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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논단] 국민을 가족처럼 섬기는 경찰돼야

정부 범죄피해보호 ‘인색’
조건없는 사랑 실천할 때

 

군포 여대생 살인 용의자를 경찰이 검거하였다. 피의자 강모(38)씨는 DNA 감식에 대비해 피해자 손톱을 잘라내고 현금을 인출 할 때 지문을 남기지 않으려고 손가락에 콘돔을 사용한 치밀한 범죄수법을 보였다. 또한 2005년 생명보험에 가입한 네 번째 부인이 화재로 숨져 또 다른 살인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얼마 전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고시원에서 휘발유를 붓고 불을 지른 뒤 연기를 피해 뛰쳐나온 사람들에게 흉기를 휘둘러 무고한 사람이 6명이나 숨졌다. 이 억울하게 숨진 사람들에 대한 정부의 보상은 기초적인 수준에도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

도시화 산업화가 가속화될수록 끊임없이 강력사건이 발생하고, 그로 인한 억울한 피해자가 양산된다. 그런데 대부분 피해자들은 ‘억울한’ 것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2007년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살인·강도·성폭행·절도·폭력 사건은 총 52만2000여건에 달한다.

그러나 이들 사건의 피해자들 가운데 정부의 구조금 수혜를 받은 사람은 168명에 그쳤다. 뺑소니 사고로 사망할 경우 정부 구조금으로 1억원을 보상받지만, 법무부의 지난해 범죄 피해자 지원 전체 예산은 단 12억원에 불과하다.

억울하게 죽음을 당해도 1000만원밖에는 보상받지 못한다. ‘억울한’ 죽음에 ‘억울한’ 보상일 수밖에 없다. 이처럼 현행 범죄피해자보호법은 “국가는 범죄 피해자 지원활동 등을 할 수 있도록 필요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포괄적 규정에 따라, 생색만 내고 실질적인 지원에는 인색한 것이 현실이다.

일본의 경우, 범죄 피해자가 사망할 경우 14등급의 세분된 기준에 따라 구조금 최고액을 2964만5000엔(약 4억5000만원)까지 지급하고 있다. 범죄 피해자들이 법정에서 피고에게 질문할 수 있는 ‘피해자 참가제도’도 시행된다. 미국의 연방범죄피해자기금(Crime Victims Fund)은 벌금, 범칙금, 보석금을 활용한 재정수입 등으로 연간 5억9000만달러(약 8300억원)의 기금을 조성해 범죄 피해자의 치료비와 변호사비는 물론 장례비나 임금손실 등에 대해서까지 보상해 주고 있다.

최근 우리도 범죄 피해 구조의 필요성을 깨닫고 법무부가 나서 구조금을 최고 1억원까지 인상하기 위한 기금 조성 방안을 연구 중이다. 스위스·캐나다처럼 벌금에 15%가량의 금액을 덧붙여 부과하는 방식을 연구·검토하고 있지만, 아직 큰 진척은 없다. 미국범죄피해자지원연합회(NOVA)의 윌 말링 사무총장은 “범죄 피해자 보호는 보상 차원의 ‘원조(援助)’가 아니라 사회적 ‘투자’”라고 강조한 바 있다. 그만큼 범죄 피해 후유증의 고통이 크고 심각하기 때문에 우리 사회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뜻이다.

아울러 경찰은 국민을 진정으로 섬기는 밝은 눈과 감성가슴을 가져야 한다. 인간의 존엄성과 깊은 사랑을 기초로 공명정대한 일 처리를 하고 경찰은 법집행에 있어서도 신중해야 한다.

용산 철거민 참사 희생자들의 사인에 대한 국과수 부검 결과는 ‘이들이 숨지기 전에 폭행당한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며 ‘모두 심한 화상과 일산화탄소 중독에 의한 화재사로 판명됐다.’고 말했다.

또한 “경찰의 ‘토끼몰이’식 진압에 쫓겨 건물 옥상에서 추락사한 시신을 경찰이 다시 옥상으로 옮겨 망루에 갈린 것처럼 보이게 했다”는 주장과는 다르다는 결론을 언론에 발표했다.

다시는 용산 철거민 참사 같은 위험한 일이 일어날 수 없도록 치안 패러다임은 통제와 지시에서 보호와 봉사로 국민의 입장에서 테러·재해·재난으로부터 사회안전망을 확보하고 첨단 과학수사를 펼쳐야 한다.

경찰은 시민의 따가운 눈총을 받기 일쑤다. 그것은 국민의 생명?재산과 헌법적 권리를 보호하고 질서를 유지하는 경찰의 주요 책무를 이행하다가 국민에게 실망을 안겨 줄 때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찰은 친근성·신뢰성도 지니고 있어야 한다. 국민과 범죄 피해자가 바로 ‘내 가족’이고 ‘내 가족’일 수 있다는 생각으로 경찰의 사명을 펼쳐야 한다.

국민을 섬기는 국정철학과 궤를 같이하고, 깨끗·따뜻·든든하게 느낄 수 있도록 경찰은 조건 없는 사랑을 실천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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