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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논단] 우리나라 교화정책 이대로 좋은가?

범행수법 제공 노출 문제
美, 맞춤 교화프로그램 제공

 

경기도 서남부권 실종사건은 결국 멀쩡하게 생긴 강씨의 소행으로 드러났다.

유들유들하며 친근감을 느끼게 하는 강씨의 언행으로 많은 사람들은 오히려 치를 떨었다.

물론 강씨가 벌인 범죄행각은 엽기적이었다.

허나 우리가 이 사건을 주목해야 하는 두 가지 이유는 우선 지역사회가 강씨와 같은 지능적인 범죄자들에게 얼마나 취약한가 하는 점이다. 그 다음으로 주목해야 할 점은 그의 전과력이다.

여러 번 교정교화를 거쳤음에도 결국에는 범행수법만 더 터득을 하였다는 점. 바로 이것이 문제였다.

연구 목적이나 상담을 하기 위해 교도소를 자주 다닌다.

물론 다수의 수용자들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며 조금 더 나은 삶을 갖기 위해 성실히 노력한다. 직업훈련을 받으며 출소 후의 희망찬 앞날을 기원하기도 하며 가족들에게 진심어린 편지로서 자신의 잘못을 속죄하기도 한다.

종교 활동에 참여하기도 하며 거동이 불편한 주변 수용자들을 돕기도 한다.

과거와는 달리 교도소의 물리적 환경은 많이 개선되었다.

물론 아직도 오래된 건물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일부 교도소가 있기는 하지만, 하루 세끼 더운밥을 제공받으며 운동도 하고 TV도 본다. 서신검열도 사라지고 신문을 구독할 수도 있다. 수용자들의 인권은 과거에 비해 현저하게 개선되었다.

그러나 간혹 만나게 되는 일부 수용자들은 좀 걱정스러운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사건기록에는 틀림없이 미성년을 성폭행 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음에도 오히려 피해자가 합의를 해주지 않아서 억울하게 옥살이를 하고 있다고 하거나, 사기전과가 여러 번임에도 불구하고 본인은 훌륭한 사업가임을 강조하기도 한다.

가족을 폭행하여 수감이 된 자들 중에서도 오히려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사람도 많다.

또한 이들 중에는 교도소에 수용되어 있는 이유에 대해, 가진 자 권력 있는 자들은 모두 법망을 피해 가는데 자신만 불행한 환경 탓에 여기 있노라고 격분하기도 한다.

미국 교도소를 자주 방문할 수 있었던 시기,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그곳에서는 수용자들을 편히 내버려두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그들의 일상생활은 치료프로그램이라는 것들로 꽉차있어서 매우 번잡하였다.

교도소는 수용자들의 죄명과 과거 전과의 내용을 상세히 분석하여 개별 수용자들에게 적합한 치료프로그램을 제공하는데, 이와 같은 활동은 수용자들의 의무이기에 제대로 참여치 않거나 프로그램 시 위험한 행동을 하면 가석방은 물론 오히려 형기가 길어지기도 했었다.

교도소마다 심리학자들이 있어서 수용자들의 성향을 평가하고 그에 맞추어 교화프로그램을 제공하였다.

물론 죄질이 이미 진전된 자들에 대해서는 이와 같은 교화방법이 별다른 재범억제력을 발휘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허나 당시 만나 본 수용자 중에는 교도소에서 열심히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이후 개방교도소에 살면서 사회에 성공적으로 적응하는 사람도 있었다.

교환교수 시절 아침마다 7시 50분 경 연구실을 청소해주던 남자 직원이 있었다.

위아래 모두 하얀 청소복을 입고 흰 모자를 쓴 그 사람은 간혹 필자가 일찍 출근하는 날에는 한참 담소를 나누기도 했었다.

성실하고 조용한 사람이었다.

우연히 어느 날 교수모임에서 필자가 그 사람에 대해 칭찬을 하자 동료 교수들은 웃으며 그분을 교도소 수감자라고 했다.

그 말에 잠시 놀라기도 하였지만 미국의 교도소라는 곳이 얼마나 엄중한 시설부터 얼마나 자유로운 재활시설까지 다양할 수 있는지 감동하였다.

사람은 다르다. 범죄자도 다를 수밖에 없다.

문제는 서로 다른 사람을 어떻게 다르게 처분하고 교화할 것이냐 하는 문제인데, 우리나라는 이 기준에서 생각해보자면 이제 겨우 한 발을 띠어놓으려는 걸음마 수준인 것이다.

갈 길은 멀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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