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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논단] 공공 디자인 붐

 

2008년 가을에 미국발 금융사태가 발생한 이후 그 여파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전 세계에 어두운 그림자를 짙게 드리우기 시작했다. 물론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어서, 해가 바뀌면서 국가적으로도 제2의 IMF가 되지 않도록 다양한 경제부흥 정책들을 발표하고 있다.

‘지역경제 활성화 대책’과 관련하여 ‘기초 생활권과 초광역개발권’ 전략, 한반도 대운하 사업의 전초작업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는 4대강 정비사업, 서울과 인천의 운하를 정비하는 경인운하사업 등이 그것이다.

특히 국제적 금융사태는 잘 나가던 유명회사들만이 아니라 도시들까지도 침체 상태로 만들고 있으며, 게다가 시민들의 삶의 질도 예외는 아니어서, 저마다 지갑을 열지 않게 되었다.

이렇게 돈이 돌지 않는 상황에서, 새로운 건물을 지어서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 돈을 버는 것은 더욱 어렵게 된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2~3년 전부터 대두되고 있는 ‘공공디자인’ 분야와 관련해서는 다소 우려할 만한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무릇 ‘공공디자인’이란 해당 지역의 공공(公共)에 해당하는 주민들과 방문객과 관련한 디자인이어야 한다. 그 이유는 ‘공공디자인’의 혜택을 입어야 하는 대상이 주민과 방문객들이기 때문이다. 하물며, 작금의 모양은 전문가가 제시한 ‘공공디자인’을 주민과 방문객들이 이용하도록 하거나, 주민과 방문객들이 이용하지 않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는 곧 예산의 낭비로 이어져 요즈음과 같은 시기에 국민의 세금이 알뜰하게 쓰여지지 않게 되는 결과를 낳게 된다. 따라서, 아래와 같이 요즈음의 ‘공공디자인’에 관한 문제점을 몇 가지 짚어 보고자 한다.

첫째, 대상물의 디자인에만 치중. 대부분의 지자체에서 집행하고 있는 공공디자인 정책과 사업은 대상으로 하고 있는 물리적인 것에 대한 ‘디자인’에만 집중하고 있어, 지역의 역사와 문화, 자연과 환경 등을 배려하면서 ‘디자인’되지 못하고 있는 것을 그 한계로 들 수 있다.

둘째, 일반 시민은 물론 전문가집단의 ‘공공디자인’ 개념과 의식 태부족. 현재 상품디자인을 주 대상으로 삼는 ‘산업디자인’분야 전문가들이 ‘디자인’이라는 이름으로 공공디자인 분야에 들어와, 공공디자인의 폭을 가로시설물 디자인으로 좁히고 있다. 이는 공공디자인이 마치 시설물의 혁신적 디자인으로 여기도록 유인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이렇게 좁은 의미의 디자인을 ‘공공디자인’으로 여기고 있는 일부 산업디자인 전문가들에게 ‘공공디자인’에 대한 개념 정립과 의식을 제고하는 과정이 필요할 정도이다.

셋째, 지역의 역사적?문화적?환경적 맥락에 대한 간과. 지역의 역사와 문화, 환경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상품’으로서의 디자인을 실시하거나 타 지역(외국 선진 사례 포함) 디자인의 맹목적 수용에 의해 디자인의 질 저하는 물론, 지역과 어울리지 않는 디자인을 낳게 된다.

외국의 어느 도시, 어느 장소를 방문했을 때 느끼는 그 기분을 우리나라 도시, 장소에서 느끼지 못하는 것이 바로 이러한 문제 때문이다.

넷째, 전문가의 풍요 속에 전문가의 빈곤 = 공공디자인비전문가들의 공공디자인전문가 행세. 공공디자인이 부각되기 시작하던 2006년도부터 공공디자인전문가로 자처하고자 하는 일반전문가와 공공디자인 붐에 의한 반사이익을 노리고 탄생한 여러 이익단체들이 그것이다. 공공디자인에 대한 깊은 연구와 통찰의 부족에도 불구하고, 겉으로는 공익을 추구하면서 궁극적으로는 이해관계에 얽혀 있는 관련 조직이 만들어지고, 많은 공공디자인전문가들이 각종 매체에 등장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공한 공공디자인사례, 칭송받는 공공디자인전문가는 찾아볼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다섯째, 공공디자인에 의한 지역 공공환경 향상으로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 공공디자인에 의한 지역주민 생활환경의 쾌적성, 안전성, 심미성, 기능성이 향상되어 주민생활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질 뿐만 아니라 해당 지역의 방문객들이 다시 방문하게 되는 비율을 높이는데 기여하게 된다는 것이다. 주민들이 일상생활공간에 대해 만족하게 된다는 것은, 살고 싶은 마음을 갖게 하는 것이며 남녀노소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게 되어 궁극적으로는 일의 생산성을 높이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재빨리 인식하고, 세계적 금융위기가 끝나갈 무렵에 굳건히 버티고 있을 우리나라의 지자체는 어느 지자체가 될 것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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