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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시평] 문화예술과 공공지원

국가브랜드 공연 제작 미흡
치열한 작가정신 회복 시급

 

경북을 비롯하여 몇몇 지자체에서 문화재단 창립을 준비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이 면에서 경기도는 단연 모범적 선례를 쌓아가고 있다. 경기문화재단이 설립된 것은 1997년, 이후 전통문화의 발굴과 계승, 문화향수 기회의 확대, 문화예술 창작의 촉진 등 경기도의 문화예술 발전을 위해 다양한 사업을 활발하게 펼쳐오면서 뚜렷한 실적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문화예술 정보화 사업은 단연 돋보이는 활동으로 기록되어 마땅하다.

도내 각 지역에 흩어져 있는 문화예술 관련 데이터를 수집, 정리함으로써 정보의 이용 주체들이 목적에 따라 다양하게 이용할 수 있게 한 것은 재단이 아니면 실천하기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다만 단시일 내에 가시적인 효과가 나타나기 어려운 예술창작 지원 활동, 그중에서도 내가 관심이 많은 공연예술부문은 그 방법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예술가나 시민 모두 그 성과를 실감하기 어렵다.

물론 지역 내 몇몇 공연단체들이 착실히 성장하는 모습에서 위안을 받을 수는 있다. 이제 겨우 발아기를 지나 성장기에 들어선 것이다.

드디어 도민들이 열광하고 환호할 수 있는 그래서 그들의 공연을 보기 위하여 전국의 공연예술 마니아들이 찾아 올 수 있는 무대로 성장할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공연예술은 사람의 몸과 혼 그리고 기(技)가 혼연일체가 되어야만 관객에게 감동을 안겨줄 수 있다.

거대한 예산을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지원한다고 해서 가능한 일이 아니다. 그리고 작업의 결과를 신뢰할 만한 예술가도 사실은 그리 많지 않다.

정부가 1970년대 초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을 설립한 이래 지금까지 예술가와 공연장, 혹은 정책개발, 해외교류 등에 쏟아 부은 지원금은 막대한 액수이다.

덕분에 예술가들은 좀 더 나은 여건에서 창작활동을 지속할 수 있었지만 그 의존도가 너무 심해져 지원을 받지 않으면 신작공연을 기피하는 현상마저 생겨났다. 그래서인지 아직도 한국을 대표하는 국가 브랜드 공연으로 내세우기에 마땅한 공연은 그리 많지 않다.

중앙이나 지방 모두 마찬가지이다. 지금 생각하면 부질없는 일이지만, 북한의 피바다가극단의 ‘꽃 파는 처녀’에 대응할 만한 작품개발을 정부 차원에서 지원한 지 벌써 수십 년의 세월이 흘렀는데도 말이다.

하물며 중앙보다 열악한 지역에 너무 큰 기대를 갖는다는 것은 무리임에 틀림없다.

그렇다고 한국을 대표하는 경기도 브랜드를 만드는 일을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경기도가 한국을 대표하는 공연작품을 만드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일까? 대답은 예, 아니오이다.

지금처럼 예술가들이 공공지원에만 의존해서는 전혀 가망이 없다. 이제 예술가들의 투철한 예술혼의 회복이 절실한 시점을 맞고 있다.

창작 지원은 발전 속도를 빠르게 하는 윤활유일 뿐 계기가 되어서는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만한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없다.

예술가 스스로 세상을 향해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표현하려는 치열한 몸부림이 우선 되어야 한다.

전국의 문예회관은 약 150여개, 운영자금을 많게 혹은 적게 받아 수준 높은 국내외 무대를 시민들이 지역에서 즐길 수 있게 된 것은 좋은 일이지만, 시민세금으로 운영되는 공립극장 때문에 지역예술가들은 시민의 관심에서 더 멀어지는 현상 또한 부정할 수 없다.

예산과 인력 등 여건이 훨씬 나은 중앙 무대와의 불공정한 경쟁에서 밀리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극장은 시민들의 전반적인 수준을 높이는 평생 학습장이다. 이제라도 각 지역 공립극장은 지역 예술가들에게 관심을 쏟아야 하고, 예술가들은 치열한 작가정신의 회복이 시급하다.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공공지원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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