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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의미학] 3.전준의 예술세계

‘소리’-삶의 울림, 그 여정 내일부터 서울대 미술관서 작품전
투박하지만 포근한…격렬하지만 유연한

 

 

‘소리’ - 삶의 울림, 그 여정

9월 25일부터 10월 21일까지 서울시 관악구 신림동에 위치한 서울대학교 미술관에서 회고전 형식으로 한 조각가의 작품전시회가 열린다.

40여 년 동안 조각가의 열정으로 긴 작업여정을 보내왔고, 27년간 교육자로서(서울대학교 조소과) 수많은 미술의 인재들을 길러온, 그래서 험난하고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조각가와 교육자의 이중의 멍에를 지고 살아온 조각가 전준 교수. 올해 그는 정년퇴임을 하고 이제 조금 더 자유로운 사람으로서 제2의 작품 활동의 전성기를 맞이하는 조각가 전준의 목소리를 들어본다.

 

초등학교 2학년 때의 피난시절, 그의 재능을 발견한 담임선생님으로 인해 미술대회에 참가하면서 그림을 시작했던 그는 어린 나이지만 예술가의 길이 경제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는 사실을 알았기에 애써 그 길을 피해가려했다.

하지만 당시 건축가였던 아버지의 권유로 미술대학에 입학하게 되고 1976년 첫 번째 개인전을 열게 되면서 본격적인 활동이 시작된다. 하지만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과 한국 미술계에 회의를 느끼고 국제적인 미술동향 특히 미국의 현대미술을 체험하기위해 캘리포니아 주립대학교 대학원을 다니면서 새로운 경험과 시각을 통해 자기 자신이 한국의 조각가로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된다.

 

또한 해방이 되고 6.25전쟁 이후 대한민국 예술계의 작업현실과 교육현실의 처절함과 개선방안에 몰두하며, 세계 속에서 소중한 한국의 전통을 이어가는 정신적인 구심점을 가지고 한국의 조각세계를 발전시켜야 하는 일종의 사명감을 갖게 된다. 이것이 예술가와 교육자의 길을 함께 가게 되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배경들은 그의 작품세계와 무관하지 않다.
그가 말하는 작품은 “민족적인 정서의 바탕 아래 흘러 나와야하고 집단보다는 개인적으로 출발해야한다”라고 주장한다. 다시 말하면 개인적 삶과 고민들이 충분히 시대적 상황을 반영하고 공유하지만, 다만 개인에 머무르지 않고 더 나아가 시대성을 넘어서는 가치를 지닐 때 작품으로서 가능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작가 고유의 주체성과 작품이 관객에게 어떻게 비추어질 것인가에 대한 관계성도 간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작가의 이러한 고민들의 흔적은 작업현장에서 찾아 볼 수 있다.

경기도 용인시 고기리에 위치한 이층 콘크리트 구조물의 작업실에는 금속, 나무, 돌, 브론즈, 테라코타, 한지, 합성수지 등을 이용한 평면작품과 입체작품을 아우르는 실로 엄청난 양의 작품들이 빼곡히 진열되어 있었다.

 

 

 


사실 조각은 회화작품과 달리 노동의 양과 공정 시간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필자의 눈에 보여 지는 작품군의 모습은 작가의 고민과 열정이 어떠했는가를 미뤄 짐작하기도 힘들 정도였다.

한 가지에 집착하거나 안주하지 않고 다양한 재료를 선택하며 새로운 조각기술을 개발하면서 끊임없이 새로운 조형세계를 탐구했던 조각가 전준. 이는 한국 현대미술이 짧은 역사로 인해 일정 부분 획일화 되어있는 한국조각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 일으키기 위해 더 많은 다양함을 추구하며 연구해야했고 또한 제자들을 이끌어야하는 사명감 때문에 게을리 할 수 없었던 업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전준 작가는 새로움과 변화 그리고 다양함으로 인해 과하게 변질되거나 왜곡되는 미학의 정당성을 거부했고, 실천으로 그 진정성을 작품과 더불어 믿음으로 화답한다. 그래서 그의 작품을 대면하면 경험하는 느낌이나 현상들이 있다.

