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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시평] 문화의 높은 힘

문화 향유권 뒷전 우려
문화강국 발돋음 기대

 

정보화 시대에 살고있는 현대인이 시간의 빠름을 느끼게 하는 것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유독 피부로 느끼는 계절이 바뀌는 시기가 아니가 싶다. 옛 선인들은 세월을 유수(流水)와 같이 빠르다고 우리를 깨우쳤다.

새로운 시대를 갈망하는 국민의 염원을 안고 새 정부가 출범한 지도 반년이 지났다. “국민을 섬기겠습니다” “국민에게 희망을 드리겠습니다”

우리나라 대통령 선거 사상 최다 표차로 승리하면서 국민의 높은 지지를 이끌어 낸 이명박 대통령이 현충원을 참배하며 방명록에 남긴 문구다. 이것은 순국 선열에게 고한 국정 운영의 함축된 메시지이자 국민과의 약속이었을 것이다.

우리 국민 대부분은 섬기고 희망을 준다는 의미가 이렇게 크게 느껴지고 마음을 흐믓하게 한 적은 없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시장 경기가 활력을 찾지 못하는 가운데 그동안 지켜왔던 중산층이라고 믿어왔던 자긍심이 흔들리기 시작했고 어려움은 더해 가는 실정이다.

문화예술계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해 하반기 미술계를 강타한 A씨 사건으로 그동안 어렵게 유지돼 오던 기업 메세나마저 크게 위축된 상태다. 그마다 다행스러운 것은 문화예술계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시대의 흐름을 예측하고 규모에 맞게 각 장르별로 꾸준히 창작의욕을 발현시켜 온 점이다. 이는 예술가의 생명력이며 존재가치이고 더욱이 문화예술 창작의 꿈을 버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새 정부는 문화예술분야와 관련해서는 ‘창조 문화강국 실현’ ‘문화 향유권 확대’라는 공약을 제시했다. 예산과 행정지원을 강화해 세계 5대 문화산업 국가로의 도약, 한·중·일 콘텐츠 공동기획·생산 기반 구축, 문화콘텐츠산업 분야 우수 전문 인력 양성, 문화예술인 공제회 설립 등과 같은 굵직굵직한 정책들도 발표했다. 당연히 문화예술계의 기대가 크다.

하지만 ‘경제 살리기’에 대한 당선자의 의지가 강하다 보니 아직까지는 경제논리와 다소 거리가 있는 문화예술계의 우려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당선자는 과거 서울시장에 취임하자마자 친 환경적 도시를 만들고 미래와 꿈이 있는 청계천 복원사업을 추진한데 이어 역대 시장들이 시도만 하다가 흐지부지했던 시민의 발인 시내버스 노선을 전면 재조정하고 중앙차로제와 요금체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또 있다. 장기적인문화예술 발전을 위한 문화기반조성 프로젝트 추진, 예술단체의 혁신적인 제도개선과 예술가에 대한 지원 등을 전문가에게 맡겨 추진했다. 덕분에 문화예술 분야의 특성을 조화롭게 살리는 문화정책을 추진했다고 생각한다.

얼마 전 우리나라에서 세계 음악사에 전무후무한 연주회가 펼쳐졌다.

피아니스트 백건우 선생이 1주일 동안 계속해 베토벤 소나타 32곡 전체를 연주해낸 것이다. 전곡을 연주해 낸 주인공의 준비과정과 장인 정신도 놀랍지만 일주일 내내 객석을 가득 채웠던 관객들도 참 대단했다.

필자가 들은 마지막 곡인 베토벤 31번, 32번 함머 클라비어 연주를 마칠 때는 구도자가 여정을 마치고 손을 내려놓는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진한 감동이 전해졌다.

며칠 후 100여 명이 뜻을 모아 연 축하 행사에서 백건우 선생은 “연주하는 동안 베토벤의 영감을 느낄 수 있었다”면서 관객과의 혼연일체가 더욱 베토벤에 몰입할 수 있게 해주었다고 말했다. 또 “음악이 나라를 움직일 수도 있겠구나”라고 했다. 그 여운은 아직까지도 내 가슴에 잔잔한 감동으로 남아 있다.

이명박 정부가 공약한 ‘창조 문화강국 실현’ ‘문화 향유권 확대’ 라는 정책이 큰 틀에서 문화예술의 기본을 튼튼하게 하는 토양이 생겨나고 국민 모두가 수준 높은 예술을 향유하면서 삶의 풍요로움을 만끽하는 시대가 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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