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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논단] ‘이장과 군수’, 그리고 정책홍보

 

2007년에 개봉한 영화 ‘이장과 군수’는 마을 최고어른의 말씀에 의해서 얼떨결에 최연소 이장이 된 조춘삼(차승원 역)과 초등학교 시절의 친구였던 노대규(유해진 역)가 군수에 출마하고 당선하면서 친구간의 묘한 경쟁심과 시기심을 통해서 친구의 우정관계를 묘사한 영화다.

 

즉 이장 조춘삼은 어린시절 시골동네를 휘어잡던 얼짱, 몸짱에 반장출신이었는데 반해서, 군수 노대규는 조춘삼에게 치인 아픈 기억 때문에 친구인 춘삼에게 더 생색을 낸다. 하지만 군수 노대규는 한때 잘 나갔던 과거에 대한 자존심을 내세우는 조춘삼의 주도면밀한 딴지 걸기로 ‘방폐장 유치’ 등과 관련하여 친구인 두 사람은 사사건건 충돌하게 된다.

 

그리고 군수가 지역유지로부터 뇌물성의 돈을 받었다는 이유로 군수직에서 쫓겨나면서 두 사람은 고향에서 친구로 다시 만나 그동안의 오해와 감정을 풀면서 두 사람간의 돈독한 우정관계를 다시 확인하면서 막을 내린다.

친구간의 자존심 대결은 ‘방폐장 유치’에서 극에 도달한다. 즉 군수인 노대규는 낙후된 지역발전을 위해서 중앙정부가 ‘방폐장’을 유치하는 지방정부에 대해서 재정지원을 해주겠다는 제안에 따라서 방폐장을 유치하기 위해서 주민들의 여론을 수렴한다. 그러나 이장인 조춘삼은 지방선거에서 낙선한 지역유지의 회유에 의해서 방폐장 유치를 결사반대한다.

군수는 방폐장 유치라는 자신의 뜻을 관철하기 위해서 자신과 우호적인 단체와 주민만을 대상으로 군청 강당에서 비밀리에 일방적인 설명을 하다가 ‘방폐장유치결사반대’ 위원장인 친구 조춘삼에게 발각되면서 오히려 방폐장 유치가 더 어렵게 된다.

군수가 정말로 낙후된 지역발전을 위해서 방폐장을 유치할 수밖에 없었다면, 자치단체의 사업계획이나 자치단체에 대한 주민의 신뢰를 높일 뿐만 아니라, 사업에 대한 주민의 이해를 증진시키는데 목적을 두고 있는 이른바 PR(Public Relations)이라는 ‘정책홍보’의 과정을 통해서 주민들에게 방폐장 유치계획을 적극적으로 알렸더라면 군수의 방폐장 유치가 성공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노대규 군수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많은 자치단체장들과 행정기관들은 주민 및 이해관계인들에게 특정 정책을 설명하고, 또 그 정책에 대한 찬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정책홍보’를 너무 소홀히 하거나 무시하는 경향이 없지 않다.

 

즉, 경기도의회 경제투자위원회행정사무감사자료에 의하면 “경기신보가 중앙정부로부터 2천억원을 지원받아 영세상공인들에게 지원하도록 되어있는 ‘뉴스타트 사업’ 실적이 서울 등 보다 미흡한 것은 경기신보의 홍보부족이 원인”이라고 지적하기도 하였다. 사실 지방자치단체 및 행정기관은 주민과 관련된 사업을 주민들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의견을 들을 수 있는 정책홍보 보다는 자치단체장의 치적만을 일방적으로 알리는 ‘선전’에만 치중하는 경향이 많다.

그렇다면 왜, 정책홍보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을까? 그것은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원인은 정치발전과 관련되어 있다. 즉, 권위주의 정권하에서는 주요 정책에 대해서 국민과 주민간의 쌍방향적 관계에 의한 정책홍보 보다는 통치권자의 생각을 국민 및 주민들에게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선전’이 더 중시되다 보니 민주적인 의사전달 방법인 정책홍보가 발전되지 못했다.

 

즉, 권위주의 정권시절 ‘선전’에 가까운 정책홍보는 정부가 농민들에게 ‘배추를 심으라고 하면 무를 심고, 소를 키우라고 하면 돼지를 키울 정도’로 정부 정책을 불신하였다. 이 결과는 오늘날 정책홍보를 소홀히 하는 경향을 갖게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정책홍보가 마치 자치단체장의 치적을 알리는 것으로 왜곡되어 있는 경향이 없지 않다. 특히 정책홍보는 주민의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참여를 유도하는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한 수단임에도 불구하고 지방자치제가 실시 된지 15년이 되어 감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선전 수준에 가까운 정책홍보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은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상당히 안타까운 일이다.

이제 지방자치단체와 행정기관은 노대규 군수와 같은 방법으로 일방적이고 선전 수준에 가까운 방법에 의해서 정책을 홍보할 것이 아니라, 민주적이고 쌍방향적인 정책홍보에 의해서 주민과 지방자치단체간의 행정적 신뢰를 증진해야 할 것이다. 지방자치단체가 실질적인 정책홍보를 실시하기 위해서는 먼저 정책홍보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정립해야 하고, 또 정책홍보가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정책홍보 인력의 전문화뿐만 아니라, 행정시스템도 개선되어야 하며, 그것만이 주민에 의한 주민을 위한 실질적인 지방자치제가 실현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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