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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칼럼] 아이들에게 문화체험의 기회를 주자

 

‘다코의 하루’는 방학기간을 이용하여 우리 동네 다큐만들기 프로그램에 참여한 초등학생 3명이 만든 영상작품 제명이다.참가학생의 집에서 키우는 애완견 다코가 거리로, 공원으로 산보를 하는 동안 세상의 표정이랄까 사람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잠깐 바라보는 5분 미만의 짧은 영상이다.

어린이들이 촬영과 편집에 대해 몇 차례 강의를 들으며 실습삼아 만든 작품이기에 영상 자체는 그리 대단한 수준은 아니다.

 

그런데 카메라의 ABC도 모르던 학생들이 주제를 정하고 스스로 촬영한 것을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편집을 하고 음악효과를 입히고 해설까지 학생의 목소리로 녹음하는 등 한 편의 다큐를 기획하여 완성했다는 뿌듯한 표정들이 대견스러웠다.

 

스무 명 남짓 참가 멤버 중 훗날 다큐 작가 지망생이 나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아마추어들의 작품 시사회를 흐뭇하게 지켜볼 수 있었다.

같은 시기 유럽의 어느 유학생이 아르바이트를 하며 겪은 내용은 사뭇 특별하다.

반에서 1등하는 초등학생들을 모아 참가비를 수 백만원이나 들여 구성한 해외연수 프로그램인데, 아침 7시에 일어나 밤 10시까지 강행군의 연속이라 아이들이 교대로 코피를 쏟으면서도 단 한마디의 불평도 없이, 단 1명도 낙오하는 학생 없이 2주간의 과정을 마쳤다고 한다.

한국인의 강인한 정신력은 올림픽 무대에만 그치는 것이 아닌 모양이다. 그 중에는 1주일에 학원을 12곳이나 다니는 학생도 있어, 힘들지 않느냐, 다니는 학원 수를 좀 줄이면 어떻겠냐고 했더니 그의 답변은 놀랍게도 엄마가 좀 줄이자는 걸 본인 이 우겨서 계속 다니는 것이고 부모가 자신의 미래를 위해 투자를 하시는데 힘이 좀 든다고 중단할 수 없다는 단호한 태도였다고 한다.

그런데 그 유학생은 영국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며 교내 피아노콩클에서 1등을 하여 200파운드 상금을 받기도 하고, 고3시절에도 오후 서너시면 수업을 마치고 수영을 즐기고 하프 마라톤도 뛰면서 영국의 명문대학에 입학하여 현재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그런 그가 안타까와 하는 것은 한국을 대표할 만큼 훌륭한 우리 어린이들이 나이에 걸맞는 동화도 읽고 연극도 보면서 미술관을 다니면서 문화체험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초등학생이 새벽 5시 반에 일어나 밤 12시까지 학교와 학원을 오가며 공부에 얽매여 산다는 건 어떤 설명을 하더라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전 세계인을 상대로 경쟁력을 배양한다고 짐작할 수는 있지만 그래도 우리의 교육현실은 분명 문제가 있는 것이다.

100여개가 넘는 전국 문예회관 대부분은 시민들을 위해 다양한 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안산에서는 올해 발달이 더딘 고교생들을 위한 목공예교실을 처음 개설하였는데 교육 프로그램 중 단연 인기가 높다. 학생들 스스로 나무를 자르고 다듬는 것을 재미있어 하고 학부모와 선생님들도 예술교육을 통한 정서함양에 긍정적인 평가를 해주신다. 그래서 가을에는 수강 대상을 늘리고 음악교육도 시행할 계획이다. 노래도 가르치고 간단한 악기도 연주하는 법을 배워줄 예정이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지진아와 문제학생들을 위한 예술교육 프로그램이 활발한 편이다. 그리고 이런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지 않는 극장은 공공기관의 지원 혜택이 줄어들게 마련이다. 그만큼 예술교육의 가치에 대해 사회적인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는 것이다.

이제 21세기가 문화의 세기라고 강조하는 것도 새삼스럽고 상상력과 창의력이 삶의 능력이라고 강조하는 것도 진부하다.

다만 우리 어린이들의 학창시절 전 기간을 공부에만 매달리지 않고 문화체험의 기회를 갖게 하자. 그리고 나와 생각이 다르고 환경이 다른 사람 혹은 종교가 다르고 언어가 다른 이웃까지 따뜻하게 감싸는 지혜를 배워 주자.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는데 극장예술보다 더 좋은 교재는 없다. 집집마다 한 달에 하루쯤은 온 가족이 극장가는 날을 정하고 실천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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