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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논단] 우리사회의 진정한 영웅 ‘소시민’

이심전심 솔선수범의 근본
올겨울 소액기부 사상최대

 

최근 국회는 법안 처리로 몸살을 앓고 있다. 물론 정치논리에 따른 전략적 측면도 있겠지만 연일 여의도에서 터져나오는 폭력적인 이전투구의 장면은 온 국민을 정치 혐오세력으로 몰아가고 있다.

여의도에서 벌어지는 일부 정치인들의 행태는 희화화되고 있으며 심지어는 국회 관련 보도를 19세 이하 아동 청소년들에게 시청 금지를 시켜야 한다는 비아냥거림까지 낳고 있다.

정치 리더십의 이와 같은 붕괴 현상 외에도 지난 10여 년 동안 형성된 자본주의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은 경제 영역에 있어서도 신뢰로운 리더의 형성을 방해하여 왔다.

미취업자의 폭발적 증가에도 불구하고 재벌들의 증여세 탈세와 주식 통정매매 등의 불법행위는 여전하여 계층 간 위화감은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2008년도는 바로 이처럼 가진 자와 힘 있는 자들의 부당함이 두드러졌던 반면에 정직하고 모범적인 리더는 부재하였다.

이 같은 현상은 또한 사회를 향한 불만을 폭발하게 만들기도 하였는데, 숭례문 전소사건과 고시원 방화사건이 바로 이 같은 사례의 극단적 예가 될 것이다.

이렇게 미움과 증오 그리고 비난이 속출하는 사회분위기 속에서도 우리는 간혹 작은 영웅들의 이야기를 발견하기도 한다.

며칠 전 신문 하단에 조그맣게 보도된 용감한 여중생의 이야기는 작은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명동거리에서 자신을 성추행한 40대 남성을 추격하여 또다른 피해자에게 추행하는 것을 확인하고는 경찰에 신고하여 그를 검거케 한 사건은, 원칙을 지키지 않는 국회의원들의 파행와 대비되어, 준법이란 바로 이런 것이구나 하는 통찰을 전해주었다.

무서움에 떨면서도 외면하거나 피하지 않고 희생을 치르고서라도 올바른 것을 지키고자 했던 여중생의 조그만 의지가 바로 이 사회를 안전하게 지켜내는 기반이 되는 것이다.

또한 서울지하철 4호선 충무로역에서 술에 취해 지하철 선로에 떨어진 노인의 목숨을 극적으로 구했던 청년의 이야기는 타인을 위한 헌신과 봉사가 어때야 하는 것인지 다시금 깊이 생각하게 만든다.

예년에 비해 훨씬 쪼들리는 겨울을 보내고 있는 지금 오히려 소액 기부액이 사상 최대가 되었다는 사실은 더욱이 우리의 가슴을 따스하게 만들기도 한다.

내가 힘드니 남들은 얼마나 힘들랴 하는 이심전심이 바로 솔선수범의 근본이 되는 것이다.

우리는 이런 소식을 들으며 리더는 바로 높은 곳에서 많은 것을 자닌 자만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란 점을 알게 된다. 바로 평범한 소시민이 타의 모범이 되는 것이다.

위대한 영웅이 아니라도, 거액의 기부를 하지 않아도, 우리 사회를 그래도 살만한 곳으로 만드는 이들은 바로 이 사람들인 것이다.

이들이 바로 대한민국의 힘들었던 2008년도를 지탱해 온 주춧돌이었다. 정치인들은 싸우고 경제인들은 자기 밥그릇만을 챙기고 유명인들은 자기 고통에만 함몰되어 목숨을 끊어버리던 그 순간에도, 이들은 피곤한 삶 속에서 기쁨을 나눌 수 있는 혜안을 갖고 있었다.

힘없는 노인을 돕고, 만원도 안되는 작은 푼돈을 기부하며, 사소한 불법에도 단호히 맞서는 이들은 다른 아닌 소시민들이었다.

이들에게는 민주당이든 한나라당이든 중요할 것이 없었으며 주식이나 펀드보다는 하루의 먹거리가 중요하였고 생활이 고달프고 바빠도 무단횡단하지 않는 준법을 향한 고귀한 원칙이 있었다.

우리는 오늘 이들에게 고개를 숙인다.

이제는 높은 곳을 향한 한숨과 쓴소리 대신 작고 고귀한 행복이 바로 우리 주변에 있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한 해가 저물어가는 이 순간 다른 사람들의 빈 가슴도 이들이 채워주길 기원해본다.

그래도 이들이 있기에 아직 살만한 곳은 여기라고, 그래서 내년에는 조금 더 나아질 거라고 다짐하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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