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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논단] 미네르바는 영원하다

 

미네르바에 대한 논쟁은 점점 더 흥미있는 속편을 만들어주고 있다.

과연 그가 누구인지 아직도 분분하다. 이미 검찰이 구속한 박 모씨가 맞는건지 아니면 K씨의 폭로대로 7명의 그룹이 진짜인지 아직은 진실게임 중이다. 시사 월간지들의 대리전까지 예상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검찰이 미네르바를 허위사실 유포로 구속한 것 역시 말이 많다. 한 편에서는 지나치고 “말이 안되는 일”이라고 일축한다. ‘전문대를 졸업한 30대 무직자’라는 일 개 ‘힘없는’ 블로거의 온라인 상의 의견표출에 대한 처벌 시도는 자유로운 여론 형성을 왜곡하고 일방적인 정보유통을 강화할 우려가 있다면서. 외신에서도 표현의 자유를 우려하며 ‘희한한(Oddly enough) 뉴스’ 면에 기사화 했다.

주지하다시피 ‘미네르바’는 포털사이트인 ‘다음’의 토론방인 ‘아고라’에의 사용자의 이름이다. 원래 미네르바는 그리스의 여신 아테나(Athena)의 로마식 이름이다. 전쟁과 시(詩) 그리고 지혜의 여신이다. 또한 음악의 창조자이다. 우리에게는 ‘미네르바의 부엉이’의 모습으로 친근하게 묘사되어 왔다.

오늘날 미네르바는 세계 각국의 대학이나 연구소 등의 심볼, 로고, 명칭 등으로 흔히 이용되고 있다. 미국의 캘리포니아주 국새(國璽, the Grate Seal)에도, 미국정부로부터 수여받는 최고 군인훈장인‘명예훈장(Medal of Honor)’에도 미네르바는 아로 새겨져 있다. 아이들이 즐겨 읽는 로링(J.K.Rowling)의 ‘해리포터(Harry Potter)’ 시리즈에 나오는 마법사의 이름도 ‘미네르바 맥거너골(Minerva Mcgonagall) 교수’이다.

이처럼 인류와 함께 영원할 미네르바가 왜 지금 한국에서는 고초를 당하고 있을까?

핵심은 미네르바의 진위가 아니라 과연 미네르바가 체포, 구속되어야 하는가이다. 이유야 시각에 따라 분분하고 나름대로의 논리가 있겠지만 이에 대한 처리 문제만은 결코 간단한 접촉사고 정도가 아니다. 어쩌면 한 번 꼭 거쳐야 할 스텝을 너무나 황급하게 밟지 않았나 하는 감이 든다.

연일 갱신하는 주가 대폭락, 환율 급등 등 가뜩이나 불안한 상황에서 미네르바는 먹혀들 소지를 충분히 가지고 있었다. 환율 전망,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 등 몇몇 현안에 대해 신통한 귀신처럼 절묘하게 맞혀주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정보당국에 의해 “미네르바는 50대 초반의 해외거주 경험있는 전직 증권맨”으로 호도되는 바람에 그의 분석이 신빙성을 더 얻었는지도 모른다.

어쨌든 대중은 열광했다, 그의 ‘도박성’있는 놀라운 분석과 속 시원케하는 카타르시스적 어법에 취해. 언론도 대서특필 했다, 그의 글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확인과 검증은 뒤로한 채. 정부의 책임자들도 갈팡질팡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믿음직한 대책 제시도 못한 채 저 정도일까 싶을 정도로. 사실 우리 어느 누구도 자신할 수 없는 불안한 시기였다.

물론 인터넷의 익명성 뒤의 불법행위는 처벌받아야 한다. 허위 사실을 유포하고 세상을 현혹시키거나 또 영장을 발부한 판사들을 집단 매도하였다면 분명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거기에도 방법이 있고 정도가 있을 것이다. 사이버스페이스의 특성과 인터넷의 익명성의 유용함과 창의성에 대해서는 충분히 보장되어야 한다. 겁먹게 하여 조용하게 만드는 식의 무비판적인 무서운 사회를 만들어 가서는 결코 도움이 안된다는 것은 모두 다 잘 알 고 있을 것이다.

네티즌은 비겁한 악플과 언어폭력으로 타인을 괴롭혀서는 안된다. 피해자가 당할 심적 괴로움을 곱씹어 보면 가슴아플 일일 것이다. 우리가 세운 질서와 권위를 비아냥거리거나 욕설과 비방으로 조롱해서도 안된다. 익명성 뒤에 숨어 타인의 인격을 짓밟는 소인배여서도 안된다. 그러고도 표현의 자유만 어떻게 내 고집대로 주장할 수 있겠는가. 이런 사사로운 것들로 인해 본심을, 진의를 덮어버리게 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정부 기관 역시 이에 맞짱뜰려고 해서는 옹졸함을 면할 수 없다. 한 호흡만 늦추고 생각하면 싸움 상대도 아니다. 공론장에서 좀은 듣기 껄끄러운 소리 했다고 해서 화내고 본데 보여주겠다며 ‘불도저’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어설프게 휘둘려 과민반응으로 자승자박하는 듯해서도 안된다. 융통성을 가지고 현안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하고 자신있게 대처해가는 성숙한 정부로서의 일관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많은 시민들이 사회적으로 중대한 이슈에 대해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고 참여한다는 것은 그 사회가 훨씬 더 건강하게 발전하고 있다는 징표다.

여기서 중요한 건 웹(Web) 2.0의 소통이다. 그 양 방향의 소통이 원활하지 못할 때 경색되고 네트워크는 닫히게 된다. 앞으로 새로운 제2, 제3의 미네르바가 더 많이 나타나길 기대한다.

다만 지금의 초췌한 모습이 아닌 진정으로 우리의 상황을, 우리의 앞날을 적절하게 제시해 줄 수 있는 지혜의 신의 후예들로서.

진정한 미네르바들이 날아야할 때다, 바로 지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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