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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식칼럼] 어이없는 국방부의 ‘다케시마’ 표기

 

국방부가 일본방위성이 발간한 ‘2007 일본방위백서’를 우리말로 번역하면서 독도를 ‘다케시마’로 옮긴데 그치지 않고, 지도 범례(凡例)에 ‘항공경계관제부대’라는 설명을 붙임으로써 독도에 레이더 기지가 있는 것 처럼 오해를 유발해 물의를 빚고 있다.

이같이 어처구니 없는 일은 국방부가 한나라당 김영우 의원(포천·연천)에게 제출한 자료에 의해 확인됐다. 물의가 일자 국방부는 “번역본을 만들면서 인쇄과정에서 실수가 있었는데 군 실무자가 제대로 감수하지 않아 벌어진 일”이라며 공식 사과했다.

국방부는 국가와 국민의 생명, 나아가서는 영토 수호를 제일의(第一義)의 책무로 하는 군정(軍政) 기구이다. 특히 영토 수호에 관한한 국방부가 담당해야할 책무는 절대적이며 영토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전쟁도 불사해야 하는 국방의 최후 보루다.

그런 국방부가 일본방위성 주장대로 ‘독도’를 ‘다케시마’로 표기하고, 있지도 않은 레이더 기지가 있는 것 처럼 오기(誤記)했으니 어이없다 못해 실소를 금치 못할 일이다.

국방부 해명과 사과에도 불구하고 이 번역본이 국제사회에 미칠 영향과 일본을 미소짓게 하고, 우리 국민에게 실망을 안겨준 점을 상기하면 단순한 사과로 끝낼 일이 아니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는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씨 피격사건, 북핵문제, 멕시코 교민 납치사건 등 내외 악제가 겹쳐 혼란을 겪고 있다. 특히 독도 영유권에 대한 일본의 도발은 한일관계의 미래를 알 수 없게 하는 난제로 최종적으론 국방부가 대응해야할 최대 현안이다.

따라서 독도문제는 정부와 국방부가 통합되고 일관된 대일 억지책을 마련하고 더 이상 도발할 경우 불행을 자초한다는 경고를 보내야 할 처지인데 일개 백서 번역 과정에서 일본에 이롭게 하고 우리나라에 불리하게 정역(定譯)하지 못했다면 이는 군기 해이로 볼 수밖에 없다.

원론적으로 말하면 번역은 원본에 충실하는 것이 원칙이다. 아마도 번역자는 이 원칙을 지켰을지 모른다. 그러나 원본의 내용이 사실(史實)과 다를 경우 주역(註譯)을 통해 바로 잡는 것이 정석인데 국방부 번역자는 이 점을 간과했다.

감수를 소홀히 한 것은 번역상의 오류보다 더 큰 문제다. 감수는 특정 출판물 또는 저서의 진실 여부와 오탈자 등을 밝히는 최종 단계이기 때문에 번역의 오류나 오기는 마땅히 걸러냈어야 옳았는데 결과적으로 눈 감고 감수한 꼴이 되고 말았다. 감수과정에서 ‘다케시마’ 표기를 문제 삼고, 레이더 기지 상주 따위의 오기를 지적했더라면 어처구니없는 사태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설령 최종 감수에서 놓친 것을 인쇄후에 알았다면 정오표(正誤表)라도 붙일만 했는데 그나마 놓쳤으니 할말이 없게 됐다.

굳이 이 일을 더 문제삼을 생각은 없다. 다만 우리들끼리는 국방부 사과 마따나 실무자와 감수자의 실수이겠거니 이해할 수 있으나, 이 오류본을 일본이 악용할 경우를 상정(想定)하면 예사로 넘길 일이 아니다.

일본과 일본인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 이상으로 치밀하고 교활하다. 그들은 개인의 이익보다 국가 이익을 우선시하고, 국가 이익을 위해서라면 개인의 희생 쯤 초로와 같이 여긴다. 뿐만 아니라 조직력과 단결력이 뛰어난데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고도의 권모술수를 주저하지 않는다. 그런 일본이 우리의 오류본을 확보하지 안했을리 없다.

전적으로 추측이지만 독도 분쟁이 가열되고, 저들의 속셈대로 국제재판소까지 문제가 비약된다면 오류본을 증거로 내놓고 생떼를 쓸 가능성도 없지 않다. 있을수없는 일이지만 만에 하나 그같은 상황이 벌어졌을 때 ‘오역’이고 ‘오류’라고 변명하는 것이 얼마나 구차하고 창피한 일이며 자존심 상하는 일이겠는가.

모든 인간은 실수를 하게 마련이고, 실수를 통해 새로워진다고 하지만 국가 안위와 직결되는 국토 영유권에 관한 실수는 용납될 수 없다. 국방부는 이번 과오를 계기로 모든 외국문서 번역 시스템을 일제 점검하고, 더 나아가서는 국가관에 입각한 번역 체계화와 전문화에 일신을 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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