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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칼럼] 그린벨트 해제 약인가 독인가

 

사람들은 그린벨트를 ‘도시공간 속의 허파’라고 불렀다. 도심 주변에 드리워져 있는 녹지벨트가 맑은 공기와 함께 신선한 물을 제공해 주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그린벨트로부터 수혜를 받고 살아온 주민들이 있는가 하면 그린벨트라는 공간에 강제로 갇혀 이러저도 저러지도 못하고 숨죽인 채 40년 가까이 살아온 사람들도 많다.

1971년 경기도를 비롯한 수도권 지역에는 그린벨트라는 것이 생겨났다. 이때부터 그린벨트로 지정된 곳에서는 집을 지을 수 없었고 축사를 지을라 치면 단속반원들이 항공사진을 들이대며 허물기 일쑤였다. 땅과 집을 팔고 다른 곳으로 떠나려 해도 여의치 않았다. 그린벨트를 둘러싼 서민들의 말 못할 애환이 40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1960년대 산업화와 함께 수도권 지역으로의 인구집중이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도시 주변의 임야와 농경지에 대한 무계획적인 개발이 이뤄지자 당시 박정희 정부는 대도시 팽창을 방지하고 도시근교 농지 및 임야의 보존과 자연환경 보전을 목적으로 지난 1971년 도시계획법을 개정해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제도를 신설하기에 이른다.

당시 그린벨트는 1944년 영국 런던 주변지역을 최소폭 8㎞의 환상녹지로 설정한 그린벨트를 모방한 것이었다. 나름대로 수도권의 경우 시가지가 팽창되어 지금부터 인구집중을 억제할 필요성이 대두돼 주변지역을 그린벨트로 설정했다고는 하나 현지실정을 무시한채 지도를 갖다 놓고 무자르듯 그린벨트를 정했다는 비난을 면치 못했다. 한 가옥의 안방이 그린벨트로 편입되고 사랑방은 제외되는 웃지못할 일도 비일비재했다.

그린벨트 지정 이듬해인 1972년 8월에는 그린벨트가 2배로 확대되어 서울의 광화문 네 거리를 중심으로 반지름 30㎞ 이내의 6개 위성도시를 총망라한 68.6㎢지역이 그린벨트가 되었다. 그린벨트는 수도권에서 전국으로 확대되었고 1978년까지 총면적 5397㎢가 지정되어 국토면적의 5.5%에 이르는 광대한 면적이 그린벨트로 묶여 각종 행위가 제한되었다.

경기도내에는 1302㎢의 그린벨트가 쳐져있다. 이 가운데 서울주변 신도시 등을 중심으로 약 400~500㎢가 형성되어 있다. 경기도는 그야말로 그린벨트 왕국인 셈이다. 그래서 경기도민들의 그린벨트 해제요구는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다.

지난 9일 국회에서는 한나라당 안상수 의원(과천·의왕) 주최로 ‘개발제한구역의 합리적 관리를 위한 대토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안 의원은 “대통령 선거 때마다 그린벨트를 해제하겠다고 했는데 당선된 후에는 마지못해 조금 풀어주고 나몰라라 한다”며 “오늘 토론회를 기점으로 뭉쳐서 정부와 싸워 바로 잡아나가자”고 호소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도 그린벨트 해제에 관한한 단호한 입장이다. 이 자리에서 김 지사는 “과천은 도시 면적의 90%가, 의왕은 89%, 의정부는 72%가 그린벨트로 묶여있다”면서 “‘그린’ 없는 그린벨트도 많고 현장에 가보면 비닐벨트, 창고벨트, 쓰레기벨트가 많다. ‘그린’ 없는 그린벨트는 풀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때마침 정부는 수도권 그린벨트를 풀어 서민용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내용을 골자로한 9.19 정책을 내놓았다. 싼 가격에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정부정책은 집값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거래 활성화와 미분양 해소 등 그 역효과에 대해서는 비판적이다.

국토부는 투기를 차단하기 위해 주민공람 이전에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고 일체의 개발행위 허가를 제한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문제는 수도권 그린벨트 곳곳이 훼손될 것이라는 우려다. 이런 상황에서 무려 100㎢ 가량의 그린벨트를 풀겠다는 방침은 서울 및 서울 인근의 그린벨트를 심각하게 훼손시킬 수 있다. 수십 년 동안 그린벨트로 묶여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했던 땅주인들이 보상조차 제대로 받지 못할 경우 반발이 거셀 전망이다.

그린벨트와 관련해 환경을 훼손해서는 안된다는 환경단체의 반발이 사회적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녹색연합은 “그린벨트를 포기하는 녹색성장은 포크레인성장”이라며 “그린벨트의 가치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없이 필요하면 그린벨트부터 해제하는 것은 또 다른 개발주의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정부 조치가 그동안 그린벨트 안에서 관련법을 어겨가며 자연환경을 훼손한 업주들에게 그린벨트 해제라는 단비를 내리는 대신 그린벨트를 조금도 훼손하지 않고 자연환경을 그대로 유지한 서민들에게는 족쇄를 풀지 않는 그린벨트의 이중적 정책으로 이어진다면 비판 받아 마땅하다. 그린벨트 해제가 약이 될지 독이 될지 시간이 지나봐야 알겠다면 곤란하다.

안병현<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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