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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시론] 교육, 믿음 심기에 최선을 다해야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의 선종 소식과 전국단위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발표가 묘한 대조를 이루며 매체를 점령한 한 주였다. 온 국민의 눈이 이 두 소식에 매몰된 채 서로 상반되는 반응을 보여 혼란스런 심정이었다.

전자는 추기경의 마지막을 추모하는 수많은 인파의 줄서기와 아쉬움 속에 한 지도자의 삶을 조명하고 그 열기를 승화시키자는 논의로 남았고 후자는 사교육의 별천지인 강남을 이겼다는 찬사와 주목을 받은 시골 학교의 성적 조작 논란과 대책 마련으로 이어졌다.

추기경의 선종은 비교적 길지 않은 생에 비해 온 국민의 가슴에 너무도 커다란 울림으로 남았다.

그리고 그 분의 삶이 종교 지도를 넘어 험한 시대에 모든 이들의 고난을 자신의 고난으로 껴안았던 든든한 이웃과도 같은 것이었음이 재조명되면서 우리 사회에 만연한 종교와 종파,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좌와 우, 지역과 세대 간 편 가르기를 불식시키려 애써야 한다는 교훈을 던져 주고 있다.

어느 국장(國葬)에서도 볼 수 없었던 조용하고도 긴 추모 행렬과 대단한 열기가 이를 웅변한다 하겠다. 어디 그뿐인가? 추기경님께서 하셨으니 나도 하겠노라며 사후 안구(眼球) 기증을 약속하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하니 우리 사회는 많은 면에서 추기경의 사후에 큰 가르침을 얻게 된 셈이다.

반면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발표는 기대가 컸던데 비해 매우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그리고 2011년부터 학교별로 성적을 공개하기로 한 이 제도의 실시가 가져올 파장이 결코 만만치 않을 것임을 충분히 시사하고 있다.

시골 학교의 엉터리 보고와 장학사의 별 것 아닌 걸로 여긴 조그만 실수가 밝혀지는 과정에서 해당 시도교육청과 교육과학기술부의 느슨한 일처리가 언론의 뭇매를 맞는가 하면 성적이 밑바닥인 지역의 교육 책임자들이 전전긍긍하는 형국으로까지 치달았다.

급기야 성적 부풀리기 의혹이 불거져 전면 재조사와 함께 책임자를 처벌하겠다는 극약 처방이 나오고, 편법과 부작용에 대한 국가차원의 대책 마련이라는 카드가 동원되고서야 국민적 분노와 의혹의 시선이 가라앉는 느낌이다.

비슷한 시기에 다른 소식들을 압도하며 매체에 오르내리고 세인의 관심을 끈 이 두 사건에 대한 상반되는 반응은 추기경의 삶과 교육의 현실에 대한 믿음의 여부 문제로 집약될 수 있을 것이다.

추기경께서는 늘 감사와 사랑을 가르치고 실천하며 정의로운 나라, 공정한 사회를 만드는 일에 앞장서 종파를 넘어 국민적 신뢰를 받아오셨다.

그러기에 그분의 사라짐은 곧 대한민국을 지탱해 온 한 정신의 소멸로 각인된 것이다.

반면 그 동안 우리 교육은 공교육의 붕괴니 사교육 광풍이니 하는 극한 언어 구사에 밀려 변변한 펀치 한 번 날려보지 못하고 얻어맞는 권투 선수처럼 코너에 몰리는 일이 잦았고 그만큼 신뢰로부터 버림받은 면이 많았다.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발표가 가져온 온갖 난리 법석은 그 연장선상에 있다 할 것이다. 교육과 학교 전반에 대한 불신과 믿음 없는 교육이 나은 결과인 것이다.

추기경에 대한 온 국민적 그리움은 세월이 흘러도 한 동안 녹녹치 않게 늘 새로이 돋아날 것이다.

우리는 그분의 죽음을 통해 앞 시대를 정리하는 한편 보다 나은 시대를 열어갈 승화된 새 소망을 가꿔나가야 할 것이다.

즉 개인과 교회 공동체를 선진화하고 봉사와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정착시킴으로써 정의롭고 공정한 사회를 만들어 다시는 그 분의 역할을 필요로 하지 않는 나라가 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한편 학업성취도 평가는 대학입학수학능력시험처럼 국가에서 예산을 들여 시험을 관리하고 채점하는 등 신뢰도를 높일 방안을 시급히 마련하고 제도로 정착시켜야 할 것이다.

아울러 교육 현장에서는 학력 부진 학생에 대한 특별 수업을 확대하고 수준별 개별화 수업을 정착시키는 등 학업성취도를 높일 방안을 조속히 찾아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공교육과 교육 현장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데에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그 누가 이 사회에, 교육에 대한 믿음을 심을 것인가?

신앙과 성직자가 믿음을 논하듯 아니, 신앙과 성직자처럼 교육과 교육자는 불신으로 가득한 이 사회에, 교육에 대한 믿음을 심기에 최선의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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