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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식칼럼] 누굴 위한 ‘찻잔속의 태풍’인가

 

‘전봇대 뽑기’로 상징되던 이명박 정부가 참여정부의 ‘선 지방발전, 후 수도권 규제합리화’ 정책을 승계하기로 한 것과 관련해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엇그제 ‘배은망덕’이란 거칫말을 쏟아냈었다.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인과관계가 있는지, 그토록 막말을 해도 흠이 되지 않을 만큼의 막연한 사이인지는 알 수 없지만 국가 원수에 대한 지방장관의 발언치고는 도를 넘어 섰던 것이 사실이었다. 하기야 김 지사의 폭언이 개인적 감정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규제 강화에 시달리고 있는 경기도민의 분노를 대변한 일련의 분풀이라고 정치적으로 해석할수도 있다.

 

그러나 말이란 일단 입 밖으로 나가면 도로 주어 담을 수 없고, 그 말로 인해 생긴 상대방의 상처는 생각보다 오래 갈 수 있으므로 없었던 일로 하기 어렵다.

문제는 도전했으면 반듯이 얻어내는 것이 있어야 하는데 과연 무엇을 얻어냈으며, 얻어낼 것으로 기대할 수 있겠는가이다. 모름지기 양자 사이에 없어도 좋았을 감정의 골이 생겨 될 수 있는 일도 안되고, 도와 주고 싶었던 마음까지 싸악 가시지나 않았는지 걱정이 앞설 뿐이다. 김 지사의 일갈은 한 순간 도민에게 위안을 주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결국은 ‘찻잔 속의 태풍’이 되고 말았다.

이런 정황을 감지했는지, 도는 대 이명박 정부 투쟁방식을 강경 일변도에서 논리적 학술적 대응으로 바꿔나갈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우선 31일과 다음달 5일 두 차례에 걸쳐 정부의 지역발전 정책과 관련한 토론회를 개최한다.

 

토론회 주제가 말해주듯이 이명박 정부의 지역발전 정책에 대한 비판과 대안 제시가 주된 골자다. 두 차례의 토론회가 어떤 대안을 내놓을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수도권 규제완화를 위한 대정부 투쟁방식을 감정적 방식이 아닌 이성적 방식으로 바꾸었다는 점은 평가할만 하다.

경기도는 지난 10년 동안 기업활동과 주민의 재산권 행사를 침해하는 수도권 규제를 풀라며 아우성칠만큼 쳤었다. 도를 중심으로 도민과 상공인까지 합세해 궐기대회, 규탄대회, 서명운동까지 펼친 것이 어디 한 두 차례인가.

 

속된 말로 때로는 정부에 협박도 하고 엄포도 놨지만 얻어낸 것은 눈 씻고 보기 어렵고, 돌아온 것은 공허한 메아리 뿐이 아니었던가. 결국 경기도의 대정부 투쟁은 실패한 것이다. 원인은 여러가지가 있겠으나 강경 일변도만 있고, 유연성과 이론적 학술적 뒷받침이 없었던 것이 패인이었다. 강하면 부러지게 마련이다.

 

그것도 쇠부치 같으면 땜질이나 해서 다시 쓰지만 나무 토막은 부러지는 순간 화목밖에 안된다. 또 하나 역대 경기도지사의 처신에 문제가 컸다. 도지사는 행정과 정치를 아우르는 신분이지만 본분은 어디까지나 도정에 최선을 다하는 일이다.

 

그런데 이인제, 손학규 전 지사는 물론 현 김문수 지사까지 도정보다는 정치를 선호하는 스타일이다. 전임 두 지사는 도정을 대권의 징검다리로 이용했다. 염불은 뒷전인 채 잿밥에만 눈독을 드렸으니 도정이 제대로 되었을리 없다.

그렇다고 성공한 것도 아니다. 경기도민은 개인의 영달을 위해 잔재간 부리는 함량 미달의 정치인을 좋아할만큼 어리석지 않다. 김문수 지사도 이런 인식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 명심해야할 것이다.

도의회 박세혁 의원이 “김 지사의 행동은 대권 후보의 선전과 포플리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한 쓴 소리도 충고로 귀담아 들어야할 것이다. 본분인 도정에 성공하면 본인이 원하지 않아도 기회는 오게 마련이다. 김 지사가 대권의 꿈이 있다면 도정을 위해 헌신하는 것이 선행 조건이다.

아무튼 경기도는 가혹한 규제와 속박에서 자유스러워지기 위해서, 더 나아가서는 경기도의 ‘경제해방’을 위해 각계 각층의 지혜와 역량과 용기를 결집시킬 시점에 왔다.

도는 연구단체와 시민단체의 조언을 받아 중앙정부로 하여금 정책을 수정할 수밖에 없는 대안을 마련해야할 것이고, 도민은 지역 상공단체 및 상공인과 연계하여 민간 차원의 서명운동과 차원 높은 집회를 통해 정부를 압박하는 등 가능한 수단과 방법을 아끼지 말아야할 것이다. 특히 도의회는 1천100만 도민의 대의기구 답게 종전과 같은 피켓시위 함성 결의대회 따위를 청산하고, 중앙정부의 오금을 저리게 하는 투쟁방안을 개발해 내야할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두뇌면에서 집행부보다 열세인 것은 분명하지만 늘상 동조하거나 영합하는 것 만으로는 도의회의 권위를 세우기 어렵기 때문이다. 더 이상 ‘찻잔 속의 태풍’, ‘맥빠진 메아리’ 소리는 듣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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