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책] 스캔들 리스트 조선남녀상열지사

손종흠 글|앨피|280쪽|1만3천원.
‘실록’서 뽑은 15가지 간통 사건 재구성
황효원·황희 등 부적절한 추문 담겨있어

남자 사냥에 나선 왕실 여인들, 아버지의 여자와 사통한 패륜아, 기생첩을 차지하려고 대로에서 육탄전을 벌인 사대부, 아비의 상중에 종과 놀아난 아들….

‘조선남녀상열지사’는 ‘실록’에서 가려 뽑은 15가지 간통 사건을 재구성해 그 배경에 자리 잡은 사회적·정치적 맥락을 짚어내고, 신분제와 유교적 가치의 위선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남녀의 욕망에서 비롯된 간통,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치열한 논쟁들이 ‘동방의 군자국’이라 일컬어졌던 조선의 허상을 낱낱이 드러내는 것.

‘쟁탈’, ‘패륜’, ‘추문’, ‘음란’으로 구성된 이 책에서는 남녀의 은밀한 일들이 속내를 드러낸다.

‘쟁탈’에는 마음에 드는 여성을 차지하겠다고 백주 대로에서 주먹다짐을 하기도 하고, 양반 사대부를 청부 살인하기도 하며, 자신보다 낮은 지위에 있는 양반의 첩을 빼앗기도 했던 지식인들의 웃지 못할 해프닝들이 담겨 있다.

이순몽과 황상의 기생첩 쟁탈 사건, 이웃의 첩을 가제로 빼앗은 이철견, 살인 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왕자의 이야기 등을 통해 윤리와 엄격한 신분제로도 막지 못했던 일들을 펼쳐놓는다.

‘패륜’에서는 아버지나 장인의 기생첩과 몰래 정을 통해 문제를 일으켰던 일련의 사건들을 엿볼 수 있다.

아들이 어머니에게 연애편지를 보내거나, 장인의 여자를 첩으로 삼은 사건, 아버지의 첩과 놀아난 아들의 구구절절한 스토리들이 담겨 있다.

또 ‘추문’에서는 황희, 변계량, 황효원 등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성공해 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았던 이들이 추문에 휩싸여 곤경에 처했던 사건들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세 번 결혼하고 세 번 이혼한 황효원, 여난으로 곤욕을 치른 변계량, 간통과 뇌물 사건에 휘말린 명재상 황희를 둘러싼 소문들과 끊임없는 논쟁의 진위를 가늠해볼 수 있다.

끝으로 ‘음란’에서는 왕실이나 사대부 가문의 여성들의 부적절한 관계를 폭로한다.

남자 사냥에 나선 시어머니와 며느리, 승려와 사통한 왕실 여인 등의 이야기를 통해 대담하고 당당한 여인들의 간통 행각을 파헤친다.

이 책은 여러 간통사건 중에서도 정치적·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사건들을 가려 뽑은 것이다.

정치와 학문을 담당했던 양반 사대부들이 왜 자신들의 치부를 기록으로 남겼을까?

유교적 가치를 절대적으로 신봉했던 조선 사회의 그늘, 양반 사대부들의 특권을 유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였던 종모법의 폐해 등을 통해 조선을 뒤집어 본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