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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시론] 우리 교육의 기준, 누가 정하나

 

지난 7월 중순, 일본 문부과학상과 관방장관은 함께 “우리나라(일본)와 한국 사이에 다케시마(독도)를 둘러싸고 주장에 차이가 있다는 점 등을 가르쳐 북방영토(쿠릴열도)와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영토·영역에 관해 이해를 심화시키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침이 포함된 새 ‘학습지도요령해설’을 발표했다.

“한국의 반발은 시간이 가면 가라앉을 것”이라고 한 후쿠다 야스오 총리의 장담, 혹은 “독도 문제만 나오면 벌떼같이 요란 떨다 갑자기 사라지는 패턴이 반복된다”는 어느 신문의 비판기사 그대로 우리는 또 조용해졌다.

 

한때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국 정부 지명위원회(BGN)가 돌연 독도를 ‘주권미지정지역’으로 바꾸어 표기했다가 방한을 앞둔 부시가 한국의 섬으로 환원하도록 조치했다. 그러자 ‘부시효과’라고나 할까, 우리는 무슨 선물을 받은 양 조용해지고 일본은 당초 속셈대로 가르치고 배우게 되고 만 것이다. 뭔가 속은 것 같지 않은가.

이 문제를 되짚어봐야 할 더 중요한 이유는 일본의 행태가 이번에는 ‘망언(妄言)’에 그친 게 아니라 그야말로 국가백년대계인 교육의 기본, 그것도 ‘학습지도요령’으로 다루었고 정치가 그 기본정책을 뒷받침해준데 비해 우리는 일시적, 즉흥적, 정치적으로 대응하고 말았다는 점이다. 일본은 ‘학습지도요령해설’을 두 장관이 나서서 직접 발표할 만큼 중시하는데 비해 우리 정부에는 그 문서에 깊은 인식을 가진 고위관리가 있는지 의심스럽기도 하다.

우리 국민들은 일본의 그 저주스런 ‘학습지도요령’이 사라지거나 유명무실해진 것으로 착각하는 게 아닐까 의구심도 든다. ‘학습지도요령’은 우리의 ‘국가 교육과정’에 해당하는 문서이고, ‘학습지도요령해설’은 해석에 오류가 없도록 그 내용을 구체화한 문서이다.

일본은 전통적으로 문부과학성에 ‘교육과정과’와 ‘교과서과’를 두고 100여 명의 전문가가 국가 목표, 학문과 문화 발전, 국민의 요구와 학생의 필요 등을 치밀하게 조사·반영하여 학습지도요령을 주기적으로 개정하고 이에 따라 정기적으로 교과서를 검정하고 있다.

우리도 국가 교육과정과 교과서를 일본처럼 다루어야 할 것은 당연한 일이다. ‘교육과정’은 전국의 모든 학교에서 각 교과와 재량활동, 특별활동 시간에 무엇을 목표로, 어떤 내용을, 어떤 방법으로 가르치고 평가할 것인지를 정한 문서이다. 이 문서의 내용에 따라 교과서가 만들어지고 교사들은 수업계획을 수립한다. 그러므로 교육과정은 교육의 핵심 기준이며, 전국적으로 적용되는 교육의 기본설계도이다.

이처럼 중요한 기본정책에 소홀한 나라는 이 세상 어디에도 없으며, 이 기준을 소홀히 하면서 교육이 잘 이루어지기를 기대하는 건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학교교육이 보다 자유롭게 이루어지는 나라일수록 오히려 국가 또는 지방정부의 교육과정 정책만은 더욱 공고하게 다루고 있다.

안타깝게도 우리 정부는 교육과정과 교과서정책을 일본과 전혀 다른 비중으로 다루고 있다. 1990년대 중반까지 60명이었던 편수인력을 겨우 10여 명으로 줄여놓았기 때문이다. 10여 명이라면, 최근 이슈가 된 보건교과 신설 여부 같은 현실적인 문제를 다루다보면 다른 기본정책에는 소홀할 수밖에 없다. 그것도 일본은 전문가들이 장기간 교과교육만을 담당하는데 비해 우리 정부에는 교육과정·교과서정책을 장기간 담당한 인력이 단 한 명도 없다.

학교교육의 자율화와 다양화, 교원평가, 심지어 학업성취도평가 결과공개 등의 정책 혹은 시책들은 방법론일 뿐이다. 보다 핵심적인 것은 우리 교육의 기본이념, 방향과 기준을 설정하는 일이다. 방향과 기준을 소홀히 하면 비전과 일관성, 정체성을 찾을 수 없고, 장차 그로 인한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우리는 교육과정 정책은 바로 초·중등교육의 방향을 설정하는 일이라는 것부터 분명히 깨달아야 한다. 또 일본은 ‘학습지도요령’을 즉흥적으로 작성하는 것이 아니고 튼튼한 편수조직을 기반으로 끊임없이 연구·정진하고 있다는 것을 똑바로 봐야 한다. 교육과정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독도문제는 동북아역사재단에서 연구하지 않느냐고 묻는다면 그런 민간연구기관은 다른 나라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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