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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논단] 미네르바의 예언

 

‘디플레이션 공포’가 엄습하고 있고, 경제에 검은 그림자가 상당 기간 드리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기획재정부 장관마저도 내년도 경제성장률은 2% 중, 후반대에 머물 가능성이 있음을 인정하였다.

따라서 당분간 경제적 어려움은 더 심화될 전망인데, 이와 같은 암흑론 속에서 업계의 비상한 주목을 받고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미네르바’이다.

미네르바는 인터넷상의 경제 논객으로, 최근의 경제상황에 대한 일련의 예언을 인터넷 상에 피력하였는데 우연히도 그중 일부 예언이 적중하면서 대중들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

이후 많은 투자자들은 자발적으로 그의 예언을 검색하고 투자 방향을 조정하기에 이르러 이른바 ‘미네르바 신드롬’을 만들어내기에 이르렀다.

그의 최근 주장의 요지는 바로 한국의 종합주가지수는 500P까지, 미국의 다우지수 5000P선까지 하락할 것이란 점이다. 물론 그의 주장이 맞을지 맞지 않을지는 현재로서는 알 길이 없다.

그러나 이런 수준에까지 주가지수가 하락한다면 수많은 개인 투자자와 기관 투자자들은 극단적 상황에까지 내몰릴 것이 뻔하고 그렇기에 더욱 그의 예견은 단순한 흥미 수준을 넘어서서 사회적인 공포까지도 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미네르바 이펙트’를 설명할 수 있는 심리적 기제는 서 너 가지가 존재한다. 우선 인지적 부조화 이론(cognitive dissonance theory)이란 것이 있다.

사람은 누구나 아이디어나 신념, 믿음 등이 서로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것에 불편함을 느끼고, 태도를 바꾸어서라도 이를 해소하고자 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막대한 기금을 날리게 된 투자자의 입장에서 보면 애초의 기대와는 현저하게 다른 불행한 결과에 대해 어떻게서든 설명을 찾으려고 한다.

이 같은 시점에 중요한 정보가 바로 미네르바의 예언 등이 되는 것이다.

인지적 불일치를 해소하기 위한 방법으로, 자신의 낭만적 기대와는 상반되는, 극히 비극적 결말에 대한 예언도 존재했었다는 점 자체가 자신의 투자 실패를 설명하는 설득력 있는 기제로서 작동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때 사실상 중요한 점은 애당초 결과가 이미 정해진 상태로 거기 들어맞는 논리만을 선별적으로 찾다보니 예언 자체가 얼마나 객관적으로 들어맞는 과학적 근거를 지니느냐는 것을 별로 중요치 않다. 즉 미네르바의 예언이 과학적 근거를 지니느냐보다는 다만 자신의 실패를 어떻게 해서라고 설명하고자 하는 심리적 위안이 더 큰 욕구로서 작용하게 되는 것이다.

‘나만 투자에 실패한 것이 아니다’, ‘다들 실패하는 상황에서 미네르바라는 신비주의적 존재는 불행한 결말을 예견한 적이 있다’, ‘따라서 미네르바는 범인이 아닌 비상한 존재다’, ‘신 같은 미네르바나 이 상황을 알 수 있는 것이지 우리 같은 범인은 누구도 불행으로부터 피해갈 수 없다’라는 등의 논리이다.

상세히 살펴보자면 미네르바의 예언에는 물론 틀린 부분도 많을 수밖에 없다. 허나 이 같은 실수는 과소평가되고 결말을 맞춘 측면만이 부각된다.

이 같이 편파적으로 해석해내고자 하는 의도는 사실상 나에게 발생한 끔찍한 고통이 신격화된 존재 아니면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불가피한 결말이기에 고통에 대한 책임 부분은 사실상 희석되게 되는 것이다.

이 같은 논리는 후회막심한 일일수록 더 강화된다. ‘사후가정사고’란 것이 이와 같은 일관성의 욕구에 더해지는데, 즉 이미 일어난 사실과는 상반된 행동에 집착하는 ‘···할 수도 있었는데’라는 생각을 심리학자들은 ‘사후가정사고’라고 지칭한다.

문제는 결과로 인한 고통이 크면 클수록 이와 같은 ‘사후가정사고’에 더 몰입할 수밖에 없으며 현재 발생하는 주식 투자자들의 연이은 실패는 이 같은 현상에 함몰될 만큼 충분히 고통스런 경험이란 점이다. 손해가 크면 클수록 투자자들은 더더욱 ‘사후가정사고’에 함몰될 것이며 그와 함께 애초 기대와는 다른 결과를 설명할 수 있는 논리에 더 집착하고 그럼으로써 자신의 실패가 나한테만 일어난 것이 아니라 이 시대를 살고 있는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으며 따라서 이와 같은 결과에 대해 개인적인 책임은 크지 않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자신의 책임 소재를 경감시키면 시킬수록 상대적으로 그와 같은 결과를 앞서 예견하였던 미네르바의 존재에 대해서는 신격화할 것이며 바로 이 같은 투자자들의 욕구가 ‘미네르바 신드롬’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보자면 현재 사이버 공간에서 일고 있는 미네르바 바람은 사실 일시적인 재정적 손해로 고통 받고 있는 투자자들의 임시 위안처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것이다.

따라서 이 문제를 과도하게 염려해야 할 아무런 이유가 존재치 않는다.

결국 시간이 지나고 손실액이 보전되는 시점이 되면 누구도 미네르바란 존재를 기억조차 하지 못하는 시점이 오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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