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프란츠 요셉 무라우)는 30년 전 고향 오스트리아를 떠나 로마에서 독일문학을 가르치며 산다.
어느날 부모와 형의 부음을 알리는 전보를 받고 장례식을 치르기 위해 볼프스엑으로 간다. 부모가 원하는 삶을 사는 두 여동생은 졸지에 엄청난 유산을 물려받게 된 ‘나’의 눈치를 살핀다.
부모가 반대하는 삶을 살았던 ‘나’는 가족과 조국을 가장 정직하게 바라보고자 반(反) 자서전을 쓰려고 마음 먹고, 그 글에 ‘소멸’이라는 제목을 붙이려하는데….
베른하르트의 이 소설은 조국과 가족은 물론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받아들인 세상의 모든 것들에 냉철하고 객관적인 시선을 요구한다.
상처와 결핍,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부단히 노력해온 작가의 세계관이 오롯이 담겨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