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조각의미학] 7. 홍성경의 예술세계

竹竹뻗은 생명력 그곳에서 인간은 자연의 일부일뿐

 

곧고 강직한…, 그리고 바람과 함께 유연한….

경기도 광주시 실촌읍 열미리에 있는 산기슭, 붉고 노랗게 단풍이 한껏 물든 계곡을 따라 난 길을 한참을 가다보면, 산자락 중턱에 터를 잡고 있는 조각가 홍성경 교수(배재대학교 환경조각과)의 작업장에 다다르게 된다.

작업장의 앞과 뒤로는 계곡이 흐르고 있어서 계절을 따라 깊어진 물소리가 듣기 좋고, 크고 작은 밤나무들이 울타리처럼 그 주위를 둘러싸고 있다.

 

4년 전에 이 산자락 중턱의 건물을 완공해서 조금씩 주변 환경을 가꾸고 관리를 해오다가 올해 삼월에 대전 근교의 은산 작업장에서 보낸 15년간의 시간을 정리하고 이곳으로 옮겨 왔다고 한다.

워낙 물을 좋아해서 지금까지의 작업실은 항상 물과 산을 끼고 있었다고 한다.

모든 작가가 그러하지만 작가가 가지는 관심과 흥미로움 그리고 선호하고 추구하는 면모들이 작품에 어김없이 반영되기 마련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본다면 홍 작가의 작품은 자연적 성향, 특히 대나무를 이용한 설치작업을 통해 자연의 일면을 표현하려 했음을 알 수 있다.

그의 대나무 작업은 30여 년 전 대학시절부터 시작되었는데 그 당시 전통 재료들만을 이용해서 구체적인 형상이 드러나는 조각을 해야 했던 시절이었기에 홍성경의 작품은 그다지 환영을 받지 못했다. 우리는 남들과 달라서, 다르기 때문에 겪는 위험을 어려서부터 알게 모르게 배워왔고 영향 받았을 것이다.

 

색다르고 남다른 사람을 인정하고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조롱하며 따돌리는 성향이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기에 일반적이거나 전통적이지 않은 작업을 했던 홍 작가의 작품은 충분히 많은 사람들에게서 외면당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했던 것이다.

 

하지만 예술은 재료와 아이디어가 그 어떤 사심도 없이 결합되는 순간, 외부세계의 영향과는 무관하게 창조된다는 말이 나름의 설득력을 가진다면, 홍 작가의 고집과 정신은 예술가로서 충분히 자신에게 충실했으며 지금까지 그를 지탱할 수 있게 한 힘이었을 것이다. 예술작품의 재료는 그 잠재력만으로 참으로 매력적이다.

또한 특정 재료에 대한 예술가들의 반응은 대단히 개인적이다. 파블로 카잘스(Pablo Casals, 스페인 첼리스트)는 어렸을 때 첼로의 소리를 처음 들었던 그 순간, 그것이 바로 자신의 악기임을 알았다고 하지 않은가? 이처럼 재료는 작가와 운명적인 만남으로 통하고 그토록 서로 감응하는 것이고, 그 대화는 작가의 언어와 맞물려 또 다른 언어로 창조되는 것이다.

이렇듯 홍 작가는 대나무에게서 그 재료가 가지는 표면의 질감, 곧고 길게 늘어선 형태, 쉽게 휘거나 부러질 것 같지만 꼿꼿하고 강직한 결, 바람과 함께 유연하게 움직이는 살아 숨 쉬는 유기체 같은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 그렇게 대나무를 통해 특별한 자연의 기운을 느끼는 작가에게 대나무는 자신만의 예술작품 재료로서 충분한 매력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이런 홍 작가의 대나무 작품들은 대나무를 뿌리째 뽑아서 전시장에 옮겨 놓은 듯한 모습과, 전시장의 벽과 기둥을 온통 대나무로 두르고, 버려진 건물 안에 대나무를 엮어 설치해서 창을 통해 들어오는 빛이 대나무 엮음 사이를 통과해서 비추게 함으로써 그림자와 공간의 확장을 이루며 새로운 느낌의 공간을 연출한다.

홍성경 작가는 말한다.

