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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의미학] 1. 정광호의 예술세계

구리, 세상을 비틀다

 

시간과 사물들과의 외로운 모색을 하고 있는 조각가 정광호의 작업장을 찾았다.

30여 평의 2층으로 되어 있는 콘크리트 구조물의 작업실은 공주에서 대전으로 새로 둥지를 튼 지 한 달여 정도 되어서일까 조금은 썰렁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넓게 차지한 바닥 한가운데엔 짧게 잘라진 구리선들과 용접하는 기구들, 그리고 작업의 특성상 웅크리고 앉아서 해야 하는 이유 때문에 다리목이 짧은 꼬마 의자가 인상적이다.

또한 한쪽의 벽면에는 그의 열정과 고민들로 빚어낸 물고기, 낙엽, 항아리 등의 작품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홍삼차를 권하며 반갑게 맞이하는 그의 모습에는 그다지 형식과 격식에 얽매이지 않는 편안한 솔직함이 배어 있으며 작업하는 것 이외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는 듯 했다. 그가 하는 작업과 삶의 모습을 들려줄 때 더없이 외롭고 그 외로움을 즐기며 책과 친구가 되어 많은 시간을 함께 함을 알게 됐다.

 

책을 늘 곁에 두는 작가 정광호. 그가 책을 가까이 하는 이유는, 다른 사람을 만나 대화하면 언쟁이 빚어지고 대화가 단절되는 현상이 있지만 책을 통해서라면 집필자 고유의 주장이나 언어를 듣고 충분히 말하는 시간과 듣는 시간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나만의 아집 혹은 이데올로기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 책을 가까이 둔다고 한다.

한편 그는 1990년경 평단에 등단해 평론을 발표한 경력이 있으며 지금도 글을 많이 쓰는 작가로서 이론적인 준비가 철저하고 그에 따른 고민도 많이 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 작가의 감각이나 체질적인 것을 통해 때로는 의도하지 않는 자연스러움이 작품을 빚어내는 과정에서 행여 문제점이 제기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지만 그의 작품을 마주 하게 되면 세련된 형태의 감각과 섬세한 손놀림 그리고 많은 시간을 인내하고 외로움과 즐거움이 공존하는 창작활동을 하는 예술가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정광호는 자신의 작품을 ‘비(非) - 조각적 조각(Non-Sculptural Sculpture)’ 이라고 명명한 바 있다. 그 이후로 이 조어는 그의 작품세계를 아우르는 고유의 언어가 되었다.

<정광호의 비조각적 조각에 대하여 그가 말한 것을 정리하면>

1. 비-조각은 조각 이외의 것 즉 조각이 관련 맺은 상황이다.

2. 조각은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비-조각적 상황으로 인해 조각되는 것이다.

3. 나는 나의 오브제들을 통해 비-조각적 상황과 관계를 맺거나 비-조각의 세계로 진출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4. 나의 오브제들이 비-조각의 세계로 나아갈 때는 불안감이 있으나 그것은 접촉 하는 피부로 인해 삭감될 수 있다.

5. 그 피부란 평면(회화)과 입체(조각)가 면한 곳이다.

6. 조각은 풍경적 조건들을 탐색하는데 이 풍경은 회화적인 것이므로 조각은 회화적 텍스트 안에 놓여질 필요가 없다.

7. 비-조각적 조각이 지향하는 것은 이성 중심주의 혹은 빛 중심주의라 일컬어질 수 있는 것 반대편에 있는 것 즉 그림자의 세계이다.

-1998년 정광호 작품의 표리부동함에 대하여, 이윤희

인용한 글을 보더라도 그의 ‘비조각적 조각’을 이해하기에는 시간의 필요함을 느낀다.

비조각에 대한 그의 생각을 다시 한 번 들어본다.

“전통적인 조각은 통속적인, 획일적인 교육 아래에 조각이었다. 나는 이런 일반적인 철학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그렇기에 쉽지 않은 정의를 내린 것이고 예술은 어차피 새로운 사고와 창작 활동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그가 모티브로 삼고 있는 낙엽, 항아리, 꽃, 물고기 등의 형태에 대해 이런 사물의 선택은 추상, 구상이 아닌 것이라 한다. 추상과 구상의 구분은 의미가 없고 단지 비대상적인 것이다.

그 예로 칸딘스키의 작품의 대부분이 이미지가 없는 것이 아닌 비대상적인 것이다.

 

이런 비대상적인 충동은 대상의 모방에서 오는 것이 아닌 일상과 예술 혹은 실제와 이미지 등 그 어떤 쪽을 선택하는 대신 그런 것들을 모두 섭렵하며 그것들과는 또 다른 그 무엇이 비조각이라는 언어로 대신하는 듯하다.

그런 이유 때문일까? 그의 작품을 접하면 호기심과 더불어 묘한 감정에 휩싸이게 된다.

공간에 구리선을 이용해 그리는 드로잉, 이런 맥락에서 보면 그의 작품은 조각이면서 회화이기도 하지만 설치 미술이라고도 할 수 있다. 또한 조각도 아니고 회화도 아니고 설치 미술도 아니다.

다시 말하면 그 어떤 장르에도 다 속하지만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다.

이것이 정광호만이 가지는 특유의 토탈아트(Total Art) 개념의 작품 세계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최근의 작품 성향에 대한 물음에, 그림과 디지털에 관심을 가지고 있고 표현 영역의 확대를 이루고 싶으며 살아갈 날들이 많기에 새로움에 대한 두려움도 없다고 말한다.

생각의 차이가 조각가가 되게 했다는 조각가 정광호.

새로운 사고와 끊임없는 창작 의욕을 통해 또 다른 제 3의 그 무엇을 탄생시키길 기대해본다.

조각가 정광호가 미술품 펀드나 투자자들에게 전하는 말… “미술품을 즐기고 사랑하면서 투자했으면 좋겠습니다.”

 

약   력
   
▲ 작가 정광호
1959 대전 출생
1987 서울대학교 조소과 졸업
1992 서울대학교 대학원 조소과 졸업
現 국립 공주대학교 만화예술학부 교수
●개인전
2007 캔바스 인터내셔널 아트, 암스테르담, 네덜란드
2006 백해영갤러리, 서울
     갤러리뤼멘, 파리, 프랑스
2004 갤러리현대, 서울
2003 갤러리토마스, 뮌헨, 독일
2001 카이스갤러리, 서울
     현대아트갤러리, 울산
2000 샘터화랑, 서울
     선재미술관, 광주
     전경숙갤러리, 부산
1998 금호미술관, 서울
     스테데릭뮤지엄, 쯔볼레, 네덜란드
1997 조현갤러리, 서울
     윈도우갤러리, 갤러리현대, 서울
1996 표면-피부, 학천갤러리, 청주
1994 비-조각적 조각, 녹색갤러리, 서울
     비-조각적 조각, 신라갤러리, 대구
1992 이미지&오브젝트, 대전문화원, 대전
1988 체인드&언체인드 오브젝트, 윤갤러리, 서울
1987 사물/오브젝트, 동아전시관, 대전
●그룹전
2007 코리아 나우, 캔버스갤러리, 로테르담, 네덜란드 외 다수
●주요 소장처
국립현대미술관, 서울·대전시립미술관, 대전·한림미술관, 대전
부산시립미술관, 부산·아트선재미술관, 경주·이화여대박물관, 서울
신미술관, 청주·제비울미술관, 과천·삼성미술관 리움,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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