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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현칼럼] ‘거주자 우선 주차제’ 전면 확대해야

 

주택가에서는 매일 아파트 단지에서는 볼 수 없는 진풍경이 벌어진다. 주차공간 확보를 위한 주민들간 주차장 쟁탈전이 그것이다. 자기집 대문 앞을 확보하기 위한 적치물 설치와 이를 무시하려는 이웃 주민간 심리전은 자칫 분쟁으로까지 확대돼 언성을 높이는 경우가 많다. 협소한 주차공간으로 인해 빚어지는 웃지못할 사연들이 주택가 주민들의 마음을 황폐하게 만든다.

오래된 주택가 골목길은 아예 주차장이 없어 한쪽에 차를 세우고 나면 차량이 교차 통과하는 것 조차 어려워진다. 아침 출근시간대면 겹겹이 주차된 차를 순서에 따라 출발시킬려는 주민들의 마음이 바빠진다. 골목길 주차에 실패한 일부 주민들은 한참 떨어진 이면도로변에 차를 세우게 마련이고 아침 출근시간에 여지없이 거둬들여야 하는 불법주차 과태료 고지서는 허탈감마져 안겨준다.

특히 주차난에 시달리며 살아가는 주민들은 항상 화재의 위험성을 안은채 살아간다. 만약 화재가 발생하게 되면 골목길 입구부터 빼곡히 주차된 차량들이 대형 소방차의 진입을 가로막는다. 겨우 차량 한대 빠져나가기도 힘든 우격다짐 주차도 소방차의 진행을 방해한다. 자칫 화재발생시 대형사고로 이어질 위험성마져 안고 있는 것이다.

주민들은 고육지책으로 담을 헐어 주차장을 만들려니 마당이 좁아 여의치 않고 더욱이 비용부담도 만만치 않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형편이다. 수원시는 주택가 골목이나 인근 도로변 주차장을 1가구 1차량에 한해 인근 주민에게 우선 배정해주는 ‘거주자 우선 주차제’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이용하는 주민은 월 3만원의 주차요금을 지불하게 된다.

‘거주자 우선 주차제’는 이웃간 주차분쟁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추진하는 것으로 시는 오는 11월부터 14개동 30군데에 1천305대의 주차공간을 확보해 시범 운영한 뒤 내년에 공원 주변과 공영주차장으로 대상지역을 넓히고 2013년까지 상가 주변 도로까지 확대해 모두 3만1천여대의 우선 주차공간을 확보할 계획이다.

시는 지난 한해 주차환경 실태조사결과 차량등록대수가 36만여대인데 반해 주차면수는 29만여대로 주차가능비율이 78%로 나타났다. 이는 경기도 평균 81%에도 못미치는 수치다. 더욱이 곡반정동 등 원룸이 밀집된 지역은 원룸건물 1곳당 5~6대의 주차면이 확보됐으나 실제로는 20대 이상 주차를 하고 있어 주차난이 심각하다는 결론에 따라 ‘거주자 우선 주차제’를 그 대안으로 제시하게 된 것.

‘거주자 우선 주차제’ 모범도시는 울산 남구다. 남구는 지난해 시범실시에 이어 7월부터 전역으로 확대시행하고 있다. 이에 대한 주민 홍보는 충분히 됐음에도 불구하고 부정주차를 일삼는 얌체족 등 부정주차 차량 840대를 견인하고 3만5천대를 자진 이동시키는 등 강력한 조치를 취했다. 구는 앞으로도 경차전용구간을 설치해 거주자 우선 주차제 정착에 주력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도내에서 ‘거주자 우선 주차제’를 처음 도입한 곳은 성남시 수정구다. 지난 1997년부터 이 제도를 시행했으나 주민반대에 부딛쳐 시내 전역으로 확대시행하지 못했다. 확보 가능한 주차면이 부족한데다 주차장법 등 제도정비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사업을 무리하게 밀어 붙였기 때문이다. 더욱이 야간에 불법주차가 기승을 부리고 있으나 견인인력 부족으로 즉각적인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과천시는 주택가 주차난 해소를 위한 ‘거주자 우선 주차제’가 실효를 거둔 케이스다. 2004년 11월 서울 서초구와 인접한 주암동 장군마을은 주차면이 부족한데다 외지차량 유입이 많아 주차난이 심각했으나 거주지 차적 차량을 마을 주차장에 우선 주차토록 하는 ‘거주자 우선 주차제’를 시행해 주차난이 대폭 해소됐고 화재 등 긴급 상황 발생시 소방차나 응급차량 소통이 원활해졌다.

‘거주자 우선 주차제’는 필요한 만큼의 주차면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또 주차권자의 허락이나 양해 없이 무단으로 거주자 우선주차면을 점유하면 관할구청은 즉각 단속과 견인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래야만 주민들이 원하는 ‘거주자 우선 주차제’의 성공을 기약할 수 있다.

‘거주자 우선 주차제’는 지방세체납자 및 교통관련 세외수입 체납자에 대해서는 주차구획을 배정하지 않는다. 울산시 남구는 신청자 2천192명 중 922명(42%)이 밀린 자동차세 등을 납부하는 효과를 거뒀다고 한다. 수원시는 지난 2000년부터 우선 주차제 도입을 추진해 왔으나 여론수렴과정에서 주민들의 강한 반대여론에 부딛쳐 무산된 경험을 갖고 있다. 이번에는 성공해 전역으로 확대했으면 한다.

안병현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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