿음을 심어줬어야 했는데 끝내 실기하고 말았다. 단언하건데 큰 후회로 남을 것이다. 정부가 휘청대면 국회라도 제몫을 해야 옮았는데 국회 또한 정부보다 더 하면 더했지 조금도 나은 것이 없었다.

18대 국회는 이미 5월 30일 임기가 시작되었음에도 불구하고 42일만인 오늘에야 국회의장을 선출하고, 11일 개원식을 갖게 되었으니 ‘무생명 국회’ 소리를 들어도 할말 없게 됐다. 그 동안 여당은 야당을 설득하는데 실패했고, 야당은 미국산 쇠고기 재협상을 꼬투리로 삼아 촛불집회에 쫓아다니는 길거리 정치에 몰입했다.

10년 동안 야당을 하며 뼈아픈 고초와 역부족의 비애를 맛 보았던 한나라당은 정권 탈취에 도취한 나머지 소수 야당을 끌어 안을 생각보다는 권력의 비정함을 맛보란듯이 오만을 부렸다.

 

반면에 10년 동안 권력의 단맛을 만끽하다 하루 아침에 야당으로 전락한 통합민주당은 권력 상실이 자신들의 탓이라는 것을 까맣게 잊고 거들먹 거리는 한나라당을 적대시하다 못해 순수 민간에 의해 촉발된 쇠고기 대란을 정권타도로 연장시키려 했다.

 

양자 모두가 권력의 반전과 정치의 무상을 정치원리로 받아 들이지 못하고, 한(恨) 풀이로 일관한 것이 큰 실수였다. 오늘 국회의장단을 선출하고 나면 어렵사리 원은 구성되겠지만 여야가 개원 조건으로 합의한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 쇠고기 국정조사, 5개 특위 구성 등 민감한 사안들이 산적해 있어서 원 운영이 순조로울 것 같지 않아 보인다.

18대 국회는 임기 개시일을 지키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원 구성을 제때에 못한 채 한 달 넘게 민생을 내동댕이쳤다는 점에서 최악의 국회라는 오점을 씻을 수 없게 되었다.

국민의 기대를 저버린 것은 중앙정부와 국회만이 아니다. 광역의회와 기초의회의 후반기 원 구성을 둘러싼 난장판은 정부와 국회가 안겨 준 실망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았다.

1천100만 경기도민을 대표하는 경기도의회는 의장단 선거를 둘러싸고 소수 민주당 의원들이 본회의장 출입문을 걸어 잠근 채 농성을 벌였고, 다수 당인 한나라당은 별도의 회의실에서 그들만의 의장단 선출을 하는데 그치지 않고, 상임위원장까지 독식하는 사태까지 빚어냈다.

아무리 정치가 다수에 의한 지배라고는 하지만 소수를 존중하는 것이야말로 민주주의의 미덕인데 경기도의회는 `최소한의 금도도 지키지 못했다.

 

언필칭 풀뿌리 민주주의의 근원이라고 말하는 기초의회의 경우는 어떻했는가. 국회나 광역의회에 비하면 순수성과 소박함 더 나아가서는 인간적 집단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기초의회다. 그런데 일부 기초의회에서는 후반기 의장단과 상임위원장 선출과정에서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치사하고 추악한 작태를 여과없이 드러냈다.

굳이 의회 이름은 밝히지 않지만 중앙당에서 지명하고 의원총회에서 선임한 의장 후보를 제치고 야당의원과 협작해 의장에 당선된 예가 있는가 하면 의원총회에서 결정한 상임위원장 후보를 따돌린 반당행위도 없지 않았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고한 옛말로 덮어 버리기에는 우리 정치 현실이 너무 추악해 타기하고 싶은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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