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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논단] 국민 고통 보듬는 정신보건서비스 제공을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해마다 증가하여 OECD 29개 국가 중 자살 증가율 1위, 자살 사망률 4위를 기록하기에 이르렀다. 이 같은 사회현상은 유명인이라고 해서 빗겨가게 놔두지는 않는 모양이다. 가수 유니, 배우 이은주, 정다빈, 최진실에 이어 지난주에는 최근 ‘꽃보다 남자’로 뜨기 시작한 장자연까지도 자살함으로써, 지난 몇 해 동안 유명 연예인의 자살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불규칙한 연예생활로 인해 격심한 스트레스를 경험한 바 있으며 그로 인해 발병한 우울증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공통점을 지닌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유명인의 자살은 물론 사회적 파장이 크다. 일반인들에게는 삶의 허탈감을 경험하게 할 뿐 아니라 빈곤의 극한으로 내몰리는 소외계층에게는 ‘유명인들도 저럴진댄 하물며 나 같은 사람이야 뭐, 말할 것도 없이...’라는 자포자기 심정에 빠지게 하여 유명인의 자살을 모방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 정도 즈음이면 범죄에 대한 통제·예방정책 못지않게 자살에 대하여서도 국가적 차원의 대응책이 나와야 될 법도 하다.

 

자살을 막기 위한 대책은 무엇이 있을까? 일단은 자살의 직접적 원인이 되는 우울증에 대한 진단과 치료가 일반화되어야 하겠다. 물론 우울증도 정신과적 장애이므로 정신과 전문의의 도움을 받아야만 하겠다. 하지만 정신과 병력이 사회생활을 영위하는데에 핸디캡이 되는 사회에서는 본인의 심적 상태가 매우 불안정하다고 느끼더라도 병원을 찾기는 어렵다. 더욱이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처한 상황에서는 의료보험이 잘 적용되지 않는 민영 치료를 받기는 무척 어렵다.

 

이 같은 상황은 외국의 경우에도 다르지 않아서 여러 가지 대체적인 방안으로 이 문제에 접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예를 들자면 다수의 근무자들을 보유한 기업체에 정신과 의사 혹은 심리학자들을 근무하게 한다거나 지역 사회 내 공공기관에 다수의 정신보건 전문가들, 예컨대 정신보건사회복지사나, 정신보건간호사, 혹은 심리사들을 두어 주민들의 정신건강 유지를 위해 활동하게 하는 등의 노력이 바로 그것이다.

물론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최근에는 지자체나 학교 등에 심리상담사를 고용한다거나 지역 사회에 청소년상담지원시설이나 정신보건센터 등을 두어 국민의 정신건강을 보호하려고 노력하기 시작하였다. 허나 대부분의 시설은 공공복지 차원에서 유지되고 있다. 그러다보니 가장 열악한 상황에 놓인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한 긴급서비스에 노력이 집중되고 있다. 물론 다수를 위하여서는 이 같은 형태가 적절한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공공서비스가 이와 같은 정신보건의 주요한 형태가 되다보니 새로운 형태의 문제 아닌 문제가 등장하기에 이르렀는데, 그것은 바로 공공부조에 근간을 둔 정신보건서비스는 열악한 조건의 사람만 받는 서비스라는 잘못된 이미지이다. 즉 열악한 조건의 사람들만이 이와 같은 서비스의 대상이 되며 정신보건 문제는 바로 이들의 문제라는 오해이다.

 

막상 우울증은 상하계층을 막론하고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현대인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는 질병이다. 또한 빈곤이 우울증의 직접적 원인인 것도 아니다. 이 같은 점을 고려해 볼 때 현재 우리나라의 정신보건 정책은 지나치게 소외계층 중심으로만 집중되어 있다고도 평할 수 있겠다. 경제적 여유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정부가 제공하는 서비스의 우선적 수혜자가 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유명인들도 이와 같은 지자체의 서비스를 요구할 기회는 얼마든지 보장된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 공공서비스는 아무래도 비밀 유지가 어려우며 시간 등이 많이 소모되기 때문에 이들에게는 적합지 않다. 그렇다고 하여 삶의 조건이 더 나은 사람들도 정신건강 문제에서 자유로울 것이 없다면 국가의 정책은 보다 더 포괄적이고도 다양한 형태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근로자들이 지역센터를 굳이 찾아오기 전에 직장은 구성원들을 위해 정신건강에 관한 수요를 파악하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할 것이며 자유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이 속한 여러 협회들은 구성원들의 정신보건을 위한 구체적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만일 필요하다면 노동부, 교육부, 여성부 등에서도 법을 만들어 국민들의 정신보건을 지원할 수 있는 체제를 정비해야 한다.

즉 우울증과 자살이란 이제 더 이상 보건복지부의 일만도, 소외계층의 고통만도 아니란 점이 인지되어야 하며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고통을 골고루 포섭할 수 있는 공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하겠다. 거의 무료에 가까운 공공서비스 아니면 시간당 십 만 원이 넘는 값비싼 민영 치료비만이 존재한다면 그 사이에 놓인 수많은 다수는 여전히 자살의 위험을 넘나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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