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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의 노예가 된 것 같아요"

"이물은 고여있는 물인데도 냄새가 나지 않을 뿐더러 이렇게 마셔도 아무런 문제가 없답니다. 이것은 물 속에 우리 하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수초식물들이 심어있기에 가능한 일이지요."
성남시 수정구 금토동 청계산 자락 개울가에 자리잡은 들꽃농원에 들른 기자에게 '들꽃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대표 마시황(50)씨가 우리 식물이 그냥 풀이 아니라 자연생태계의 일원임을 강조하기 위해 직접 손으로 물을 떠 마시면서 한 말이다.
"처음에는 산이 좋아 산에 다니다 자연을 사랑하게되고 자연을 사랑하다보니 들에 피어있는 꽃이 좋아져 이일을 시작하게 됐다."는 마씨의 들꽃농원은 1970년대부터 전국 산하를 돌며 모은 토종 야생화 800여종이 자리 잡고 있다.
"10여년전부터 이곳에 본격적으로 농장을 가꾸기 시작했다"는 그는 "크고 화려한 외국 꽃들과 달리 우리 들꽃은 은은함을 지니고 있을 뿐 아니라 겨우내 숨죽이고 있다 봄에 꽃을 피우는 모습을 보면 생명의 경외감마저 느껴진다"고 말했다.
마씨의 들꽃사랑은 1999년 분당구청에서 열린 야생화전시회에서 주목받기 시작해 세간에 알려졌다.
전시회 반향을 타고 그 해 사진작가, 교수, 회사원, 주부 등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모여 '들꽃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동호회를 결성해 당시 60여명이던 회원은 현재 사이버회원을 포함, 600여명으로 늘어나 들꽃을 연구하며 정기적으로 자생지를 탐사하고 전시회를 개최한다.
또 들꽃교실, 농사체험교실, 자연교실, 곤충교실 등 교육프로그램도 운영하며 들꽃사랑의 공감대를 넓혀가고 있다.
"가족을 돌보지 못한 채 들꽃과 더불어 산지 어느새 30여년. 제게 들꽃은 그저 한송이 꽃이 아닌 인생이며 이제는 '들꽃의 노예'가 된 것 같다"는 들꽃 지킴이 마씨는 "잠시라도 손길을 주지 않으면 금방 생명력을 잃어버린다."며 자식같은 들꽃을 돌보기 위해 총총히 자리를 떴다. 성남/김진홍기자dragon@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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