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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논단] 영상녹화, 독립증거 입법 바람직

 

오랜 논의를 거쳐 개정 형사소송법이 2007년 4월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였다. 2007년 5월 22일에는 국무회의를 통과하였으며, 2007년 6월 1일에 공포되었다. 그 핵심은 공판심리주의 강화의 하나인 ‘영상녹화제도’로서 지난 해 1월 1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영상녹화물이란 수사기관이 피의자나 참고인의 진술을 영상녹화하여 기록해 놓은 것을 말한다.

수사기관에서의 진술을 오디오·비디오 또는 DVD로 녹음·녹화하여 이를 법정에 제출하는 일련의 과정을 총칭한다. 현장 영상녹화물이든 진술 영상녹화물이든 모두 증거물(證據物)이다. 즉 그 존재와 상태가 곧 증거자료로 되는 것이다. 영상녹화물의 경우도 그것이 증거물로서 사용되기 위해서는 증거물로서의 진정성(Echtheit; authentification)이 인정돼야 한다. 영상녹화된 장면의 사건이 실제로 존재했던 점, 그 영상녹화물이 그 장면을 촬영한 것이라는 점, 그리고 촬영된 본래의 영상녹화물과 동일성이 유지된다는 점 등이 바로 진정성의 요건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진술 영상녹화제도의 도입 취지는 무엇보다도 수사과정의 투명성 제고를 위한 것으로, 혹시 발생할 수도 있는 수사관의 가혹행위 등 인권침해를 미연에 방지하며, 위법수집증거의 발생 원인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려는데 있다. 적법한 절차를 거쳐 이루어진 진술 영상녹화물은 법원의 증거조사과정에서 공판에 참여한 배심원이나 재판을 참여하는 일반인들에게 현출되어 수사기관의 건강한 법집행이 가능하게 되며, 밀실수사 이미지를 개선하여 수사과정에서 적극적인 협조를 얻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위 진술 영상녹화물의 증거능력과 관련하여 ‘피의자 신문조서 제출 없는 진술녹화’는 증거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진술을 하고 있는 장면을 찍은 영상녹화물은 직접적인 증거가 아닌, 조서를 뒷받침하는 간접 증거로만 쓰일 뿐이다. 이 판결에서는 ‘검사가 피의자 신문조서를 제출하지 않고 피고인에 대한 영상녹화물만 유죄의 증거로 내놓는다면 피의자의 진술을 반드시 조서에 게재하도록 해 수사절차를 엄격히 규제하고 있는 형사소송법 취지와 어긋나 증거 능력이 없다.’고 하면서, 참고인 영상녹화도 절차의 중복이라며 증거로 채택하지 않았다.

그러나 진술 영상녹화물의 독립적 증거능력을 인정하도록 개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진술 영상녹화물이 독립적 증거능력으로 인정된다면 수사·재판과정에서 투명성?효율성이 확보될 수 있다.

독일 형사소송법은 1998년 ‘증인보호에 관한 법률의 개정’을 통하여 비디오 신문제도를 도입하였다. 미국에서의 피의자에 대한 신문 시 녹음·녹화는 최상의 증거를 요구하는 미국연방소송법률과도 그 이념적으로 일치한다. 이에 따라 1979년 텍사스 주에서는 피의자의 자백을 녹음·녹화할 것을 요구하는 법률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률에 의하면 피의자의 자백이 전자매체로 녹음·녹화되지 않을 경우 그 신용성은 부정되었다. 영국은 수사과정의 녹음·녹화를 가장 먼저 제도화한 국가다. 어린이 증언을 수사과정에서 녹화되었던 비디오테이프의 상영으로 대체하는 것이 허용되었다. 영미법계의 비디오 신문제도를 분석하면 피해자 등 참고인에 대한 비디오 진술영상녹화는 증인보호의 측면이 강하게 나타난다.

반면 피의자에 대한 진술영상녹화는 강요에 의한 자백이나 피의자의 거짓진술에 대한 예방책으로 주로 사용되고 있어 신문의 투명성·신용성에 치중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진술 영상녹화는 첫째, 인권보호에 기여할 수 있다. 수사과정의 위법을 제어 할 수 있는 장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영상녹화가 시민과 수사기관 사이에 공적인 만남을 창출해 냄으로써 피의자의 보호목적 뿐만 아니라 사안을 객관적으로 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둘째, 수사·공판의 시간적 효율성을 확보 한다. 즉 영상녹화는 시각적·음향적으로 실체적 진실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이를 통하여 법관은 신속하게 진술의 신뢰성을 판단 할 수 있어 오히려 많은 시간을 절약 할 수 있다. 셋째, 수사기법의 선진화를 앞당길 수 있다. 피의자의 표정과 행동관찰, 조사하는 사람에 대한 감독과 평가가 가능하므로 수사기법의 발달을 가져오게 된다. 물론 영상녹화제도는 전자적으로 기록되기 이전의 수사단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자백 진술의 강요나 회유에 대해서는 무기력할 수밖에 없다는 구조적 한계를 지니고 있어 영상녹화제도의 문제점·해결책을 찾는 보완책이 시급하다.

54년만에 형사소송은 형사절차에서 피고인과 피의자의 방어권 신장, 피해자 인권보호 등, 공판중심주의적 법정심리방식으로 개선되었다.

그런데 영상녹화물에 직접 증거능력이 되는 알맹이가 국회통과 과정에서 빠져, 그 핵심이 보이지 않는다.

영상녹화물이 증거조사절차에서의 독립 증거능력을 부여하는 조항의 입법 검토가 필요하다. 그렇게만 된다면 우리의 형사사법제도는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는 기본을 갖추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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