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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칼럼] 여성 한부모가정 주거문제 해법 필요

 

그냥 덥다고 하기에는 한참 부족한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날씨는 더우면 더운 대로 추우면 추운 대로 어려운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 힘이 있다. 아침 라디오프로그램에서 새 에어컨을 장만한 형제에게서 중고 에어컨을 얻어 온 가족이 행복한 환호성을 올리다 1달 후 전기요금 고지서를 받고는 에어컨을 틀자 말자 전쟁을 치른다는 사연을 들었다.

에어컨을 놓고 틀까말까를 고민하는 서민들의 삶도 애처롭지만 그보다 더 열악한 환경에서도 삶의 희망을 놓지 않고 있는 여성가장들의 모습을 보면 그마저도 행복한 고민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올 초부터 SBS의 후원을 받아 한국여성재단에서 2008년 특별기획사업으로 시행하는 ‘여성가장 긴급지원 캐쉬 SOS사업’이란 것이 있다.

이 사업은 국민기초생활보장법상 최저생계비대비 120~150%에 해당하는 저소득층 여성가장과 남편이 있더라도 병중, 구속, 가출, 장애 등으로 실질적인 경제활동이 불가능해 본인의 수입으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으며 부양가족이 있는 실질적인 여성가장들을 대상으로 1인당 500만원의 범위 내에서 연리 2%의 금리로 학자금, 의료비, 주거비, 창업비 등을 대출해 주는 것이다.

특히 이 사업은 단순히 필요자금을 빌려주는 대부사업이 아니라 여성가장들이 힘을 갖고 삶을 꾸려나갈 수 있도록 지지하고 격려하는 모임의 운영과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교육을 병행하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이를 위해 이미 한부모사업을 진행하고 있던 여성단체들의 네트워크 형식으로 사업이 진행된다.

다른 어떤 때보다 무더위가 야속한 것은 이 사업을 통해서 만난 여성가장들의 삶의 모습 때문이다. “여보세요.… SOS 여성가장… 지원한다고 해서 문의하려고요.…” 말끝을 흐리며 어렵사리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여성가장들의 목소리를 통해서 확인하게 되는 여성가장들의 삶은 나도 같이 깊은 숨을 들이마시게 한다. 이들의 사연은 기름 값 폭등, 가파른 물가 상승률 등으로 IMF 때보다 더 어렵다는 얘기가 공공연한 오늘의 현실을 절감하게 하기에 충분하다.

일산으로 대표되는 고양시의 넉넉하고 부유한 이미지와는 전혀 다르게 보증금 2~300만원 수준의 지하방에서 세 가족, 네 가족이 곰팡이와 함께 동거하는 여성가장가정에게 무더위는 정말 큰 고역이 아닐 수 없다. 이들은 대부분 비정규직에 월 8~90만 원 정도의 월급으로 달세 30여만 원을 내고 아이들을 키우면서 생활하고 있는데, 양육과 관련한 남편의 조력은 기대할 수도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심한 경우는 보증금이 없어 달세만을 내는 집에서 아이를 양육하고 있다. 달세가 밀리면 바로 거리로 나앉아야 하는 불안정한 상황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애초부터 아이들 사교육은 꿈도 못 꾼다. 그럴 수 있는 여력이 전혀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수입보다 지출이 많은 생활이 반복되다 보면 신용불량 상태에 빠지지 않을 수가 없다.

2007년 통계에 따르면 여성 취업자 중 임금근로자는 67.7%인데 이들 중 상용근로자는 27.0%에 불과하고, 임시직이 30.0%, 일용직 10.8%로 여성들의 종사상 지위는 남성에 비해 여전히 취약한 위치에 있다. 임금 면에서도 근로시간은 남성의 96.7%인데 반해 임금은 남성의 63.4%에 그쳐 여성의 임금 수준이 매우 열악하다.

흔히들 맞벌이 하지 않으면 살기 어렵다고 한다. 그럼에도 여성가장들은 남성 임금의 63.4%의 수입으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한다. 당연히 힘겨울 수밖에 없다.

여성가장들에게 가장 어려운 일은 큰돈이 들어가야 하는 주거와 관련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지원사업의 거의 대부분이 주거비 명목으로 대출되고 있다는 사실이 많은 여성가장들이 주거문제로 고통 받고 있음을 말해 준다.

그나마 SBS에서 여성가장들의 어려운 처지를 이해하고 이런 기금을 마련해 준 것이 여성가장들에게는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모른다. 비록 적은 금액이지만 삶의 희망조차 없이 근근이 살아가는 여성가장들에게 작은 조각일지라도 희망이라는 것을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은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다. 일회성 사업이 되지 않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있었으면 한다.

특히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여성가장세대의 주거문제에 대한 정책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제 5가구 중 한 가구가 여성가구주 세대가 됐다. 여성가구주 세대가 모두 한부모가정은 아니겠지만 이미 얘기했듯 여성가장들은 고용상의 지위나 임금 면에서 열악한 상황에 놓여있기 때문에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데 한계가 있다. 정책적인 지원이 절실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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