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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칼럼] 저 미친교육을 어쩌란 말이냐?

 

요즈음 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다 보면 젊은 엄마가 팔에 안고 가는 작은 아이의 귀에 대고 영어로 ‘저건 카야, 자동차!’, ‘저기 더그가 가네, 더그는 멍멍이를 말하는 거야’하면서 아이에게 영어로 말해 주는 모습을 종종 목격할 수 있다. 소위 영어몰입교육을 실천하고 있는 중이다. 대한민국에서만 볼 수 있는 진기한 풍경이다.

불과 18세의 여성(?) 여자아이(?) 세계 최연소 교수가 우리나라에서 탄생하였다. 그러나 아쉽게도 우리나라 대학에서 임용만 되었을 뿐 대한민국 사람은 아니다.

모 대학교 신기술융합과 외국인 전임 교원인 사버교수는 10세이던 1999년 미국 스토니브룩 대학에 입학해 14세이던 2003년 졸업하고 15세 때는 미국 국방부에서 15만달러의 연구기금을 받는 등 천재소녀로 불리는 미국인이다. ‘특별한 천재 양육비결’이 있었느냐는 취재진의 물음에 그녀는 이같이 답했다. “부모님들은 나에게 특별한 공부를 시키거나 하는 양육법은 없었다. 내가 하고자 하는 걸 도와줬을 뿐 거의 방관하였다”라고.

우리나라에서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우리나라 강남 어느 집에선가 만일 자기 자녀에게 ‘아무런 특별한 공부도 시키지 않고 내버려 둔다면? 아마도 ‘저 엄마 미쳤나봐’ 할 것이 분명하다. 대한민국에서는 자기 목이나 제대로 가눌까 말까한 4개월짜리를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이 유료로 운영되는가 하면 초등학교도 들어가기 전인 5~6세 아이들이 일주일에 6가지 또는 7가지의 특별교습에 등록되고 있다.

 

초등학생들은 과외로 몰려다니고 있으며 중학교에서는 고등학교 2학년 과정을 학습시킨다. 고등학교에 입학하면 밤 11시에 시작하는 학원교습을 받으러 졸리운 눈을 비비는 아이들을 태우기 위해 학교 정문 앞에 학원버스들이 장사진을 치고 있는 나라. 교복 입은 아이들이 광화문 사거리에서 교육부에 대고 “우리도 인간이다. 잠 좀 자자, 밥 좀 먹자”를 외치는 나라.

미친교육! 미국 세계 최연소 교수의 부모가 하는 교육이 미친교육인지 대한민국 교육부 지침에 따른 교육이 ‘미친교육’인지 도무지 알 수 없다. 그래서 더욱 헷갈려서 정말 미치겠다고들 한다.

우리나라의 교육 현실 때문에 대한민국 엄마들이 미치겠다 한다. 이유는 두 가지이다.

하나는 남편의 작은 월급으로는 급경사로 올라가는 아이들 학원비를 감당할 수 없어 돈을 벌기 위한 갖은 수단을 찾아보느라 미치겠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아이들 학원, 과외 일정에 바쁜 아이의 스케줄과 가방 관리(?)를 위해 남들은 신형 보모까지 두는 마당에 겨우 쥐꼬리만한 돈벌이 하자고 아이를 팽개치고 나가 돌아다니자니 아이들이 걱정되어 미치겠다고 한다.

“여성들이여, 아내들이여, 집안에만 있지 말고 사회활동을 하라. 돈을 벌어라, 돈이 인격이며 경제력이 능력이다!” 하면서 여성들의 사회참여 경제활동 참여를 부추기고 있는 한편, 다른 쪽에서는 자녀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다니던 직장도 그만두어야 할 만큼 철저하게 엄마들을 아이들의 교육에 곤두서게 하는 대한민국의 이중적인 교육방침 때문에 엄마들이 어찌할 바를 몰라 한다.

직장에 다니는 엄마들의 경우 직장을 그만두자니 학원비나 물가상승이다 해서 불안하게 만들고, 직장생활을 계속하자니 전업주부엄마를 둔 옆집 아이에 비해 자녀교육에 대한 온갖 정보에서 소외되어 모든 면에서 지진아를 만들어 버릴 것 같아 불안하기 짝이 없다.

내년부터는 전국적으로 실시되는 일제고사와 학교간의 점수발표로 인해 전국 초·중·고등학교들이 일렬로 줄세워진다. 세계적인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선 청소년들 시기부터 철저하게 ‘경쟁’을 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분이 서울시교육감으로 당선되었기 때문이다.

경쟁? 듣기만 해도 땀띠 나는 이 낱말을 이제 대한민국의 아이들은 생후 한달 두달이 아니라 엄마 뱃속에서부터 경쟁을 시작해야 되는 시기가 눈앞에 다가왔다.

어려서는 아이들답게 열심히 놀고, 열심히 잘 노는 아이들에게 이 담에 커서 경쟁력도 더 생긴다는 인간성에 대한 기본철학조차 부정해버리는 대한민국의 공교육제도.

돈들여 교육시키고 돈들여 아동청소년클리닉에서 치료받는 대한민국의 공교육제도 아래서 어쩌란 말이냐? 대한민국의 엄마들은.

양혜경<용인성폭력상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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