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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칼럼] SK 수원공장이 울산으로 가다니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여름 국내 굴지의 소주회사들은 앞다퉈 병속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쿨한 느낌의 여름용 소주를 출시했다. 얇은 필름에 형형색색의 시원한 문양을 넣어 만든 이 여름용 소주들은 날개 돋친듯 팔려 나갔다. 병의 온몸을 감싸는 투명한 필름을 만들어 내는 곳이 바로 SK케미칼 수원공장이다.

수원시민들은 흔히들 SK케미칼 수원공장을 향토기업이라고 부르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수원시 장안구 신풍동 선경도서관에 들어서면 SK창업주 최종건전 회장의 동상이 서 있다. 이 도서관은 SK그룹이 수원시민들을 위해 건립해 수원시에 넘겨줘 현재는 시에서 관리하고 있다.

SK그룹의 창업주인 최종건 회장이 1953년 6·25전쟁으로 폐허가 되다시피 한 수원구 권선동 평동 4번지를 매입해 선경직물을 세웠다. 최 창업회장은 당시 종업원들과 마차를 이용해 수원천에서 돌과 자갈을 날라와 공장을 세웠다고 한다. 1962년 10여년간 유학생활을 마친 고 최종현 회장이 선경직물 부사장으로 취임하며 SK는 ‘패기(최종건)’와 ‘지성(최종현)’이라는 쌍두마차 체제를 갖추게 됐고 회사는 승승장구했다.

지난 66년 6월 선경화섬주식회사가 설립되었다. 이어 68년 12월 아세테이트계와 폴리에스터계 수원공장이 준공되면서 정밀화학분야 한국을 대표하는 닻을 올리게 된 것이다.

회사설립 당시 이 일대는 논, 밭이었다. 그후 90년대 들어서면서 정자지구 택지개발이 완료되었고 2000년 들어서는 천천지구 등 택지로 속속 개발되면서 공장주변은 아파트로 둘러 싸이면서 민원이 발생하고 개발압력이 밀려 들었다.

40년 넘게 수원시민들의 사랑을 받아 온 SK케미칼 수원공장이 은밀히 수원을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고 본보(11월 28일자 1면, 3면)가 보도하고 있다. 시민들은 물론 SK케미칼 측에 각종 혜택을 주고 있다는 비난을 받아 가며 수원에 남아 있기를 원했던 수원시는 당장 허탈감에 빠져들고 있다. 수원시의 한 고위공무원은 27일 SK케미칼이 울산공장으로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는 본보의 확인 전화를 통해 “처음 듣는 얘기다. 충격적이다”라는 말로 답변을 대신했다.

물론 SK케미칼 관계자는 “수원시가 마련해준 수원지방산업단지로 옮길 경우 과다한 토지구입비와 수도권 규제 등으로 부담이 커 울산공장으로 이전을 추진하고 있지만 결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밝히고 있지만 선뜻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이 많다.

왜냐하면 수원시는 그동안 SK케미칼이 수원에 남아 있도록 많은 공을 들여 왔기 때문이다. 우선 수원시는 ‘2020년 수원시도시기본계획(변경안)’에 장안구 정자동 SK케미칼 공장부지를 주거용지로 변경해 줬다. 이는 곧 특헤시비를 불러 왔다.

용도변경으로 부지가격이 수천억원대의 이익을 고스란히 남기는 것 아니냐는 비난에 휩싸이기도 했다. 전체부지의 40%는 기부체납 형식을 띠고 있기는 하지만 용도변경에 따른 특혜시비는 끊이지 않고 있다.

수원시는 2010년 분양 목표로 권선구 고색동 일대 82만3천㎡ 규모로 조성 중인 수원산업단지(3단지)로 SK케미칼 공장을 유치한다는 장기적인 계획도 세웠다.

문제는 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26조는 대기업의 경우 동일 산업단지 내의 이전만을 허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수원시는 “너무한 것 아니냐”는 비난을 사면서까지 관련볍 개정 노력끝에 국가경쟁력위원회로부터 지난 10월30일 수원지역이 속해있는 과밀억제권역, 성장관리권역내에서 규모와 업종에 관계없이 이전이 가능하다는 연락을 받았다.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불가능이 가능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이제 SK케미칼 수원공장은 대지로 바뀌어 부지가격은 천정부지로 오를테고 거의 불가능했던 수원공장은 인근지역인 수원산업단지로 이전하면 되는 것이었다. “기업을 위해서는 무슨 일이든 이루겠다”는 김용서 수원시장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었다.

그러나 이같은 수원시의 노력이 당장 수포로 돌아갈 공산이 커졌다. 시가 서수원 권역에서 추진하는 수원산업단지는 김 시장의 역점사업중 하나다. 수원산업단지에 입주하는 업체에 취·등록세와 교육세 면제, 5년간 재산세 50%를 감면, 기반시설부담금 20년간 면제헤택을 주고 있다.

이러한 수원시의 호의와 혜택을 저버리고 떠나려는 SK케미칼 측을 알다가도 모르겠다.

SK그룹이 올해 창립 55주년을 맞았다.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한 SK의 모태는 수원에 있던 선경직물이다. SK그룹은 에너지와 텔레콤 등 주력사업의 해외진출을 확대해 오는 2010년 매출 100조원 시대를 열겠다는 방침이다. 수원에서 신화를 창조한 그 SK가 수원에서 또 다른 신화를 이어가기를 수원시는 물론 시민들은 간절히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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