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우리 청소년들이 그나마 한숨을 돌릴 수 있는 때가 방학 때가 아닌가 싶다. 그렇지만 조금은 여유를 누려야 할 방학 기간에도 우리 청소년들의 숨을 가쁘게 하는 여러 문제들이 있다.

입시 문제 때문에 사교육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형편이야 새삼 더 얘기 할 필요가 없을 터이지만, 교육과정 운영지침에 따라 시수가 정해져 있는 봉사활동을 ‘채워야’ 하는 문제도 한번 짚어봄직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주지하다시피 학생들의 봉사활동은 1995년 소위 ‘5·31 교육개혁’에 의해 교육과정에 편성되면서 제도화된 바 있다. 당시 봉사활동이 도입된 취지는 공동체 의식의 함양과 조화로운 인성 발달을 추구하자는 것이었다.

학생들 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봉사와 나눔의 정신이 희박해지고 있던 당시 상황에서는 매우 획기적이고 의미있는 시도였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많은 학생들이 실질적으로 봉사활동에 참여하게 되고, 다른 분야의 봉사활동이 활성화되는 계기를 마련하기도 하는 등 많은 성과를 거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 시점에서는 입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교육 현실과 맞물려 여러 가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한 문제의 하나로 먼저 봉사활동 실적이 시간기준으로 학교생활기록부에 점수화되고 기록됨으로써 생기는 부작용이다. 이 때문에 봉사활동의 참된 의미나 봉사학습으로서의 기대와는 거리가 먼 형식적 시간 채우기, 점수를 따기 위한 활동, 확인서 부정발급, 자녀를 위한 부모의 대리 활동 등 봉사활동 취지와는 거리가 먼 기형적 형태나 편법이 도처에서 확인된다.

다음으로는 청소년인 학생들의 욕구와 거리가 먼 단순 일손 돕기 위주의 활동이 주종을 이룸으로 인해 생기는 참여 동기 부족의 문제가 있다. 이 때문에 스스로의 보람과 자긍심을 체험하는 활동이 되기보다는 단순한 시간 채우기식 운영이나 내신 반영되는 점수를 위해 억지로 활동을 연출해야 하는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봉사활동은 그 자체로 소중한 가치를 지닌 활동이지만 대다수 학생들이 참여하고 있는 청소년봉사활동은 자선적·시혜적 활동에 치중하는 일반 자원봉사활동과는 달리 봉사학습·체험학습 의미가 확인될 수 있는 내용과 형식을 갖추고 진행될 수 있어야 한다.

다른 한편으로 청소년자원봉사활동은 사회적 약자일 수 있는 아동·청소년의 사회적 권익을 증진과 참여를 통한 기여, 그리고 진로 탐색의 실질적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가 다시 한번 주목하고 사회적 지원을 강화해야 할 부분임을 확인해야 한다.

지금 주요국가의 교육개혁이나 청소년정책의 동향에서 공히 청소년들의 자원봉사활동을 활성화하고자 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이다. 그리고 이는 인적 자원 활용이나 고령사회에 대한 대비책으로서도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또한 청소년자원봉사활동은 자발성에 기초한 활동으로서 아동·청소년의 잠재력 실현과 역량 강화를 위한 다양한 청소년활동의 출발점이 되는 활동이라는 점도 분명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인성교육 차원에서 학생자원봉사활동을 제도화한 이후, 앞서 살펴본 여러 가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청소년자원봉사활동의 양적 증가추세는 지속되고 있다.

2008년 현재 중고생 기준 4백6만6천명, 학령인구 기준 1천3십6만7천명(21세 미만 대학생 포함)이 청소년자원봉사활동의 참여 대상이 되고 있다. 현장에서 확인되는 문제점을 불식시키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는 동시에, 전세계적으로 청소년의 사회적 참여, 생애핵심역량 및 직업역량 개발의 차원에서 청소년자원봉사활동을 강조해 강화하고 있는 영국, 미국, 일본, EU 등 사례를 참조해 보다 적극적으로 청소년 봉사활동 활성화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할 것이다.

참고로 생애핵심역량이란 OECD가 주요국가를 대상으로 한 연구를 통해 지식정보사회에서 성공적인 삶을 위해 필요하다고 설정한 개념으로, 생애핵심역량은 사회성(협동), 문해력(이해력 및 응용력), 학습능력(평생학습), 의사소통능력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