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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준석의 작가탐방 <56>-김덕용 의 예술세계

마음이 아이처럼 여리면서도 개성이 강한 작가 김덕용의 작업실을 찾았다.

경기도 광주에 있는 작업실까지는 구불구불하여 다시 찾기에는 다소 부담이 되는 길이었다. 내비게이션에 따라서는 안내가 도중에 종료되는 수가 있어서 전화 통화를 해야만 찾을 수 있는 상황도 종종 있다고 했다.

햇볕이 따갑고 무더우며 불쾌지수가 높은 두 시 무렵에 낮잠을 즐겨보려는 작가 김덕용에게 필자는 불청객이 되어 들이닥쳤다. “잠 좀 자려고 했어요. 전업 작가가 이런 맛도 없으면 재미없지요.” 시간에 쫓겨 움직이다 보니 작가의 소중한 낮잠 시간을 빼앗아버렸지만 마음 편한 고향 친구이자 화우(畵友)이기에 미안함보다는 반가움이 더했다.

 

이삼층을 모두 쓰고 있는 작업 공간은 여느 작가들의 것에 비해 넓은 편이었다. 작업실 여기저기에는 나뭇조각들이 흩어져있었는데, 김덕용은 그 사이를 검정 고무신을 신고 지나다녔다. 작가는 전라도 사투리가 은근하게 풍기는 말투로 자신의 작품 세계에 대해, 혹은 술 마시는 것에 대해 구수한 입담을 늘어놓았다.

 


작품 이야기와 술 이야기가 범벅이 되었지만 마치 어느 시골의 사랑방에서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허물없는 이야기를 나누 듯 부담이 없었다.

작업실의 나무 냄새와 더불어 느껴지는 화우(畵友)의 예술세계는 미술평론가의 마음을 흐뭇하게 해주었다.

그는 순수한 우리 한국화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무던히 애를 써 온, 좀처럼 보기 드문 작가이기 때문이다.

김덕용의 작품세계는 한마디로 ‘세계적이면서도 순수한 토종 미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림을 시작할 때부터 한국화를 전공해온 김덕용은 한국화에 대해 불만이 많고 야성(野性) 기질이 다분한 젊은이였다. “조선 시대의 그림을 보나 근대의 선배들의 그림을 보나 느껴지는 것은 거의 모두 중국화적인 냄새였어요. 동양화, 아니 한국화라는 게 중국적인 것은 아니잖아요. 그때부터 저는 정말 순수한 우리 정서가 담긴 그림을 그려야겠다고 맘을 먹었어요.”

김덕용이 그림의 기본 재료로 나무를 사용한다는 것은 많은 미술인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다.

그가 나무를 소재로 사용하게 된 것은 어느 사찰에 놀러 갔다가 오래된 나무 기둥을 보고 선조들의 숨결을 느끼면서부터였다.

그때부터 김덕용은 한국인의 삶의 숨결을 나무를 통해 그림으로 형상화하는 독특한 작업을 하게 되었다. 그 때문인지 그의 작품에는 순수한 한국인들의 삶의 숨결이 나뭇결과 하나가 되어 은근하게 배어있다.

이러한 그림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진지하며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거나 말하려 하는 모습들이다.

어떻게 보면 무표정하고 어떻게 보면 슬픔에 잠겨있는 듯도 하다. 이 인물들의 표정 속에는 세월의 깊이가 들어있고 인생의 허무함이나 아픔도 담겨있다. 작가 자신도 한동안은 이러한 면을 알지 못했다가, 어느 날 김덕용의 작품을 애호하는 한 컬렉터가 “선생님 그림이 점점 실망스럽네요. 갈수록 인물들의 표정이 밝아지고 있어요.” 라고 조언한 것을 계기로 깨닫게 되었다.

그 후부터 작가는 자신의 그림을 더욱 진지하게 바라다보게 되었고, 인물 한 사람 한 사람과 대화하는 마음으로 진지하게 그림을 그리게 되었다.

이처럼 김덕용의 인물 그림은 작가의 마음과 혼이 하나가 되어 전개되고 펼쳐지는 세월과 삶과 역사의 모습이다.

무더위 속에서도 매일같이 작업실을 지키며 예술 혼으로 땀을 자아내고 있는 작가 김덕용은 작가적인 뚝심이 대단하다.

그의 일상은 주로 화면 속의 친구들과 마음을 터놓고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작가는 그런 시간들을 즐기는 것 같았다.

그는 ‘사람을 좋아하지만 그림 그리는 일에 방해가 될까봐 만나는 것을 자제한다.’고 말하면서, 홀로 창작하는 시간이 대부분이기에 정말 외롭다고 엄살을 부렸다. 그러나 가끔씩은 지인(知人)들이나 혹은 언젠가 한번쯤 인연이 되었던 이들과 함께하기도 하는 모양이었다.

대하소설 <토지>로 널리 알려진 박경리 선생이 얼마 전에 타계하였다.

선생을 기리기 위해 최근에 출간된 박경리 시집의 표지에는 김덕용이 그린 선생의 얼굴이 들어있다.

대하소설의 대표적 작가와 순수한 한국적 화가의 조화로운 결합이라고 할 수 있다. 작가 김덕용이 대하소설처럼 넓은 시야로 많은 대작들을 낳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김덕용의 작품은 완성하는 데 유난히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에 그림 구하기가 어느 화랑의 인기작가보다 더 어렵다. ‘작품이란 자신의 의지에 의해서 만들어진다기보다는 나무와 세월에 의해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고 생각하는 작가의 진지한 창작 정신에 공감하면서, 그는 정말 완전하고도 순수한 세계적인 한국화를 그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약 력
   
▲ 김덕용 작가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및 동 대학원 동양화과 졸업
● 개인전 11회
2006 이화익갤러리(서울)
2004 학고재(서울)
2003 헤로프 갤러리(크롬베르그, 독일)
2002 이화익 갤러리(서울)
2001 공화랑(서울)
      삼성플라자 갤러리(분당)
1999 덕원 갤러리(서울)
1997 공평아트센터(서울)
      인데코 갤러리(서울)
1995 단성 갤러리(서울)
1992 관훈 갤러리(서울)
● 초대전
김덕용, Zadok Bem-David 2인전 (I-MYU 갤러리, 런던)
컨텐퍼러리아트경매 (런던크리스티)
아시안 컨텐퍼러리아트페어 (뉴욕, 미국)
아시안 위크 (갤러리27, 런던)
런던 브리지 아트페어 (런던, 영국)
한국미술의 중심전 (한국미술센터)
성남의 얼굴전 (성남아트센터)
북경 아트페어 (북경, 중국)
로테르담 아트페어 (로테르담, 네덜란드)
그림 ‘문학을 그리다’전 (북촌미술관, 서울)
싱가포르 아트페어 (싱가포르, 싱가포르)
멜버른 아트페어 (멜버른, 호주)
20세기 아시아 현대미술제 (홍콩 크리스티)
한국 국제 아트페어 (코엑스, 서울)
화랑미술제 (예술의 전당, 서울)
프라이비트 갤러리전 (가나아트센터, 서울)
동아미술제 작가전 (갤러리 상, 서울)
● 작품소장
국립현대미술관
박수근 미술관
경기도 미술관
외교 통상부
주)스위스 한국대사관
그랜드 인터콘티넨탈 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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