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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칼럼] 우리에게 선비정신은 살아있는가

행실 바르지 못하면 재앙 초래
비리 대해 철저히 저항 자세 요구

 

석주(石洲) 권필이 우리 곁으로 다가오게 된다. 보도에 의하면 고양시향토문화보존회가 석주 선생의 선비정신을 기리기 위해 오는 11월 중순 일산 호수공원 경내에 그 시비(詩碑)를 세우기로 했다고 한다.

석주 선생은 조선 중기를 대표하는 문장가로, 그의 스승이었던 송강 정철이 유배되는 것을 보고서는 평생 벼슬도 마다한 채 풍자적 시를 쓰며 살았다. 특히 명나라의 대문장가 고천준이 사신으로 왔을 때 그를 영접했다는 기록은 선생의 명성이 어떠했는가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에 석주 선생의 한시(漢詩) 한 수를 음미해보고자 한다.

이는 ‘감회(感懷)’로 이름이 지어진 3수 가운데 두 번째 시다. 한양대 정민 교수의 국역과 해설을 참고한다.

黃雀何翩翩 寄巢枯葦枝(참새 어이해 저리 나는가? 마른 갈대 가지에 둥지 쳤는데) / 江天위然風 葦折巢仍의(강 하늘 매서운 바람이 불어 갈대 꺾여 둥지가 기울었다네.) / 巢破不足惜 卵破良可悲(둥지야 부서져도 그만이지만 알마저 깨지니 참 슬프도다.) / 雄雌飛且鳴 日夕無所依(암수 함께 날면서 구슬피 우네 저물어도 깃들 곳은 어데도 없고.) / 君看彼黃雀 物理因可推(그대 저 참새를 살펴보게나 사물 이치 진실로 알 수가 있지.) / 結巢豈不固 所託非其宜(둥지 어찌 단단하지 않았으리오 맡긴 곳이 마땅치 않았던 걸세.)

여기서 석주 선생이 우리에게 전해주려 한 뜻은 무엇이었을까?

비록 아무리 둥지는 단단했다 해도 둥지를 튼 곳이 적절치 못할 경우엔 엄청난 재앙이 초래될 수 있음을 표현한 듯하다.

마음을 바르게 갖지 못하고 행실을 바르게 하지 못하면 그 결과 또한 좋게 나타날 여지가 별로 없게 될 것이라는 점을 비유를 들어 깨닫게 해주려 함이지 않을까 싶다.

이렇게 볼 때 자신의 의지를 굳건히 하고 올바른 자세로 삶을 영위해가려는 자가 오늘 우리 사회에 그 몇이나 될까가 새삼 의문시 된다.

특히 국리민복은 아랑곳 않고 오로지 자신들의 입지 강화를 위해 하루가 멀다 하고 정쟁을 일삼는 우리네 정치권에 대해서는 그 무슨 말을 꺼낼 필요가 있을까 보냐. 말문을 열기조차도 내키지가 않는다. 정도(正道)는 외면하고 불법을 예사롭게 여기며 오로지 일신의 영달만을 위해 출세지상주의에 연연해하는 얼치기들 또한 그 수를 헤아릴 수 있을 것인가.

본분(本分)과 지조(志操)는 망각하고 오로지 권세욕과 아첨에만 혈안이 된 자들이 우리 사회에 그 얼마나 많더냐.

나라가 이런 모습이어서는 안된다. 우리 본연의 선비정신을 서둘러 되찾아야 한다. 이제는 우리가 지향해야할 가치관이 무엇이겠는가를 화두로 삼아 우리 국민 모두가 한 마음으로 ‘나라 바로 세우기’에 정진해야 한다.

올곧은 정신으로 이 사회를 올바르게 이끌어가려는 선비들이 우리 사회 곳곳에서 다시금 나와 줘야 하지 않겠는가.

선비정신의 근본은 수기치인(修己治人)이다.

남을 다스리는 일을 지배나 통치의 개념으로서가 아니라 나 자신을 수양하는 것으로 이해했다. 선비가 지향하는 것은 학행일치였다.

배운 바대로 실천에 옮기는 것을 중요시 했다. 선비정신은 선공후사(先公後私)와 억강부약(抑强扶弱)의 정신이다. 공적(公的)인 일을 우선하고 사적(私的)인 일은 뒤로하며, 강한 자를 누르고 약한 자를 부추겨 주었다. 외유내강(外柔內剛)은 선비정신의 전형이다.

위기에 처했을 때는 지조와 절개를 지키되, 사생활에서는 한없이 부드럽고 온화한 모습이었다. 청렴(淸廉)과 청빈(淸貧)을 미덕으로 여기면서도, 비리(非理)에 대해서는 철저히 저항하였다.

오늘 우리가 석주 권필의 체취를 그리워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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