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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논단] 경찰 수사권 독립엔 국민인권 뒤따라야

검-경 상호협력 관계 구축
非민주적 수사구조 개선을

 

경찰의 수사권 독립은 김대중 전 대통령, 노무현 전 대통령 공약이었고, 지난해 12월 대통령 선거를 맞아 쟁점화 되었다. 참여정부 초기에 탄력을 받던 논의는 검찰·경찰의 힘겨루기 양상으로 비치면서 잠잠해졌다. 하지만 수사구조의 개혁은 기관별 이해관계보다는 국가경쟁력 제고와 국민의 기본권 보장이라는 보다 높은 차원에서 고민해야 할 과제다. 좁은 이해관계의 찬반 입장에서 한걸음 물러나 국가와 국민의 거시적 입장에 서서 그 본질을 바라봐야, 사물의 핵심을 알 수 있으며 그 올바른 방향이 무엇인지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지난 10월 국회 행정안위의 경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 참석한 어청수 경찰청장을 상대로 한나라당 김성조 의원은 “수사권 독립 문제가 17대 국회를 뜨겁게 달궜지만 지금 경찰에게 과연 수사권 독립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따져 물었다. 같은 여당 이인기 의원이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한 경찰의 소극적인 태도를 질타한 뉴스가 흘러 나왔다. 지난 5일 경찰은 ‘경찰 수사권 독립’ 입법을 추진하는 방안인 경찰청 ‘2009 수정 계획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창조적 실용주의’를 실천 이념으로 삼는 ‘이명박정부(李明博政府)’에 ‘경찰의 수사권 독립’ 비전을 철학으로 제시 할 것인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경찰의 수사권 독립에 대하여 대통합민주신당은 1차적 수사권을 경찰에 주고 최종 수사종결권, 영장청구권, 기소권은 검찰이 가지므로 문제가 없다며 찬성의지를 밝혔다. 민주노동당 입장은 검찰과 경찰의 합리적인 역할 배분을 통해 불필요한 수사역량의 낭비를 줄이고 상호 신뢰와 협조로 국민에게 봉사하도록 하는 사법경찰관의 수사의 주체성 확보를 주장하며 찬성했다.

한나라당은 경찰이 범죄 수사의 90%를 담당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사법경찰관을 수사주체로 인정하는 ‘경찰의 수사권 독립문제에 대해 진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히면서도 각계 의견수렴 절차를 걸쳐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이와 같은 성숙한 사회는 합리적인 수사권 배분으로 수사현실과 법제도를 일치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수사현장에서 모아지고 있다. 권력의 분산과 견제를 통한 민주주의의 법치국가이념의 실현, 수사권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 실체적 진실발견과 사법정의의 실현, 수사기관간의 견제와 균형을 통한 인권보호가 성취되어야 함은 이제 국민의 염원이다.

이제 우리사회는 성숙한 민주시민사회로의 진입을 위해 모든 영역에서 ‘국민의 참여, 견제와 균형’을 기본으로 추구하는 때에 있다. 형사사법 분야에 있어서도 참심, 배심제 도입, 공판중심주의 강화 등 과거 일제 강점기의 형사소송법을 그대로 계수한 비민주적 수사구조를 개선하는 것이 시급한 우리의 과제다.

그 핵심은 실제 형사사건의 98%를 경찰이 수사를 하고 있으면서도 법에는 검사만 수사주체로 규정돼 있는 법의 괴리와 흠결을 깨끗하게 치유하고, 일반적으로 근거 조항조차 없는 경찰의 ‘수사주체성’을 명문화하고(형사소송법 제195조), ‘상명하복’(형사소송법 제196조) 지휘라는 전근대적 방식으로 규정되어 있는 검사와의 관계를 민주주의 시대의 이념에 걸맞은 ‘상호협력’ 관계로 개선하는 것이다.

경찰은 수사·재판 단계에서도 보호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 법원이 강간죄 적용에 대해 경찰의 수사를 믿고 “상대방 여성의 자유로운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할 정도의 유형력을 행사하면 족하다”라고 해석한다면 많은 것이 달라진다. 그래야만 피해자가 악착같이 반항했는지 여부와 강간이 기소가 될 때까지의 신체적·생리적 변화 과정 및 당시 정황에 대해 꼬치꼬치 캐묻는 고역을 피할 수 있다.

민주주의는 권한 분배를 통해 권력의 균형을 유지하도록 하는 장치를 헌법이 마련하고 있다. 경찰, 검찰의 수사권 조정은 국민의 의사를 대표하는 입법기관인 국회의 권리에 앞서 의무에 해당되기 때문에 인권보호 차원에서 신중하게 검토되어야 한다. 이러한 시점에서 수사구조 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우리사회의 시대적 요청이다. 그러므로 국민의 인권보호와 효율적인 수사를 위해 꽃배, 때로는 철선 선상에 나가 팔을 걷어붙이고 ‘경찰 수사권 독립의 닻, anchor’을 올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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