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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논단] 오바마 취임열차, 도전과 희망의 상징

 

지난 1월 21일 버락 오바마가 미국의 제44대 대통령으로 취임하였다.

그의 취임식을 보기 위해 약 200여 만 명의 인파가 몰려들었고, 전 세계 10억 명이 중계를 통해 취임식을 지켜보았다고 한다.

미국 대통령은 그의 의사결정이 전 세계 곳곳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세계 대통령의 위상을 가지고 있기도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에 거는 전 세계인의 기대와 희망은 특별한 것 같다.

부시 대통령 집권 기간 동안 전 세계에 확산된 권위주의와 경제 위기로 세계인들의 변화에 대한 갈망이 커지고, 새로운 리더십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기에, 오바마는 혜성처럼 나타나 전 세계인을 열광시키고 있는 것이다.

오바마는 링컨 탄생 200년이 되는 해에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에 취임한다는 각별한 의미도 있지만, 같은 고향 (일리노이)에 변호사 출신이라는 점 등 개인적인 유사점이 많고, 전쟁과 경제 위기로 혼란한 시대적 상황마저 묘한 유사점이 있어 그 닮은꼴이 더욱 눈길을 끈다.

오바마 대통령 자신도 루즈벨트, 케네디 등 역사 속에 빛나는 대통령들을 두루 벤치마킹하지만, 특히 링컨 대통령의 발자취를 적극 벤치마킹하고 있다.

링컨 대통령과 같은 성경책 위에 손을 얹고 취임 선서를 하였고, 취임연설사의 주제인 ‘자유의 새로운 탄생’은 링컨의 게티스버그 연설에서 따온 것이다.

대통령 취임 후 맨 처음 가진 축하 오찬의 메뉴에서부터 식기와 테이블, 배경 그림까지 모두 링컨을 상기시키는 것으로 채워졌다고 한다.

나는 철도 전문가로서, 특히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열차 행사를 감동깊게 지켜 보았다.

158년 전 링컨 대통령이 고향인 일리노이주 스프링필드에서 워싱턴까지 열차로 입성하며 각인시켰던 ‘국민 통합’의 이벤트를 본받아, 오바마 대통령은 이름부터 ‘통합열차’로 명명된 열차를 타고 건국 당시 수도였던 필라델피아에서 출발하여 255 Km 떨어진 현재의 수도인 워싱턴에 도착하였다.

오바마 대통령이 탄 열차는 1930년대식으로 고풍스럽게 단장된 객차 10량으로 편성된 앰트랙 열차였다.

40여명의 일반인을 포함한 200명의 하객과 함께 오찬 헤드테이블에 앉은 오바마 대통령의 뒤편에는 동이 트는 요세미티 계곡의 전경을 그린 토머스 힐(1829-1908)의 유화가 걸렸는데, 이 그림은 행사준비위원장인 다이앤 파인스타인 의원이 그림을 소장한 뉴욕역사학회로부터 특별히 대여해온 것이라고 한다.

링컨 재임 당시 남북전쟁의 혼란에서 막 벗어나려던 미국민에게 서부의 광활한 풍경은 미국의 미래와 새로운 땅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와 낙관주의, 자유를 고취시켰으며 이 그림은 이러한 상징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행사준비위측은 설명했다.

미국에서 철도를 서부로 연결시킨 것은 도전정신과 희망의 상징이었다. 미국의 초기 탐험대가 동부에서 출발해 서부 태평양연안에 닿은 스토리를 보면, 로키산맥이 끝인 줄 알다가 그것을 넘어 태평양까지 가는 여정의 고초는 인간의 상상을 뛰어 넘는 것이었다고 전해진다.

링컨대통령과 철도의 각별한 관계는 취임열차에 그치지 않는다.

링컨 대통령의 가장 위대한 업적은 남북전쟁을 승리로 이끌어 노예해방을 성공시킨 것이다.

노예해방의 의미도 단순히 휴머니즘적 관점을 넘어서 당시 극도로 분열되어 있던 미국의 각 지역을 정치적으로 통합시킨 중요한 사건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링컨 대통령의 이에 못지않을 만큼 중요한 업적은 미국의 동서를 연결하는 동서횡단철도를 건설했다는 점이다.

비록 암살당해 1869년 완공을 지켜보지 못했지만, 링컨 대통령에 의해 1861년 시작된 동서횡단철도 건설은 미국의 경제 성장에 큰 기여를 했을 뿐 아니라, 미국이라는 나라를 지리적, 물리적으로 통합함으로써 오늘날의 강대한 국가로 발전하는 초석을 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철도는 단순히 한 도시와 다른 도시를 연결하는 수단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사회적으로 큰 변화와 혁신을 가져오는 것이고, 나아가서 한 국가의 운명과 자존심, 국민 의식마저도 좌우할 수 있는 그런 수단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언론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탄 ‘통합열차’의 워싱턴 입성 장면을 전쟁에 지치고 경제위기로 인한 혼란 속에 새로운 앞날을 찾기 위해 허덕이는 미국에 제2의 건국이라는 희망을 함께 싣고 왔다고 묘사하였다.

우리나라에서도 끊어진 남북간 철도는 일제강점기 철도건설을 둘러 싼 열강들의 각축, 남북분단과 6.25전쟁, 이산가족의 아픔 등 우리 민족의 애환과 수난의 역사를 상징해 왔다.

오바마가 ‘통합의 열차’로 미국인과 전 세계인들에게 도전정신과 희망을 전파했듯이, 대한민국의 꿈과 희망, 도전정신과 열정을 담은 우리 대통령의 열차가 부산을 출발하여 평양에 입성할 그 날을 고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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