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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된 혁명

영미대표시인 시선집, 새문명의 창조적 모색 추구
詩, 희망을 읊는다
D.H. 로렌스 글|류점석 옮김|아우라|375쪽|1만4천원.

혁명을 하려면 웃고 즐기며 하라

소름끼치도록 심각하게는 하지 마라

너무 진지하게도 하지 마라

그저 재미로 하라

<제대로 된 혁명 中>

 

실험적인 언어와 섬세한 심리묘사를 보여준 영국의 소설가 데이비드 허버트 로렌스(David Herbert Lawrence, 1885~1930).

그는 ‘아들과 연인(1913)’, ‘무지개(1915)’, ‘채털리 부인의 연인(1928)’을 집필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 중 ‘채털리 부인의 연인’은 외설 시비에 따른 오랜 재판 과정 때문에 수십 년이 지난 후에야 무삭제판을 출간할 수 있었고, 관음증의 절정을 보여주는 애로 영화의 원작 정도로만 인식되기도 했다.

로렌스는 소설 뿐만 아니라 19세부터 생을 마감하는 순간까지 1천여 편의 시를 창장한 영미 대표 시인이라 불리기도 한다.

그의 시선집의 1부 ‘맨발로 뛰노는 아가’에는 자연의 생명력에 대한 공감, 어머니에게서 느끼는 사랑, 어머니의 사망으로 인한 아픔 등이 녹아있다.

광부였던 아버지와 교사 출신인 중류 계급의 어머니는 가정에 끊이지 않는 불화를 만들어냈다.

이러한 상황이 어린 시절 로렌스의 성격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추측된다.

또 2부 ‘디종의 영광’에서는 신혼의 남녀가 사랑과 증오의 감정을 갖다가 마침내 축복을 느끼는 과정을 시로 표현하기도 했다.

노팅엄(Nottingham) 고등학교와 사범대학을 졸업한 로렌스는 스승 위클리 교수의 아내인 프리다와 결혼 후, 세상의 비난을 등지고 2년 간 유럽으로 도피행각을 벌였다.

일련의 사건들을 생각하면 그가 운명적인 사랑이 얼마나 큰 영감의 원천이 됐는지 알 수 있다.

더불어 3부 ‘뱀’에는 동물을 소재로한 시들을 담아 생명공존의 사상을 구현했고, 4부 ‘우리의 날은 저물고’에서는 제국주의 전쟁까지 불러 일으킨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비판적인 시가 주를 이룬다.

현재 그는 서구사회에 대한 비판과 함께 제3세계에 대한 열린 태도를 보여줌으로써 새로운 문명에 대한 창조적 모색을 추구한 작가로 평가받고 있다.

작품을 통해 계급의 대립, 불평등, 결혼제도와 자본의 폐해를 직시한 것이다. 40세에 폐병 중증을 알고 45세에 세상을 뜨기까지 삶의 긍정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아름다운 시들을 풀어냈던 로렌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스스로 삶의 혁명을 일으킨 한 사람이자, 세상 속 제대로 된 혁명을 염원했던 사랑과 저항의 시인 로렌스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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