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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칼럼] 지방의회 의원 도덕성 타락 심각

 

지난 15일 서울시의회 신임의장이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하반기 서울시의회의 새로운 지도부를 구성하는 선거에서 자신을 의장으로 당선시켜 달라며 같은 한나라당 의원 30명에게 100만원에서 600만원까지 모두 3천900만원의 뇌물을 공여했다는 것이다.

서울시의회는 뇌물 제공 문제로 논란이 제기되는 과정에서도 원 구성을 강행했고 그 결과 선출된 시의회의장이 직무 첫날 전격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김 의장으로부터 금품을 건네받은 시의원들 중에 새로 선출된 서울시의회 부의장 1명과 상임위원장 2명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고, 경찰의 수표추적 결과 뇌물수수 의원들은 이 돈을 생활비나 해외경비, 채무 변제금, 주식투자 등으로 사용한 것으로 밝혀져 적지 않은 파장이 예고되고 있다.

고양시의회 원 구성 과정에서도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의원이 상임위원장에 출마해 선출과정에서 논란이 있었으나 일괄투표 방식으로 투표하여 당선되는 일이 있었다. 이 의원은 지난 1월 분양권 전매 단속을 무마시켜주겠다는 명목으로 돈을 받은 혐의(변호사법 위반)로 기소되어 1심에서 징역 8월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되어 언론에까지 보도된 인물이었다. 위원장 선출과정에서 변호사법 위반으로 벌금 1천만원이 확정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결국 선출되었다.

나는 시민들을 대표해서 지방정부를 감시·견제해야 하는 의원들은 누구보다 투명하고 깨끗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너무나 당연한 얘기이기 때문에 재론의 여지조차 없다고 느낀다.

 

서울시의회의 사태에 대해 시민사회단체들의 반발은 물론이고 네티즌들이 직업 공무원은 100만원을 받으면 구속수사가 원칙인데, 선출직 공무원은 100만원을 받으면 불구속기소를 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뇌물수수 시의원들을 전원 구속 수사하라는 청원서명을 받고, 단 며칠 만에 1만명이 넘는 네티즌들이 참여한 것은 이런 보통사람들의 상식을 반영한다.

그러나 나와 같은 보통의 상식을 가진 사람들과 의원들의 인식, 실정법 사이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서울시의회의 뇌물을 주고받고 아무렇지도 않게 생활비 등에 쓰는 의원들과 고양시의회의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줄 알면서 선출에 동의하는 의원들을 보면서 의원들의 도덕적 불감증에 착잡한 심정이다.

그런데 법은 더욱 한심하다. 현행법은 선거법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었을 때만 의원직을 상실하도록 되어 있다.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선거법 위반의 경우만 법원에서 정식으로 선거관리위원회에 결과를 통보하기 때문에 다른 범죄에 대해서는 의원들 스스로 알리지 않는 이상 확인할 길이 전혀 없다고 한다. 일단 당선되면 어떤 범죄를 저지르든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얘기다.

공직선거법에 따라 선거에 출마하는 사람은 재산 뿐 아니라 병력, 범죄경력까지 신고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당선되고 나면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재산에 대해서만 변동사항을 매년 신고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범죄경력에 대해서는 전혀 확인할 길도 확인할 이유도 없게 되는 것이다.

공직선거법과 공직자윤리법에서 재산문제를 중요하게 다루는 이유는 선출직 공무원들에게는 일반인들보다 높은 도덕성과 청렴성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선출직 공무원들에게 막대한 권한이 있는 만큼 그 권한과 정보를 이용해 사적인 이익을 추구할 수 없도록 견제장치로 마련된 것이 공직자윤리법이다.

그러나 최근의 사태를 지켜보면서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다. 고양시의원의 경우 ‘분양권 전매 단속을 무마시켜주겠다’는 것은 시의원이라는 신분이 있지 않았다면 애초에 일어날 수도 없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시민들은 그런 사실에 대해 알 수 있는 길이 전혀 없다. 물론 임기가 끝난 후 선출과정에서 시민들의 심판을 받으면 되는 것이 아니냐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그마저도 금고 이상의 선고를 받은 경우만 신고하게 되어 있기 때문에 벌금형을 받은 경우는 확인할 수조차 없다.

죄의 경중도 중요하지만 죄의 내용이 더욱 중요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벌금형이니까 죄가 약하겠지’가 아니라 선출직 공무원이라는 신분에서 해야 될 일과 해서는 안되는 일이 보다 분명해져야 한다.

서울시의원 106명 중 30명이 연루된 최악의 비리스캔들인 서울시의장 뇌물사건의 파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고양시의회도 비리 시의원이 상임위원장으로 있는 한 모든 의원들이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비리의원들은 시민들에게 사죄하고 스스로 사퇴해야 한다. 또 이번 사건을 계기로 선출직 공무원들의 도덕성과 청렴성을 강화할 수 있는 공직자윤리법 개정이 공론화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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