그의 작품은 투박하고 거칠다. 장식적이거나 예쁘지 않다. 하지만 꾸밈없이 다가오는 그의 작품은 더 가까이 하고 싶어지는 포근함이 있다.

또한 격렬하고 깊은 부드러움이 공존하는, 정지한 듯 움직이는 특별한 매력이 전준 작품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질문에 그는 주저 없이 답한다.

“이제 좀 더 자유로운 사람이고 싶다. 이 자유로움을 작업하는데 많이 쓰고 싶다.”

앞으로 더 왕성한 작품 활동을 통해 우리에게 특별한 감흥을 전달할 것을 기대해본다.

마지막으로 한국 미술교육에 있어 아쉬운 마음을 담아 전하는 메시지를 들어보자.

“입시중심의 교육이 타파되지 않으면 자아발견이 되지 못하는 불행한 일이 반복될 것이고 개인적인 개성과 재능이 획일화될 수 있다. 교육제도를 더 발전시켜서 다양한 탐구와 실험을 통해 자아를 발견해서 개성이 강한 다양함과 재능을 찾아야 할 것이다.

 

아직 한국 교육은 제도의 성장이 부족하다. 이로 인해 틀에 박힌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서구중심의 교육 강화로 모방성이 강하고 주체의식이 상실되어, 우리의 문화와 고유성이 상실되는 것이 안타깝다.

 

분명 우리의 것이 최고라고는 할 수 없지만 최고가 아닌 것도 아니지 않은가. 제자나 후배들에게서 세계적인 작가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분야이든 어린 시절 부모들이 아이의 소질을 발견하고 계발하는, 아이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것을 하게끔 하는 것이 필요하다.”

 

약   력
   
▲ 작가 전준
1965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 졸업
1979    캘리포니아 주립대학교 대학원 졸업
● 개인전
1976    제1회 조각 개인전(문헌화랑)
1979   제2회 조각 개인전(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
1979    제3회 조각 개인전(L.A한인화랑)
1980    제4회 조각 개인전(미술회관)
1985   제5회 조각 개인전(공간사 25주년 기념 초대)
1989    제6회 조각 개인전(미술회관)
1996    제7회 조각 개인전(모란갤러리)
1999    제8회 조각 개인전(인 갤러리)
2004    제9회 조각 개인전(모란갤러리)
2007    제10회 조각 개인전(일민미술관)
2008    제11회 조각 개인전(서울대학교미술관)
● 수 상
1964    제3회 신인예술상 차석상
1965    제1회 한국국민미술전 수석상
1966    제5회 신인예술상 수석상
        동아국제미전 특선
1965    ’68, ’71, ’73, ’74, ’75 국전 특선 6회
1974    제10회 한국미술가협회전 국립현대미술관장상
1975    제24회 국전 문화공보부장관상
1979    캘리포니아 주립대학교 동창회장상
1993    대한민국 환경미술상 수상(문화체육부)
1997    김세중 조각상
2006    마니프 대상 수상
● 단체전
국전초대작가 출품
한국현대조각가 연립전(국립현대미술관)
한국조각대전 초대(국립현대미술관)
공간미술대상 협찬전(국립현대미술관)
제16, 18회 상파울로 비엔나레 출품
한국현대미술 초대전 (국립현대미술관)
한국현대미술전(이태리,밀라노)
현대미술 40년전(국립현대미술관)
서울미술대전 초대출품(서울시립미술관)
한국현대미술 어제와 오늘전(국립현대미술관)
조선일보사 미술관 개관 기념 초대전(조선일보미술관)
한국조각미술대전(선화랑)
국제교수교류전 2001(파리, Bernanos 갤러리)
마니프 서울 국제 아트페어 출품(예술의 전당)
광화문 국제 아트 페스티발 출품(세종문화회관)
단체전 및 그룹전 250여회 출품
중국 북경 도시환경 조각전 심사위원 역임
미술대전 심사위원, 중앙미술대전 심사위원등 역임
● 작품소장
국립현대미술관 / 서울시립미술관 / 워커힐미술관 / 호암미술관 / 모란미술관 /  올림픽조각공원
현재 :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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