 

“옛날에 젊은 시절 품었던 순수했던 열정이 살면서 서서히 사라져가고 잊혀져가는 것이 너무나 안타깝다. 나이가 들어 기운이 떨어짐을 느낄 때 예전의 마음으로 돌아가고자 대나무 작업을 할 때가 있다.”

홍 작가에게 있어서 대나무는 에너지원이며 자연의 기운을 느끼는 매개체 역할을 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홍성경 작가의 또 다른 작업의 특징은 “배흘림기둥“이라는 작품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한국의 전통적인 아름다움에 대한 관찰과 탐구를 통해 추상적 현대 미술로의 전환 혹은 입체적으로 형상화 하는 작업이라 할 수 있다. 한국 전통 건축양식의 아름다운 미의 한 부분을 현대적 감각의 해석을 통해 새로운 미를 추구하는 것이다. 그러한 예로 배흘림기둥 작업은 작품의 설치와 함께 전통 악기인 해금 연주가 이루어진다. 물론 전통의 해금은 현대적으로 해석해서 연주한다.

 

또한 이런 전통양식과 컴퓨터를 이용한 포토샵 작업을 접목해서 이미지와 입체를 동시에 보여주는 작업도 시도하고 있다. 이렇게 시도한 작품들은 오는 12월 9일부터 17일까지 터키의 한국대사관이 주최하고 5개국 작가들이 참가하는, 국립 이스탄불대학 미술관 전시회에 초청되어 많은 이들에게 선보일 예정이다.

최근 그는 새로운 작업의 모색 일환으로 도자기와 조각의 어울림을 이루는 일명 “도조”작업에 관심을 가지고 구상중이라고 한다. 이 또한 전통적인 한국 도자기의 아름다움과 순수조각과의 접목을 통해 모색하고 있는 색다른 도조의 아름다움에 관한 연구인 것이다.

굳이 도자를 공예의 축에 두고 조각을 예술의 축에 둔다면 이 두 사이에는 간극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두 개념이 모호한 정의 속에 존재해 왔기 때문에 두 가지를 명확한 구분하는 것은 실제로 불가능해졌다. 홍 작가는 이런 구분으로 인한 축을 두는 것이 아닌, “도조”라는 또다시 구분되어질 수 없는 그 자체의 아름다움에 대한 표현일 것이다.

이제 홍성경 작가는 초심으로 돌아가 여생을 작품 창작에 몰두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고 한다.

“삶은 자연의 일부분이다. 다시 말하면 예술 자체는 삶의 일부분일 뿐이다. 삶을 끌고 나가는 그 위대함이 아닌 것이다.”

오늘도 미지의 앞날을 향해 대자연을 품에 안은 듯한, 그의 광대한 작품세계를 꿈꾸는 홍성경 작가의 다짐이자 철학인 것이다.

 

약     력
   
▲ 작가 홍성경
1953 경기도 이천 출생
1977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 졸업
1981 홍익대학교 대학원 조각전공 졸업
● 개인전
1980 제1회 홍성경조각전 (서울, 청년미술회관)
1988 제2회 홍성경조각전 (서울, 현대미술관)
1992 제3회 홍성경조각전 (서울, 갤러리 아미)
2001 제4회 홍성경조각전 (서울, 덕원갤러리/ 대전, 롯데화랑)
2004 제5회 홍성경조각전 (대전 KBS 전시실)
2006 제6회 홍성경조각전(서울 큐브스페이스)
● 단체전-150여회
1985-1992 한국미술협회전
1983-2006 홍익조각회전
1984-2006 한국현대조각가협회전
1994-2006 대전조각가협회전
● 작품소장
대전 국립묘지 조각상 공동제작
LG그룹 구인회 창업회장상 공동제작
한글학자 주시경 선생상 제작
배재대학교 정순훈 총장 흉상 제작
서울 지하철3호선 동대역 부조제작
삼성 전자 수원공장 한마음상 제작
한일 시멘트 창립기념 조형물 제작
대전 진잠 롯데 아그넷 환경조형물 제작
대전 월드컵 경기장 ‘화합의 탑’제작
서울 정동 배재빌딩 미술장식품 제작 외 다수
● 현재
배재대학교 미술학부 환경조각과 교수
한국미술협회 회원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