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칼럼] 기상오보청, 믿음주는 기상청으로 거듭나야
[편집국장칼럼] 기상오보청, 믿음주는 기상청으로 거듭나야
  • 경기신문
  • 승인 2008.07.21 18:23
  • 댓글 0
  • 전자신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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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찬형 <편집국장>

“불과 3~4시간 뒤의 폭우도 예측하지 못하는 것이 기상청이냐”, “오늘의 날씨는 내일 알려주고, 내일의 날씨는 모레 알려달라”.

기상청의 날씨예보가 연 4주째 빗나가면서 시민들의 불만과 비아냥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기상청은 지난 18일 밤 11시에 다음날인 19일 남부지방부터 비가 온 뒤 오후부터 전국으로 확대된다고 예보했다. 기상청은 당초 충청지역의 강수량을 5~30mm로 예상했다.

하지만 19일 오전 2~3시부터 쏟아지기 시작한 충청지역의 비는 시간당 10~50mm 가량의 장대비로 굵어졌고 6시간 만에 최고 150mm의 강수량을 기록했다.

서울·경기지방의 사정도 마찬가지였다. 19일 서울·경기지방에는 이른 아침부터 예보에 없던 폭우가 쏟아지면서 오전 8시35분쯤 호우주의보가 발령됐다.

20일 역시 상황은 비슷했다.

기상청은 19일 밤 비가 잦아들자 호우특보를 해제했으나 20일 새벽부터 다시 비가 쏟아졌다 .그러자 다시 오전 7시쯤 기상특보를 발령했다. 기상청이 뒤늦게 한 일은 고작 면피성 해명이었다. 7호 태풍 ‘갈매기’의 탓이라는 것이다.

기상오보는 재앙을 부른다

기상청의 엉터리 예보로 인한 피해도 속출했다. 20일 새벽 0시40분쯤 남양주시 수동면 입석리에서 길이 10m, 높이 7m의 석축이 붕괴돼 주민 3명이 대피했다. 이날 오전 9시쯤 용인시 공원묘지에서는 길이 15m, 높이 5m의 진입로 옹벽이 붕괴됐다.

또 같은 날 오전 7시40분쯤 성남시 중원구 도촌동의 모 아파트에서는 지하주차장이 침수돼 주민들이 이른 아침부터 주차된 차량을 이동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주택침수도 잇따랐다. 갑작스런 폭우로 주말 동안에만 수원시 11세대를 비롯해 안양, 용인 등에서 모두 15세대가 물에 잠겼다. 앞서 19일에는 광주시에서 여자 초등생이 급류에 휩쓸려 실종되기도 했다.

기상청, 엉터리 예보청 오명 벗어야

기상청은 지난 2006년 10월 그동안 시·도별로 제공했던 날씨 정보를 동네별로 세분화해 제공하는 디지털 예보를 하기로 했다. 잃었던 신뢰를 회복한다는 거창한 목표로 시작한 서비스다.

지도에서 특정지역을 선택하면 기온과 하늘 상태, 바람, 습도 등 12가지의 기상정보를 3시간 간격으로 상세하게 보여주고 예보구역을 5㎞로 잘게 나눠 기존의 시·도별 광역예보 대신 읍·면·동 단위 3만7천여 개 동네예보가 가능하게 했다. 지역과 시간을 잘게 나누자 예보 정확도가 오히려 높아졌다는 것이 기상청의 분석이다.

2년 동안의 시험운영 결과 86.9%의 정확도를 기록해 현행 예보 정확도 85%를 웃돌았기 때문이다. 기상청은 지점예보를 하게 되면 과거 70%인 국민의 기상정보 체감만족도를 훨씬 더 올릴 수 있으리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하지만 여름에는 예보의 정확도가 크게 떨어진다. 실제로 지난 2005년 8월 디지털 예보의 강수유무 정확도는 연중 가장 낮은 67%까지 떨어졌다. 관측망 확충과 함께 수치예보의 정확도 향상, 그리고 전문 통보관의 양성이 급선무인데도 이를 충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중국을 보고 벤치마킹하자

중국은 요즘 ‘100년만의 꿈’을 이루기 위해 기상과의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 2008년 8월 8일 저녁 8시 8분 8초에 시작되는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을 맑은 하늘 아래에서 치르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중국은 8월 8일 개막일 이전에 수은 포탄을 하늘에 대고 터뜨려 미리 인공으로 비를 내릴 계획이다.

삼국지 연의에서 나오듯 제갈량이 동남풍을 부른 것은 우연도 필연도 아니다. 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강남지방에서는 원래 동지 무렵에 일시적으로 부는 동남풍이 있었다. 동남풍이 부는 시기를 미리 알아 낸 제갈량이 이를 바탕으로 그럴싸한 연극을 꾸민 것이라 할 수 있다.

조선조 영조대왕때에는 개기일식이 다가올 즈음이면 천문관은 미리 대왕에게 고해 제사겸 반성의 행사를 가졌다. 임금은 일식이 이어지거나 가뭄이 계속되면 식음을 거의 전폐하고 ‘내가 부덕한 탓’이라고 자책하며 제사를 지냈다.

연 4주째 이어지는 기상오보로 국민들의 불신은 극에 달해 있다. 후진국형 기상오보에 시달리는 국민들은 이제 기상오보청이 ‘믿음주는 기상청’으로 거듭 태어 나기를 고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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